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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an 20. 2021

천연 오일로 다시 태어나기


쿠바에서 힘들게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오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기로 마음을 먹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행복한 격리 생활을 잘 마치고 대구 본가에 와서도 엄마가 해 주시는 밥을 먹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생활이 이어져갔다. 하지만 아무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와중에 집에 와서 시작한 게 하나가 있으니 바로 피부관리였다.


카리브해에서 가장 큰 섬인 쿠바에 살면서 파아란 하늘에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다 보니 얼굴은 당연하고 팔다리에도 태양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훈장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난 아직 청춘인데 말이다!) 겨울이라 팔다리는 감출 수 있다지만 얼굴은 감출 수가 없으니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무언의 외침이 내 안에서 들려왔다.


거울을 보았다.

콧등과 양 콧볼에는 블랙헤드, 입술 아래턱에는 화이트헤드가 소복이 쌓여있고 이마에는 마치 현무암처럼 넓디넓은 모공이 뻐끔뻐끔한 걸 보니 내 얼굴이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안 그래도 멜라닌 색소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데 자외선이 쨍쨍한 그곳에서 완벽하게 차단을 하지 않고 살았으니 기미와 주근깨, 그리고 잡티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가 얼룩덜룩해져 거울을 볼 때마다 한 숨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내가 뭔 짓을 하든, 내 얼굴이 어떻게 되든, "자기 예뻐!"를 연발하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에는 알고도 모른 척을 했더랬다. 그런데 이제는 무조건 나를 예뻐해 주는 남편은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고 나는 지금 피부 미인들이 가득한 한국에 왔으니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바에 살던 어느 날, 클렌징크림이 없어서 정보를 찾다가 천연 오일의 효능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때는 올리브 오일 밖에 없었는데 이제 한국에 왔으니 원하는 건 뭐든 살 수가 있게 되어 맘 편히 천연 오일들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의 피부를 살아나게 할 오일들을 (쿠팡) 해외직구로 구입해서 곧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대구 본가에 도착을 하기 전에 유기농 화장품 회사 대표인 친한 언니가 집으로 화장품 한 세트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센 언니가 만드는 화장품이라 품질 하나는 내가 보증할 정도로 아주 좋은 화장품인데 건조한 날씨에 내 피부도 더욱더 건조해진 탓에 그 좋은 화장품을 발라도 얼굴이 당겨왔다. 그래서 공부한 대로 천연 오일들을 화장품에 섞어서 발라보기로 했다.


먼저 토너에 식물성 글리세린 한 방울을 섞어서 함께 얼굴에 발라주었다. 신기하게도 글리세린 한 방울을 섞었을 뿐인데 얼굴이 당기지가 않았다. 화장품에 많이 들어가 있는 성분인 만큼 글리세린은 보습효과가 아주 뛰어난데 반드시 수분과 함께 사용을 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토너에 섞어서 사용을 한 것인데 바르자마자 효과 만점이었다.


그다음 에센스에는 타마누 오일 한 방울과 로즈힙 오일 두 방울을 섞어서 눈 주위부터 해서 볼 전체와 코에 톡톡 두드리며 잘 발라주었다. 타마누 오일은 잡티와 색소침착, 기미 등에 좋고 로즈힙 오일에는 비타민 C가 가득해서 자외선에 의해 손상된 피부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피부 재생에도 좋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크림에는 당근 씨 오일 두 방울을 섞어서 발라주었다. 당근 씨 오일은 천연 오일 중에서 냄새가 고약하기로 유명해서 사용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이 냄새가 그리 싫지가 않아서 매일 밤에 잘 바르고 있다. 당근 씨 오일은 미백에도 좋지만 모공에 가장 좋다고 해서 크림과 섞어서 얼굴 전체에 발라주고 있다.


스킨+글리세린/ 엣센스+타마누오일, 로즈힙오일/ 크림+당근씨 오일


아이밤은 코코넛 오일, 올리브 오일, 비타민 E 오일을 섞어서 내가 직접 만들어 보았다. 눈 가에 있는 굵은 눈주름, 팔자주름, 목주름에 발라주는데 밀랍을 넣지 않아서인지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으면 굳지를 않아서 사용이 좀 불편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매일 사용하지는 않고 가끔 주름이 도드라져 보일 때만 냉장고에서 꺼내와서 사용을 하고 있다.


얼굴 이외에 머리카락 특히 탈모에 아주 좋은 오일이 있는데 바로 캐스터 오일이다. 피마자기름을 쪽진 머리에 바르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피마자기름이 바로 캐스터 오일이다. 이 오일은 가장 마지막에 구입을 한 오일이어서 아직 다섯 번 정도밖에 사용을 하지 않았지만 이것을 머리에 바르고 마사지를 한 후 20~30분 후에 샴푸를 해 주면 확실히 머리가 덜 빠지는 것 같아서 꾸준히 쓰고 있다. 또한 캐스터 오일은 속눈썹과 눈썹도 풍성하게 해 주어 밤에 자기 전에 해당 부위에 발라주면 좋다고 하는데 나는 귀찮아서 한 번밖에 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하는 게 조심스럽다.


머리를 다 감고 수건으로 잘 닦은 후, 드라이기로 말리기 전 촉촉한 상태에서 아르간 오일을 몇 방울 손에 떨어뜨려 머리 끝쪽에 발라주니 부석 했던 머리가 찰랑찰랑 해 지면서 더 이상 붕 뜨지를 않는다. 탈모나 부석한 헤어가 고민이신 분들께 캐스터 오일과 아르간 오일을 조심스레 추천해 보는 바이다.


탈모에 아주 좋은 캐스터 오일과 찰랑거리는 모발엔 아르간 오일


코코넛 오일이 좋은 건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샤워를 하고 난 후 바디 로션 대신 코코넛 오일을 몸 전체에 발라준다. 코코넛 오일로는 얼굴 마사지도 종종 해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데가 하나 없는 아주 훌륭한 코코넛 오일에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오일은 주로 태양을 피해 밤에 발라야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코코넛 오일은 낮에 발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당근 씨 오일 외엔 낮에도 오일들을 얼굴에 잘 바른 후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고 있다. 온도에 예민한 코코넛 오일은 25도 이하의 온도에서 굳어버리는데 스패출러 같은 걸로 긁어서 손에 놓으면 금세 녹아버리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블랙헤드와 화이트헤드 제거는 호호바 오일 마사지로 녹여내고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호호바 오일은 나와 아주 잘 맞다는 생각이 아직까지는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블랙헤드는 꽤나 많고 깊어서 다른 이들에 비해서 시간이 많이 거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사용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호호바 오일을 쓰다 보니 각질 제거와 블랙헤드 제거에 언니네 회사(지오가닉) 클렌징 오일이 효과가 좋다는  알게 되어     자주 사용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화장품인 지오가닉 클렌징 오일이 좋아서 예전에도 사용을 했지만 천연 오일을 공부해보고 사용을 해 보니 그 효능이 더 와 닿아서 신뢰가 많이 생겼다.


코코넛오일과 호호바오일/ 지오가닉 클렌징 오일과 폼 클렌져


이런 좋은 정보를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브런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과 공유를 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사용하고 있는 천연 오일들에 대해서 기록을 해 보았다. 1월 2일부터 사용을 했으니 아직 20일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 세수하는 걸 참 귀찮아하는 내가 천연 오일을 사용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세수를 하고 관리를 한다는 건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일 테다.


그중에서 사용을 하면 바로 반응이 오는 건 보습효과가 최고인 식물성 글리세린이다. 글리세린은 손과 발, 콧구멍까지 보습이 필요한 곳에 사용을 하면 아주 좋은데, 수분과 함께 사용을 해야 한다는 걸 꼬옥 기억해야 한다. 또한 타마누 오일, 로즈힙 오일 그리고 당근 씨 오일을 사용하고 나서는 얼굴이 확실히 밝아지긴 했다. 이 오일들은 에센스 오일이라 단독으로 사용하면 안 되고 반드시 로션, 에센스나 크림에 섞어서 사용을 해야 한다는 것도 참고하기 바란다. 그리고 사람마다 피부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가 있다. 나의 경우 모두 괜찮았지만, 만의 하나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테스트를 살짝 해 본 후에 사용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아 참, 각질 제거에는 흑설탕 스크럽을 강추하는 바이다. 쿠바에도 흑설탕과 꿀은 있는데 이렇게 좋은 걸 알았더라면 쿠바에서부터 사용을 하는 건데.. 사용해 보니 효과가 너무 좋아 괜히 아쉽기까지 했다.

이번에 내가 만든 건 흑설탕에 꿀과 비타민E 오일을 넣은 건데 다음에는 청주로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나는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화장품 혹은 식품보다는 최대한 화학성분이 들어있지 않거나 적게 포함된 제품들을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효과를 보는 데에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천연 제품들을 통해서 건강한 피부를 만들어 가도록 꾸준히 노력해 보려고 한다.


뭐든 꾸준함이 답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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