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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이 잡혔다. 그런데 이틀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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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에서 잠깐 언급하긴 했는데 팀원 중 한 명이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내부사정으로 변동이 생겨서 과장님 한분도 갑자기 해외출장을 같이 가시게 되었다. 나는 그저 응원을 해드리며 내 일을 하고 있었는데... 과장님이 진행을 추진하던 프로젝트 하나를 내가 맡게 되었다.
휴직과 병가로 인해 다른 팀원들의 업무를 백업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일상적으로 경험해 봐서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월요일에 넘겨받은 업무를 확인하다 보니 출장을 가야 하는 일정이 당장 수요일이었다.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에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이틀뒤에 출장을 가는 건 무리인 것 같아서 6일에는 못 가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팀장님과 논의를 했다. 그런데 올해도 얼마 안 남았고 해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그냥 일단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게 수요일 부산 출장이 월요일에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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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화요일, 어찌어찌해서 부산 담당자와 소통하고 ktx도 예매하고 출장을 확정 지었는데, 화요일 부서회의 때 다른 팀원이 마침 목요일에 부산 출장 간다는 것을 공유받았다. 그래서 '아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는데 퇴근하기 1시간 전, 목요일 출장 건에 나도 같이 가는 것으로 갑자기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수요일 당일치기로 부산을 갔다 오는 일정으로 예매했던 돌아오는 기차 편을 다음날로 바꾸고, 급하게 숙소도 알아보고 여러 가지 출장에 필요한 사항들을 확인했다. 야근하느라 덕분에 운동도 못 가고 그렇게 부랴부랴 출장 준비를 하고 바로 다음날 수요일 아침에 부산행 ktx를 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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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출장건에 대한 내용이 아직 마무리가 안되어서 ktx 타고 가는 내내 이리저리 전화하고, 카톡을 했다.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부산역에 도착해 있었다. 기차 타는 거 좋아하는데 기차 타고 창문 밖을 한 번도 못 본 적은 처음이었다.
부산에 내려서부터는 같이 간 동행이 있었기 때문에 계획한 일정에 따라 일을 진행했다. 중간중간 노트북으로 다른 업무 처리하고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나니 저녁 7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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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목요일 일정은 오후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좀 늦잠을 잤다. 가 아니라 9시 전부터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노트북 키고 일을 했다.
참고로 해외출장 간 팀원 업무도 백업을 하던 중이라 내 업무+다른 팀원 업무+부산 출장 건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6시에 일 끝나고 저녁 먹고 ktx 타고 집에 오니 밤 11시였다. 그대로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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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자마자 밀린 업무와 출장건 마무리로 정신없이 일을 했다. 어제 부산 출장 같이 갔던 과장님은 연차 썼던데... 1박 출장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엄청 피곤했다.
해외출장 간 팀원이 놓친 업무가 하나 있어서 급하게 해결하고 관련 업체 전화번호를 놓고 와서 퇴근했다가 다시 사무실 들리고... 아무튼 그렇게 이번 일주일이 지나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갑자기 부산 출장 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써보았는데 사실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1년 중 역대급으로 가장 정신없고 바쁘고 피곤했던 한 주이긴 했지만 이만큼 바빴다는 거지 꽤 재밌는 경험이었다.
나는 원래 출장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또 종종 글에서 말하듯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이번에도 '올해가 끝나기 전에 그래도 바다도 보고 부산 한번 갔다 왔네~'라는 마인드였다.
'당장 내일 부산 출장을 가라니 말이 돼? 아 짜증 나'라고 생각한다고 나에게 좋은 것은 분명 하나도 없다. 이미 벌어진 상황이라면 불평불만할 시간에 어떻게 최대한 나에게 유리하게, 내가 편한 쪽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음 주도 폭풍 같은 일주일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번 주말은 푹 쉬어야겠다. 가 아니라 주말 출장이 있어서 또 일하러 가는 중이다. 내일은 정말 푹 쉬어야겠다.
ps 출장이 잦아서 내 저녁시간이 매번 없어진다면 그건 정말 힘들 것 같다. 이번 출장에 같이 동행한 사람이 외부 프리랜서라 이야기하며 느낀 건데 나는 그런 생활은 안 맞고 지금처럼 사무실에서 일하며 종종 외부출장 나가는 게 좋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