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화장품 다 떨어졌제? 니 줄라고 화장품 많이 사놨는데 보내 주지도 못하고 우짜노…”
“우짜기는 엄마가 써야지. 내 한국 갈라면 시간 좀 걸릴 거 같으니까 일단 사놓은 건 엄마가 먼저 써, 알겠제?”
며칠 전에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께서는 딸에게 주시려고 사놓은 화장품을 줄 수가 없어서 속상하다고 하셨다. 사시사철 태양이 쨍쨍한 나라에 살고 있는 나이 든 딸내미의 얼굴에 주름이 하나 더 생기거나 기미가 늘어날까 봐 엄마는 늘 걱정이셨다. 딸내미 피부의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게 해 주시려고 엄마는 항상 좋은 화장품을 사놓으셨고 쿠바에 방문을 하는 지인이 있을 때마다 인편으로 보내주셨더랬다. 그런데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가 되어 이제는 한국에서 오는 이들도 없고 아직 아바나는 항공이 열리지 않아 물건을 보내실 수도 없게 되어 속상하신 것이었다.
사실 엄마뿐만이 아니라 나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화장수와 아이크림은 동이 난 지 벌써 좀 되었고 다른 크림들도 얼마 남지 않아 다른 분들이 주고 가신 샘플들과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크림들을 꺼내어 사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가장 중요한 선크림은 몸에 바르는 것이 아직 몇 개가 있어 얼굴에 함께 사용을 하면 되니 큰 걱정은 없다. 하지만 선크림을 바르고 나면 클렌징 오일로 잘 씻어 주어야 하는데 그동안 사용을 하던 마지막 클렌징 밤도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대체용품을 찾아야 했다.
나의 피부는 악건성인 데다 얇기까지 해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금세 잔주름이 생기고, 멜라닌 색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많은 탓에 잠시만 방심하면 기미나 주근깨가 올라오는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피부이다. 게다가 티존 부위는 왜 이렇게 지성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이마에 잔잔한 뾰루지가 생겨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해서 피부에 이상이 생긴 게 아닌 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계란을 한판 구하고 나서 계란 흰자 팩을 해 보았더니 티존 부위가 아주 말끔해지면서 효과가 꽤나 좋았다. 그래서 이제는 기존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구하기가 힘드니 이 곳에서 구하기 쉬운 물건들과 내가 가진 것들을 잘 활용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보 검색을 시작했다. 먼저 클렌징 제품을 찾아보았다. 예전에 한 동생이 올리브 오일을 클렌징 오일 대신 사용하면 좋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서 그것부터 검색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정말 식용유부터 해서 올리브유, 코코넛 오일, 호호바 오일 등 다양한 오일들이 클렌징 제품으로 사용이 되고 있었다. 식용유를 얼굴에 바르면 꼭 튀김이 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콩기름은 일단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 곳에는 코코넛 오일이나 아보카도 오일, 호호바 오일은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콩기름 식용유를 제외하면 올리브 오일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구하기도 쉬운 올리브 오일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선크림을 바르고 외출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주방에 있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들고 세면대로 갔다. 그리고는 뚜껑을 열고 올리브 오일을 손에 적당히 뿌린 후 얼굴에 발라 주었다. 생각보다 많이 끈적했다. 기름이니까 끈적한 건 당연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올리브 오일이 발린 얼굴을 손가락으로 꼼꼼히 마사지를 해 주었다. 그리고 클렌징 폼 대신에 작년에 멕시코에서 사 온 도브 비누로 세안을 해 주었다. 한 번으로는 기름이 싹 씻기지 않은 느낌이라 한번 더 세안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보송보송하며 느낌이 좋았다. 악건성 피부인 나는 팩을 하고 나서도 세수를 하면 바로 피부가 확 땅겨와서 바로 화장수를 발라 주어야 했는데 도브 비누로 세안을 두 번 하고 나서는 그런 당김이 생기지가 않았다. 너무 신기했다.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비누가 ‘도브’여서 작년에 멕시코에 장을 보러 갔을 때 다섯 개를 사 가지고 왔었다. 하나는 시댁에 드렸고 하나는 누구를 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하나는 우리가 사용을 했고 이제 두 개가 남아있었다. 천연 클렌저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도브 비누에 관한 정보를 보게 되었는데 도브는 비누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에게 있는 도브 비누 상자 뒤를 보니 정말 이렇게 쓰여 있었다.
Dove is not a soap. It’s a beauty bar. 도브는 비누가 아닙니다. 뷰티 바입니다.
그래서 이게 뭔 얘긴가 싶어서 도브 뷰티 바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이 ‘도브 뷰티 바’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브 뷰티 바 하나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는 것이었다. 천연비누로 그렇게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지만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대기업 제품인 도브 비누가 그렇게 사용이 되고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꽤나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물자가 부족한 이 곳에서는 아주 기쁜 소식이기도 했다.
이 곳에서는 샴푸도 바디클렌저도 구하기가 힘들고 클렌징 오일이나 폼 클렌징 제품은 특급호텔에 딸린 부속 상점 말고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바나에 있는 모든 특급 호텔들은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3월부터 닫혔는데 언제 열릴지는 아직도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클렌징 폼이 있기는 하나 다른 이가 준 거여서 내 피부에는 잘 맞지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옵션이 없어서 그냥 사용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클렌징 폼으로 세안을 하고 나면 얼굴이 아주 많이 당겨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나면 곧바로 화장품을 발라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 도브 비누로 세안을 하고 나서는 그런 당김이 없었으니 나에게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일단 클렌징 폼으로는 효과가 좋은 걸 확인했으니 나머지도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도브 비누로 머리를 감고 몸도 씻어 보았다. 얼굴 피부가 심각한 복합성인 나는 두피와 머리카락도 그러하여 두피는 지성인데 머리카락은 악건성에 갈수록 얇아지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열이 가해지는 파마는 머리카락이 부서진다고 해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용실에 가면 늘 뿌리 염색(흰머리 염색 아님)과 영양 케어만 했더랬다. 그러니 나는 샴푸도 아무거나 사용할 수가 없었다. 화학성분이 많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사용을 해야 해서 늘 멕시코에서 공수를 해서 사용을 하고 있었다. 또한 샴푸 후에는 트리트먼트 제품도 따로 사용을 해 주어야 머리가 엉키지가 않아서 헤어제품만도 여러 개씩을 사 와야 했다. 바디 젤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내 피부는 아주 건조해서 샤워 후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베이비오일을 바르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에 다시 보습이 아주 잘 되는 크림을 발라도 피부가 하얗게 일어났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 그리스를 다니면서 올리브를 많이 먹고 올리브 제품을 사용해서인지 어느 날부터 목욕 후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하얀 게 일어나지 않기 시작했다. 아주 신기했다. 그 후부터는 피부가 예전처럼 아주 건조해지지는 않았지만 올리브를 계속 공급받던 때보다는 좀 더 건조해져 갔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이 곳에서도 샤워를 하고 난 후에는 다리에 보습제를 발라주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 도브 뷰티 바로 머리를 감고 얼굴과 몸을 씻어 보았는데 웬걸, 왜 이제야 이것을 알게 되었는지 살짝 속상해졌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좋긴 하지만) 작년에 알았더라면 멕시코에 장 보러 갔을 때에 도브 뷰티 바를 많이 사 가지고 왔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샴푸와 트리트먼트 그리고 샤워 젤에 폼 클렌징까지 사는 비용을 확 줄일 수가 있었고 도브 비누만 사면 되니 용량도 줄였을 테다.
내가 멕시코에서 도브 비누를 사 온 이유는 저렴한데 비누 중에서 보습이 가장 잘 되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사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비누 하나로 이렇게 큰 일석 삼조의 효과를 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샴푸, 트리트먼트, 샤워젤과 클렌징 폼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플라스틱을 줄일 수가 있어서 환경에도 좋고 많은 화학성분들로부터 나의 몸도 지켜주니 어찌 사용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샴푸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여기저기에서 얘기를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대체용품이 없어서 계속 사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에 자연주의 제품으로 유명한 러*(LUS*)에서 샴푸바가 처음 나왔을 때, 환경에도 좋고 성분도 액상 샴푸보다 더 좋다고 해서 머리를 감아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로 감고 나니 머리카락이 너무 뻣뻣해지고 가는 모발들이 마구 엉켜서 ‘아, 나는 비누로는 머리를 감으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잘 맞으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쉽게도 안 맞았다.)
그런데 도브 뷰티 바는 달랐다. 모발이 가늘고 건조해서 샴푸 후에 반드시 트리트먼트를 해 주어야 하는 내 머리카락이 비누 하나만 사용을 했는데도 엉키지가 않고 보들보들 해진 것이었다. 헤어 드라이기로 말리지 않고 자연바람으로 말렸고 빗으로 머리를 빗지도 않았는데도 상태가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사용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샤워를 한 지 지금 3시간가량이 되었는데도 아직 얼굴이 당기지가 않는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바를 예정이다.
나는 이번 생에서는 미니멀 라이프로 사는 건 포기를 했기 때문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을 어떻게든 공수를 해서 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미니멀 라이프는 아니더라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쿠바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일회용 물품들을 사용하지 않고(없어서) 있더라도 한번 사용을 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세탁을 한 후 여러 번 사용을 하는데 이제는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 활동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브 뷰티 바와 올리브 오일 클렌저로 일단 시작을 했는데 다음 타자는 무엇이 될지 아직 몰라서 지금은 매거진으로는 만들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환경을 보호하고 몸에도 좋은 품목을 찾게 되면 그때는 매거진으로 만들어서 꾸준히 기록을 해 볼 예정이다.
이제는 클렌징 제품 걱정도, 샴푸와 바디 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좋다. 대신 도브 뷰티 바 두 개를 다 사용하고 나면 그때부터 어떻게 할 지만 걱정을 하면 된다. 걱정이 세 개에서 하나로 줄어서 아주 기쁘다.
이런 정보를 인터넷에 공유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올리브 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브 뷰티 바는 한번 이용해 보실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도브 뷰티 바는 종류가 4가지인데 나에게는 흰색 오리지널만 있어서 나의 사용 후기는 흰색에 관한 것만이다. 예전에 핑크는 사용을 해 보았는데 샴푸로 쓰기에는 핑크가 좋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그리고 피부가 예민하신 분은 ‘센스티브’가 자극이 없어서 좋다고 적어 놓은 걸 보았다. 각자의 피부에 맞는 것으로 사용을 하면 좋을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되면 이 곳에서의 삶이 좀 더 수월해지고 시간도 돈도 걱정도 절약될 거라 다음이 무엇이 될지 몹시 기대가 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