이 날따라 유독 달이 밝았다. 자려고 누웠는데 창문으로 보이는 달빛이 너무 환해서 둘째가 계속 창밖을 가리킬 정도였다. 아주 크고 환한 달을 보면 뭔지 모를 신비로움에 정신이 빼앗길 때가 있는데 아이들도 그런 거 같았다. 누워만 있기는 아쉬웠다. 베란다에서 달을 실컷 구경하고 아이들과 다시 침대에 눕자마자 첫째가 기도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제안을 했다. 이때까진 그저 대보름날 다 같이 기도했던 게 생각이 났나 보다 했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항상 하는 기도가 있다. 아이들이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이 들리도록 말을 한다. '달님 첫째와 둘째가 늘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 주세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첫째도 나를 따라 기도를 한다.
"엄마도 행복.." 아니
"달님 엄마가 보석 스티커 사주게 해 주세요!"
"엄마도 행복"까지 들었을 때는 당연히 그 말이 쭉 이어질 줄 알았다. 이렇게 급격하게 스티커를 사게 해 달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이란 생각이 들고 이제 정말 아기가 아니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전혀 섭섭하지 않았고 너무 웃기고 귀엽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저 엄마 따라 하고 엄마만 좋아하던 아기에서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거구나. 이렇게 조금씩 독립된 자기만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거인가 보다 싶었다.
요즘 첫째의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서로 스티커를 나눠주는 게 유행처럼 되고 있어서 몇 번 사주긴 했다. 별로 사주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나 다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길래 한두 번 사줬다. 심지어 점점 아이들끼리 누가 더 예쁜 스티커를 가지고 왔는지, 누가 더 많이 받았는지로 경쟁을 하는 게 보여서 사달라는 눈빛을 애써 무시하고 있었다. 특히 한 친구가 가지고 있는 보석 스티커는 이 근처 마트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워서 사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보석 스티커를 가지고 싶어 하다니 이 정도면 사줘야겠다. 얼마전 유치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했는지 스티커를 가지고 오지 말아 달라는 연락이 왔다. 덕분에 첫째도 유치원에는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집에서만 조용히 만족하며 놀 거다. 한국에서 물건을 몇 개 사서 시부모님께 택배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그 안에 스티커도 포함시켰다. 택배 안에서 보석 스티커를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마침 이날 둘째도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잠들기 전이면 항상 "오늘 하루 재밌었어?"라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는데 갑자기 둘째가 "엄마도 재밌었어?"라는 질문을 했다. "응 재밌었어~"만 말하던 아기가 나는 어땠는지 물어보니 깜짝 놀랐다. 그런데 둘째는 많이 컸다란 생각보단 우와 이제 사람이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우와 사람으로 자라고 있어!'
6살 첫째는 이제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면 3살 둘째는 대화도 하고 혼자 밥도 먹는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둘째까지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때 나의 어린아이 육아는 끝나게 되는 거겠지. 그때부턴 또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궁금하다. 어쨌든 아이들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