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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Apr 08. 2021

나는 부자다

돈 빼고 다 가졌습니다


남편의 제안으로 지난 12월에 홀로 한국에 잠시 온 나는 요즘 당근 마켓을 통해서 여름옷을 조금씩 구매하고 있다. 당연히 여름 전에 쿠바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여름옷을 단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게 그 이유이다. 코로나라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어느 날 불쑥 나타나서 우리의 삶의 근간을 흔들었고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게 만든 것도 이유에 포함이 될 테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 연일 쿠바의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천명을 넘으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언제 쿠바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미지수가 된 요즘, 한국에 와서 지내고 있는 나의 마음을 살포시 돌아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지인이 마련해주신 럭셔리한 자가격리 숙소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따뜻한 관심과 도움으로 나의 매일은 사랑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물론 쿠바에서도 나는 늘 사랑을 주었고 또 사랑을 받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이번에 받은 사랑은 그 느낌이나 깊이가 다른 것이었다.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쿠바에 있는 동안 나는 지인들과 SNS를 통해서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편이 아니어서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어쩌면 사람들이 나를 잊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은근히 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그게 아니어서 놀라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그들의 따스한 베풂 하나하나가 참으로 고맙게 다가왔다. 참 좋은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받는 따스한 관심과 사랑은 나의 마음을 조금씩 변화시켜갔고 급기야는 얼굴까지 변화시켰다.


어머, 처음에는 쿠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한국 사람이네요!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이 말은 쿠바를 비하하거나 낮추는 게 전혀 아니다. 나는 쿠바에서의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을 사랑한다. 그리고 한국에 왔으니 한국에 있는 동안은 누릴 수 있는 걸 다 누려보고자 헤어스타일도 바꿔보고 매니큐어도 하고 속눈썹도 붙여보았다. 그러다 보니 쿠바로 가기 전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날것에서 꾸며진 모습으로 변화게 되었다.


비록 내 겉모습은 조금 변했지만 나는 다시 쿠바로 돌아갈 쿠바댁 린다이고 나라는 사람의 본성에는 변함이 없다. 그냥 조금 더 하얘졌고 조금 더 세련된 모습으로 변한 것뿐이었다. 아마도 이 모든 건 관심과 사랑의 힘이겠지.(유기농 화장품과 천연 오일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긴 했다) 그러다 쿠바로 돌아가면 또다시 날것의 자연스러운 내 모습으로 돌아갈 테다.


남편과 떨어져서 사는 게 마냥 쉬운 건 아니지만 지금은 내가 상황을 변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상황에 순응을 하고 최대한 이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지니 긍정적인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러면서 어느 날 문득 내 입에서 이런 말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나는 참 부자구나!



쿠바에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그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너무나도 많은 아름다운 추억들을 새삼스레 돌아보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 좋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내가 참 많이 사랑을 받고 준다는 걸 또 깨닫게 되었다.


물론 눈에 띄는 경제적인 활동을 안 한지 4년 차가 되다 보니 통장에 있는 잔고의 숫자가 꾸준히 줄어들어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이 늘어가고 게다가 나는 시댁까지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 집의 가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돈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돈은 또 벌면 되지만(요새 자나 깨나 어떻게 돈을 벌지 고민하고 공부한다) 추억이나 사랑은 돈으로 살 수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렇게 나는 추억 부자 그리고 사랑 부자가 되었고 매일매일 부자로서의 삶을 즐기며 아름다운 봄날을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작가님들과 구독자님들도 모두 본인의 삶에 부자가 되시길 바라며 참 소중한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살포시 가져 본다. 함께 행복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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