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바댁 린다 Sep 08. 2021

내 눈물 책임져!


남편과 떨어진 지 9개월째 접어들자 이제는 매일매일 남편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는 게 일과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예전에 남편이 식물대를 만든 사진을 보고는 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핸드볼 선수 출신의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손도 가장 큰 남자가 옷장에서 자신의 소중한 반짇고리를 꺼내왔다. 그리고는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실과 가위를 꺼내놓고는 싹을 틔워 쑥쑥 자라고 있는 작은 식물에 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업중인 남편

커다란 손으로 이 작은 식물을 만지작하는 걸 보다가 나는 할 일을 하러 잠시 자리를 떠났다. 그랬더니 곧이어 남편이 나를 불렀다.


"자기, 빨리 와서 이거 좀 봐!"

남편의 작품

아주 큰일이나 한 것처럼  자랑스러운 듯 완성된 식물대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와 자기, 너무 잘했어. 자기 최고!"(엄지 척)


나의 칭찬에 남편이 으쓱해하며 말했다.


"자기, 이제 우리 식물이 더 잘 자라날 거야. 얼른 자라서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어."


언제 열매를 맺을지도 모르는 이 식물을 보며 우리 둘은 벌써부터 열매를 따 먹어보고 싶다는 행복한 소망을 상상했다.


그 사진을 보며 그때 그 상황을 생각하자 눈물이 쏟아져 버린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그리움의 눈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그리움이 서러움으로 변해버렸다. 남편을 생각하면, 남편의 이런 사진들을 보면 내 맘은 왜 이렇게 아리고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마냥 남편이 보고 싶어서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제도 지인이랑 얘기를 하다 남편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내 눈가가 촉촉해져 왔다.



남편의 영혼이 나에게 닿아버린 걸까?



자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울었어, 라는 말을 나는 남편에게 하지 못한다. 내가 울었다고 하면 천사 같은 내  남편은 짧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몹시나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떨어져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그런 괴로움을 남편에게 주기는 싫었다. 그래서 우리는 화상통화를 할 때마다 서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을 하며 별로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에도 엄청나게 웃어댄다.


함께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데 이 남자의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나는 건 대체 왜일까?


마치 전생에 빚을 진 것처럼 나는 남편만 보면 뭐든  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가끔씩은 의무감 같다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대체 우리는 전생에 무슨 관계였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눈물 책임져!라고 말하고 싶지만 영원히 그 말은 하지 않을 테다. 참 맑은 영혼을 가진 그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걸 보면 내 맘이 더 아플 테니.


지금도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서 눈물을 닦으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남편의 전화를 받으면 활짝 웃으며 눈물의 흔적은 모조리 없애버리겠지. 나를 웃게 했다가 울게도 하는 이런 내 사랑이 있어서 오늘도 힘을 내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