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격리가 우리에게 남긴 것

코로나는 텔레비전과 함께

by 리나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다. 확진 연락을 받고도 그렇게 놀랍거나 걱정스럽지 않았다. 그동안 격리에 대한 걱정을 너무 해서 그런지 막상 현실로 닥치니까 크게 동요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건 나와 아이들이 괜찮았기 때문이 크다. 바로 이 주 전에 둘째가 아파서 일주일을 고생하고 나니 아이들만 건강하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싶었다. 남편이 열나고 아파 보이긴 했지만.. 약 먹고 푹 쉬면 나을 거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거친 후 결론은 하나였다. 모두가 편한 일주일을 보내자!




7일간의 격리

격리가 시작되고 나서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마음 것 봐도 된다고 허락했다. 밥 먹을 때랑 오후 7시 30 이후에는 안된다는 조건을 걸긴 했지만 어쨌든 보고 싶은 만큼 실컷 보라고 했다. 방에 격리되어있는 남편 밥과 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솔직히 아이들과 놀아주면서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웃으면서 일주일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조금 더 핑계를 대자면 둘째의 병간호를 일주일하고 나니 내 몸이 너무 안 좋았다. 그래서 아직 어린 둘째가 텔레비전에 너무 빠지게 될까 봐 걱정하면서도 일단 시간제한을 없애버렸다.


우리 집에서 텔레비전을 본다는 건 아이들이 원하는 만화를 틀어준다는 거다. 넷플리스와 유튜브를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들이 틀어달라는 건 군말 없이 틀어줬다. 첫째와 둘째는 서로 보고 싶은 게 달라서 둘이 번갈아가면서 보고 싶은 만화를 고르게 했다. 당연히 평소보다 많이 보긴 했는데 그렇다고 정말 하루 종일 보지는 않았다. 특히 둘째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대신 베란다에라도 나가자는 마음이었는지 하루에 두 번씩 물놀이를 했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챙모자와 선크림을 매일 사용했다. 어쩔 땐 텔레비전을 봤으면 하기도 했다. 밥 차리고 정리하고 쉴만하면 애들이 놀자고 불러서 왜 만화 안 보지? 란 마음이 들었던 거다.


그래도 확실히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남편 밥에 신경이 쓰였다. 좀 더 예쁘고 맛있게 주고 싶다는 이상한 욕심이 생겼다. 한인마트에서 이것저것 시키고 배달도 시키며 최대한 쟁반에 이쁘게 담아서 챙겼다. 덕분에 나랑 애들도 일주일 동안 잘 먹었다. 이렇게 밥 잘 먹고 최대한 편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일주일이 지났고 격리가 끝났다.


격리가 끝나고 생긴 작은 변화

첫째는 조금 더 부지런해졌다.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하루에 한 권씩 스스로 책을 읽게 했고 그중 하나가 '소가 된 게으름뱅이'였다. 글밥이나 내용이 첫째가 읽기 괜찮은 거 같아 골라준 거였는데 의도하지 않게 교육을 해버렸다. 첫째는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찔리는 거 같았다. 그러더니 매일 누워서 게으름만 피운다는 내용을 보면서 "내가 이 정도는 아니지"라고 물어봤다. 나는 정말 장난 삼아 "너도 요즘 티브이 보면서 매일 누워있잖아~"라고 대답을 했버렸다. 소파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는 첫째를 보는 게 기분이 좋진 않았으나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라고 했으면서 앉아서 보라고 잔소리를 할 순 없었다. 그런데 첫째는 엄청 놀라더니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다. 이래서 전래동화를 봐야 하는 건가 보다. 정말 아이들에게 교훈을 준다.


둘째는 좋아하는 만화가 늘었다. 그 전엔 폴리만 보더니 이제는 슈퍼윙스와 로봇 트레인처럼 누나가 좋아하는 것들도 보여달라고 한다. 격리가 끝나고 둘째 텔레비전 시청 습관을 다시 들이려면 애랑 좀 싸울 거 같아서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다시 돌아왔다. '텔레비전 조금만 틀어줘요'라고 말할 때면 너무 귀여워서 틀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긴 한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럴 때 울고불고하지 않고 "텔레비전 안돼?"만 물어봐줘서 정말 고맙다. 둘째는 텔레비전 대신 다양한 장난감으로 놀고 있다. 자동차만 가지고 놀더니 이제는 누나가 모아둔 슈퍼윙스 장난감을 하루 종일 들고 다닌다. 나도 자동차보다는 얼굴이 있는 슈퍼윙스로 같이 노는 게 더 재밌다. 그리고 공룡 장난감을 자꾸 '넷플릭스'라고 부른다. 넷플릭스에서 여러 만화를 다 보여주는데 왜 이것만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다. "넷플릭스 일어나!", "넷플릭스 졸려"라고 말할 때 정말 웃기다.




아이들이 다시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이게 얼마 만에 즐기는 아침의 여유인지 모르겠다. 이번엔 정말 좀 길게 오래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