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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Sep 12. 2021

내 결혼의 롤모델


결혼한 지 25년이나 되셨다는데 두 분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다. 바라만 보아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우신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걸어 다닐 때에는 항상 손을 잡으셨고 남편은 아내에게 백허그도 자주 했다.


밖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오면 두 분이 함께 준비를 하였고 아내와 남편이 각자 할 일을 정해서 일에 전혀 잡음이 없었다. 지켜보는 내가 다 행복할 정도로 이 부부는 행복 그 자체였다.


결혼한 지 25년이나 되셨는데 저게 가능한 거야?


당시 싱글이었던 나에게 두 분의 모습은 싱그러운 충격이었다. 결혼해서 오래 살아도 이렇게 살 수 있구나, 라는 희망을 나에게 주신 것이었다. 그 두 분이 나는 참 좋았다. 그리고 나도 결혼하면 저분들처럼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그 부부는 내 결혼의 롤모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힘겨운 나의 노력으로 조단이가 한국에 왔다. 한국 생활이 한 달 지나자 나는 결혼을 결심하였고 조단이의 바람으로 야외결혼을 하기로 해서 혼자서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가 내 결혼의 롤모델인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


대표님, 제 결혼식에서 축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대표님은 흔쾌히 허락을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린다, 우리가 지금 파리인데 한국 가면 조단이랑 우리 집에 놀러 와요. 린다가 선택한 남자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해요.


그래서 조단과 함께 대표님댁에 방문드렸고 조단을 보자마자 대표님과 남편은 참 많이 좋아하셨다. 남편은 조단과 나는 대표님과 팔짱을 끼고 동네를 걷는데 대표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린다, 우리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하루도 안 빼먹고 하는 게 있어요. 침대에 누워서 자기 전에 "자기가 내 옆에 있어줘서 오늘도 고마워요, 사랑해요"를 말해요. 그런데 이걸 매일 하다 보니 정말 고맙고 사랑하게 돼요. 그러니 린다도 조단이랑 한번 해 봐요. 그리고 린다가 조단 같은 남자랑 결혼을 한다니 너무 기뻐요. 조단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네요. 린다, 너무 축하해요! 


대표님의 말씀을 들으니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왔고 대표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법을 전수받고는 굉장한 시크릿을 알게 된 것처럼 그 말씀 하나하나를 내 가슴에 고이 간직하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그 시크릿을 조단에게 말해 주었다.


조단도 대표님 부부를 만나고 오더니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며 감탄을 했더랬다. 그날부터 우리는 대표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잘 자요 내 사랑, 사랑해요!(뽀뽀 쪽)


아무리 피곤해도 이 말은 꼭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지금은 화상통화의 마지막에 이 말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나는 아직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아서 내가 감히 결혼에 대한 조언을 하기는 민망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부부끼리 그런 말을 어떻게 해, 라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체 왜 우리 사회 분위기가 이렇게 된 건지 몹시 안타까울 뿐이다.


부부니까 하는 거지 아니면 누구랑 그런 말을 한다는 건지...


나라 남편과 늘 좋기만 하겠는가! 밤새 심각한 생각을 해 본 적도 한 번 있었고 소소한 다툼도 있었지만 잠은 늘 함께 잤다. 방이 하나뿐이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지만 방이 여러 개여도 잠은 함께 자고 잠자기 전에 사랑한다는 표현은 계속해서 하려고 한다.


나에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비법을 알려주신 대표님은 역시나 나의 결혼식에서 너무나도 멋진 축사를 해 주셨다. 그 축사에 감동받아서 운 동생도 있었으니.. 그리고 축사의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셨다.


Qué linda!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혹은 멋진가!라는 뜻의 스페인어)


내 인생의 멘토는 없지만 내 결혼의 롤모델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며 오늘도 남편에게 속삭여 주어야겠다.



잘 자요 내 사랑, 사랑해요!



사진: 2017년 6월에 파리에서 대표님 부부를 우연히 만나서 걷다가 두 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찍은 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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