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첫째는 학교에 다닌다. 정확히 말하면 학교의 유치원 과정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게 이렇게 가슴 떨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지 몰랐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6살 첫째의 영어는 그렇게 늘지 않았다. 한인 유치원에 다니고 평소 친구들도 전부 한국인이니 잘하는 게 더 이상하다. 영어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늘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가 처음에 적응할 때 힘들게 걱정되긴 하지만 스스로 잘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
내가 깜짝 놀란 건 유치원 과정의 '입학' 때문이었다. 1학년 과정으로 입학하기 위해서 봐야 하는 시험은 어려워도 유치원 과정은 쉽다고 들었다. 심지어 인터뷰하는 동안 대답을 못해도 된다고 까지 들었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보는데 첫 질문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당연히 첫째는 대답을 못했고 그때부터 나는 살짝 긴장을 했다. 다행히 다른 질문들은 꽤 대답을 잘한 거 같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저 형식적인 과정이라며 8월에 뵙겠다는 그런 대화를 나눌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음 주에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나서부턴 온갖 신경이 언제나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쏠렸다. 하루면 나오겠지 그다음 날은 나오겠지 하며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점점 내 마음이 초조하게 변해가며 가끔은 화가 났다. "아니 겨우 유치원 과정 입학인데 뭐 이렇게 뜸을 들여!!"
삼일이 지나고 사일이 지나자 혹시 설마 우리 아이만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첫째는 자기가 좋아하는 언니, 오빠들이 다 학교에 다닌다며 빨리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못 가면 어쩌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온갖 고민을 하다 겨우 유치원 입학에도 이렇게 떨리는데 정말 중요한 시험을 앞두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남편에게 농담 삼아 아이들 수능 볼 때는 갓바위 가서 기도해야지 라며 장난쳤는데 그게 장난이 아닐 수도 있다. 장기휴가를 낼 순 없을 테니 백일기도는 못 가겠지만 뭐라도 할 거 같다.
답변을 주기로 한 마지막 날에서야 합격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것도 심지어 다음 주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 받은 연락이라 날아갈 듯이 기뻤다. 아이에게는 엄청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것처럼 네가 그동안 유치원에서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붙었다며 대단하다고 한껏 추켜세워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이렇게 오래 걸려서 답을 받을 건 아니고 형식적인 절차가 맞는 거 같은데 아무튼 다행이다.
나는 평소에 아이들 공부에 쿨한 척 "알아서 하겠지 뭐~"란 태도를 고수해 왔는데 이번 일로 확실히 알았다. 나는 애들이 나중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엄청 긴장할 거라는 걸. 내가 시험 보는 거보다 더 떨릴 거 같다. 남편은 나의 이런 말에 자기는 전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아이들 인생이지 그게 자기 인생이냐며 애들 알아서 하는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그럴 리가 없다. 아마 같이 청심환 나눠 먹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