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돌이 지났을 때쯤 인터넷에 순한 아기를 검색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 이 아기가 정말 신기해서 다른 아이들도 이런 건지 궁금했다. 둘째는 누가 봐도 순한 아기가 맞았고 이런 아이들은 조금만 크면 달라진다는 댓글이 주르륵 달려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째도 이제는 마냥 순딩이 같은 아이는 아니다. 눈빛이 반짝반짝 장난꾸러기 3살이다.
영혼의 단짝, 자동차
요즘 둘째를 보며 남자들은 자동차를 좋아하게끔 태어난 건가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안 그런 아이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남자아이들은 모두 자동차를 좋아한다. 첫째는 여러 가지 장난감을 고루고루 좋아한다면 둘째는 확실히 자동차를 가장 좋아한다. 하루하루 커갈수록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중장비차,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등 온갖 굴러다니는 것들이 한쪽 사물함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다. 집안 어디를 봐도 아이가 놀다 두고 간 미니카는 꼭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많아지게 된 건 주위에 형아들한테 물려받은 덕이 크다. 남자 아기가 있는 집이 우리 밖에 없어서 형들이 놀던 장난감을 많이 받았다. 우리에게 장난감을 준 형아들도 자동차를 좋아하지 않게 된 건 아니었다. 다만 공부나 게임처럼 장난감이 아닌 것들로 시간을 보내게 돼서 물려준 것일 뿐 자동차에 대한 사랑은 계속된다고 하니 참 신기하다. 여자아이들이 공주를 좋아하는 것과 같은 건가? 우리 둘째는 눈뜨면 자동차를 손에 들고 물을 한잔 마시는 걸로 시작해서 창 밖으로 보이는 차들을 한번 보고 유치원에 다녀와서 산책하며 자동차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자동차와 함께 자는 걸로 하루를 끝낸다. 이러다 나도 자동차 박사 될 거 같다.
엄마 같이 장난감 놀이! 엄마 같이!
둘째에게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혼자 잘 논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틈만 나면 "엄마랑 같이!"를 외치는 껌딱지가 돼버렸다. 내가 밥을 하거나 씻을 때처럼 놀아 줄 수 없을 땐 혼자 잘 놀면서도 "엄마 장난감으로 놀아요~"나 "엄마 뭐해"를 외치며 기다린다. 그러다가 내가 옆에 오면 바로 "엄마 같이 장난감 놀이!"라고 하며 가지고 놀아야 할 장난감을 정해주는데 그게 내 손에 들려있지 않거나 가만히 있으면 "엄마 장난감!"이라고 외치며 적극적으로 놀이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 내가 딴생각 하는걸 어떻게 아는지 아주 아주 눈치가 백 단이다. 역할놀이를 하는 걸 좋아해서 소꿉놀이, 인형의 집 놀이, 병원놀이 등등 다양하게 노는데 당연히 모든 놀이의 주인공은 자동차다. 자동차가 침대에서 잠자고 밥도 먹고 아프기도 한다. 처음엔 인형으로 놀아야 하는 거 아닌가 했지만 이제는 나도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의인화하고 있다. "경찰차가 아프대!'
수다쟁이
둘째가 유치원에 적응을 하고 일주일도 안돼서 별명이 생겼다. '수다쟁이' 나는 둘째가 나한테만 말이 많은 줄 알았더니 친해진 사람들한텐 다 말이 많았다. 선생님은 물론이고 같이 유치원에 다니는 누나, 형들한테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거 같았다. 궁금한 게 많은 건지 말하는 걸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다니는 누나가 우리 둘째를 엄청 예뻐하는 걸 보면 그렇게 귀찮게 구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래야 할 텐데...
둘째는 알록달록한 색을 예쁘다고 생각해서 노란 꽃이라던가 분홍색 차라던가 하는 걸 보면 "예쁘다!"라고 말한다. 사실 거의 모든 것에는 색이 있기 때문에 예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사는데 나한테는 예쁘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내 생일에 낮잠을 준비하는 나에게 "엄마 예쁘다"라고 말해줬다. 그런 말 처음 들어서 너무 좋았다. 물론 그날 이후로 다시 들어본 적은 없다. 아마 생일선물이었나 보다.
둘째가 정말 정확하게 말할 때가 있는데 바로 하기 싫을 때다. 둘째야 씻자 하면 "조금만 더 놀고 할게"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쳐다도 보지 않는다거나 응가한 거 뻔히 보이는데 "응가 안 했어요!"라고 말하며 도망간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씻어야 하는 거네. 씻는 게 그렇게 귀찮은가?
누나랑 함께일 때는 용기맨
나는 겁쟁이다. 진짜 겁이 많다. 놀이기구도 못 타고 높은 곳에 올라만 가는 것도 진저리 나며 어둡고 으슥한 장소는 쳐다도 보기 싫다. 그래서 아이들이 겁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첫째는 4살이 다 되어서야 혼자서 놀이터의 가장 높은 미끄럼틀을 탈 수 있었다. 집안에서도 높은 곳이라던가 으슥한 곳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다. 당연히 모든 아이들이 이런 줄 알았는데 첫째보다 훨씬 어린 아기들도 미끄럼틀에 뛰어 올라가는 걸 보며 첫째가 나를 닮았다는 걸 깨달았다. 둘째는 아들이니 좀 다를까 했더니 똑같다. 미끄럼틀을 아직 혼자 못 올라가고 구석에 숨는다거나 하는 일도 잘 없다. 그래서 둘 다 밖에 나가면 나한테 딱 붙어 있기 바쁘다. 그런데 둘째가 좀 다른 점은 그 장소에 조금 익숙해지면 재밌는 걸 찾아 돌아다닌 다는 거다. 특이한 건 꼭 누나의 손을 잡아야 그렇게 한다. 내 손도 아빠 손도 싫고 오직 누나의 손을 잡고 기백 넘치게 걸어간다. 첫째는 귀찮지만 둘째가 너무 누나 손만 원하니 둘이 손 꼭 붙잡고 돌아다닌다. 뒤에서 따라가면서 보다 보면 그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이가게 저가게 기웃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귀엽다.
둘째가 벌써 3살이라니 신기하다. 이제 아기는 아니지만 나한텐 여전히 아기 같다. 작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자랄지 기대가 되면서도 조금만 천천히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이건 정말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