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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Sep 14. 2021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다 보면 낚시성 기사들이 갈수록 많아지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기사들이 있다. 바로 나이가 적힌 것들이다.


47세 돌싱, XXX, 이 언니는 늙지를 않네

XXX, 55세 안 믿기는 뱀파이어 미모

XXX, 쭉 찢어진 옆트임 원피스... 누가 이 몸매를 59세로 보겠어


국내뿐만 아니라 이런 건 해외도 마찬가지이다.


63대 마돈나, 20대 남친이 반한 동안 미모

데미무어, 60세 나이 무색한 수영복 자태 '어머나'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런 기사들을 매일 보다 보니 꼭 저렇게 나이를 적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얼마나 쓸 게 없으면 저런 걸 기사라고 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연예인들의 외모는 일반일들보다 당연히 더 우월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들은 외모가 생명이니까 당연히 늙어 보이지 않으려고 관리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저런 기사들이 나오니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조차도 조금이라도 덜 늙어 보이기 위해서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쿠바에서는 크림도 없어서 안 바르던 내가 한국에 와서는 맨 먼저 천연 오일로 피부관리부터 시작했으니 말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거다.


우리 사회는 나이로 규정을 짓는 게 참 많다. 그리고 그 나이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일을 보면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곧바로 뉴스거리가 된다.






나는 X세대이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태어났고 자라면서 디지털 세상을 맞이해서 어찌어찌 맞춰 살았는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는 걸 경험하고 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태어난 나는 한 번씩 참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적인 삶을 경험해 보지 못한 어린 친구들은 그게 좋은 세상인지 나쁜 세상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모든 게 손가락 하나로 쉽게 컨트롤이 되는 지금이 좋을 수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어릴 적에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사촌들이랑 강에 가서 고디(다슬기)를 잡았고, 겨울에는 짚단을 깔고 미끄럼을 탔으며 삼촌이 만들어주신 썰매도 탔었다. 평일에는 방과 후에 동네에서 친구들이랑 고무줄놀이나 오자미 혹은 공기놀이를 했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 혹시나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으면 장난꾸러기 남학생이 슬쩍 와서 가위로 고무줄을 끓고는 재빨리 도망을 갔고 여학생들은 화를 내며 그 남학생을 잡으러 다녔던 그때. 그때는 아토피가 뭔지 면역력을 강화해야 하는 게 뭔지 모른 체 그냥 친구들과 부대끼며 흙 속에서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내가 쿠바라는 시간이 멈춘 나라에 갔던 것일까? 길거리에 나가면 아이들이 소복이 모여 어릴 적 나의 오빠가 하던 구슬치기랑 딱지치기를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맨발로 나와서 남녀 아이들이 공을 차면서 깔깔대며 웃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낭만이 있는 그곳.






그곳에 살면서 내가 놀란 게 하나가 있는데 바로 나이 혹은 나이 차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길거리를 가다 보면 엄마뻘 되는 여자랑 손을 잡고 걷는 젊은 남자들 그리고 아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편인 그런 커플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한 번은 친구 집에 놀러를 갔더니 그녀와 함께 공부를 하는 어린 친구가 와 있었다. 내 친구는 50대 후반에 미국에 장성한 아들이 있는 아줌마였고, 함께 공부를 하는 그녀의 친구는 20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손가락에는 결혼반지가 끼어져 있었고 결혼을 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남편은 40대여서 그녀와 스무 살이 넘게 차이가 났는데 그녀에게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20대 초반이었지만 똑소리가 나며 정신연령은 거의 나와 비슷해 보이던 그녀는 남편을 아주 사랑했다. 나이가 열 살 차이가 나든, 스무 살 차이가 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니까.


그런데 그녀만 그런 게 아니라 쿠바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에 대해서 우리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너 몇 살이야?라는 질문은 쉽게 하지만 그건 그냥 궁금해서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그래서 쿠바에서는 나와 남편의 나이 차이가 대수롭지가 않았다. 한국에서의 반응처럼 핫하지가 않다는 거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했고 그 사랑의 결과로 결혼을 한 것 그뿐이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그곳에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랬다.


그들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거였다.


모든 사회의 분위기가 다르고 규정하는 것도 다르고 사람들의 성향이 다르니 그 다름은 충분히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많은걸 나이로 규정짓고 어리면 이게 안되고 나이가 들면 이건 해야지 하는 고정관념에 벗어나야 나와 사회의 발전에 좀 더 자유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P.S. 머릿속이 복잡한 지 오늘 글은 횡설수설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한 달 동안 매일 아침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올리겠다고 저와 약속을 해서 발행하는 글이므로 그저 가볍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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