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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Mar 15. 2021

쿠바 때문에, 모든 게 감사해요!

Feat. 당근 마켓

한국에 와 보니 당근 마켓이 엄청나게 유명해져 있었다. 내가 쿠바에 갈 때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 당근 마켓은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너도 나도 손쉽게 물건을 사고팔며 소소하게 경제적인 이윤을 창출하고 있었다. 이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에게 이득인 일이었다.


모두들 당근 마켓을 하길래 나도 한번 해 보았다. 엄마가 주신 백화점 상품권 하나를 올려 보았는데 좋은 조건이어서인지 금세 한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약속 장소에서 만나서 나는 상품권을 드렸고 그분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으로 금액을 이체해 주셨다. 그리고 고맙다고 하시며 사과즙을 한 봉지 주시고 떠나셨다. 운 좋게 좋은 분을 만난 것인지 아니면 다 들 예의가 바르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첫 번째 거래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얼마 후, 작은 책상 하나를 당근 마켓을 통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본가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에 책상이 없어서 상을 놓고 일을 했는데, 허리 디스크 탓인지 허리가 너무 아파서 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무리였다. 그래서 당근 마켓을 열어 보았더니 마침 적당한 게 있어서 연락을 드려 본 것이었다. 품질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단 돈 만원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상을 사고 나니 무척이나 뿌듯해져 왔다. 그리고 어제 두 번째 물건을 당근 마켓을 통해서 구입했다. 꼭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이 또한 단돈 만원에 득템을 할 수 있어서 아주 기뻤다. 한 번만 사용한 것이어서 물건의 상태도 훌륭했고 판매자도 좋은 분이셨다.


물건을 받아서 집으로 걸어오다가 동네에 새로 오픈한 와인샵에 들어가 보았다. 산책하면서 늘 지나쳤던 곳이었는데 당근 마켓에서 광고를 본 지라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터였다.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아니요. 그냥 둘러보려고요...


그렇게 와인들을 둘러보고는 물어보았다.


저 밖에 행사하는 1+1은 어떤 건가요?


친절한 그녀는 행사하는 칠레 와인에 대해서 소개를 해 주며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인샵에 가면 주로 추천하는 와인을 사는 편이라 그녀의 소개를 듣고는 1+1 와인을 구입했다.


혹시 회원 가입하시겠어요?


카운터에 갔더니 사장님인 듯한 여성분께서 물어보셨다.


네... 근데 저 당근 마켓에서 이 와인샵 봤는데 당근 마켓에서 왔다고 하면 뭐가 있는 거 같던데요...


아, 당근에서 보셨어요? 그럼 와인잔 하나 선물로 드릴게요. 원래 10만 원 치 사면드리는 건데 당근에서 보셨다고 하니 그냥 드리는 거예요.


우와, 정말요? 너무 감사해요!


얼마 되지도 않는 저렴한 와인을 샀는데 와인잔을 주다니.. 하면서 감탄을 하고 있는데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가 오늘까지 처음 오시는 분들께 크리넥스 티슈 한 통을 드리는데 회원 가입도 해 주시고 해서 큰 걸로 드릴게요,라고 하며 카운터 아래에서 크리넥스 3개 묶음을 꺼내어서 내게 건네주었다.


어머, 우와! 오늘 제가 운이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2병에 2만 원인 와인을 사고는 와인잔과 크리넥스 한 묶음을 선물로 받아서 잘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양손에 이것저것 들고 집으로 가는데 문득 쿠바가 생각이 났다.


처음에 쿠바에 살러 갔을 때, 와인잔을 사려고 얼마나 많은 곳을 찾아 헤매었는지, 그리고 와인 오프너는 왜 파는 데가 하나도 없어서 다음에 쿠바에 갈 때 7개나 챙겨 갔는지...


하물며 크리넥스 티슈는 어떻고? 한국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크리넥스 큰 티슈는 쿠바에서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80매짜리 작은 통의 화장 티슈는 본 적이 있는데 화장지의 질이 한국의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두루마리 휴지를 구하러 하루 종일 여기저기 다녔던 일이 생각이 났다.


공장이 없어서 자체 생산을 하지 않는 쿠바에서는 생필품이 아주 귀해서 1+1 이런 건 상상할 수도 없고 돈이 있다고 해서 원하는 걸 속 시원히 살 수도 없다. 그러니 오늘 내가 와인샵에서 선물로 받은 와인잔과 크리넥스 티슈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걸 선물로 받아서 얼마나 기쁜지 쿠바에 살아본 적이 없는 분들은 상상하기가 힘들 수도 있을 테다.


공짜가 없는 쿠바에서 나는 늘 감사함을 배웠다. 

사소한 물건 하나하나가, 한국에서는 그냥 준다고 해도 귀찮아할 그런 물건들이 쿠바에서는 마법처럼 큰 힘을 발휘하고 그걸 내 손에 담는 날에는 마치 내가 세상을 구한 듯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는 걸 사람들은 알까?

그래서 내가 쿠바에 살게 된 것일까?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고 그 감사함에서 오는 행복을 맘껏 느껴보라고!


봄이 오는 소리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을 하고 이 곳에서 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사한 날들이다. 오늘 새벽 6시에 달러 상점에 가서 줄을 섰다는 남편의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렇게 살았던 것 때문에 이곳에서의 오늘 하루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몸소 느낄 수가 있어서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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