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을 혼자 살다가 결혼을 했고 결혼 후 우리는 매일 함께했다. 매일을 보아도 이 남자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한 번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팬데믹을 맞이하여 처음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몇 개월만 쉬다가 오라는 남편의 말에 옷도 몇 개 가져오지 않았는데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자 결국 나는 여름옷까지 사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만의 시간이 좋았다. 남편과 함께 있는 것도 좋지만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몇 년 만에 맞이하자 좋았던 것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래서 괜찮다고 생각했고 계속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 영원한 건 없다지. 혼자 있는 시간이 계속되고 힘든 일이 하나둘 씩 올라오자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화상통화를 하며 남편과 대화를 나누고 다시 만날 때까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잘 지내자고 파이팅을 했지만 그것도 약발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편의 온기가 그리웠다.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나를 꼬옥 껴안고 "괜따나 쟈기야"라며 토닥토닥해 주는 남편의 따스한 위로와 사랑이 필요했다. 나는 멘털이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애할 때에 하던 롱디(장거리 연애)랑은 많이 달랐다.
엊그제 남편에게 짜증을 냈더니 어제는 걱정이 되었는지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두 번이나 했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도 놀랜 모양이었다. 처음엔 좀 심각했지만 결국 우리는 또다시 웃었고 늘 그렇듯 마무리는 잘 자요 내 사랑, 사랑해요!로 했다.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남편의 상황이 백배는 더 힘든데, 그런 남편에게 투정 부린 내가 참 한심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렇게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주고 오히려 나를 걱정해주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되는 하루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몹시 피곤하고 힘이 쭉 빠지지만 내 편인 이 남자를 생각하며 컨디션 관리도 잘하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