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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Oct 02. 2021

제발 개꿈이 아니길


제정신이 아닌듯하다. 눈이 따가워서 눈물이 나오고 온 몸이 무겁다. 간밤에 잠을 설쳤다. 분명 나는 자고 있는데 밖에서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들리고 안 꾸던 꿈까지 꾸었다. 무슨 일이지? 나는 잠을 잘 자는 편이라 보통은 꿈을 꾸지 않고 하얀 백지 속에서 자고 일어나는데 꿈, 그것도 피가 나오고 괴물이 나오는 해괴망측한, 나로서는 말도 안 되는 꿈이라 개꿈인 듯했다.


등장인물이 아주 많았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는데 유명인,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한국사람, 외국사람 모두 섞여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애랑 그녀의 친구들도 있었다. 그 아이를 오랜만에 보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려 칭찬을 해 주었다. 장소는 어느 커다란 목조건물의 주택이었다. 아마도 미국인 듯 했다. 남자와 여자 방이 나누어져 있고 침대들이 쭉 놓인 방에서 여자는 여자끼리(내가 싫어하는 아이는 다른 방이었다), 남자는 남자끼리 누워있는데 이미 괴물이 한 차례 휘젓고 간 상태여서 모두들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괴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사람들이 죽었고 옷이 찢겨 있었으며 피가 낭자했다. 괴물이 다시 올 텐데 어쩌지? 각자 죽지 않기 위해서 방법을 찾고 있었다.


남자들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애도 있었는데 그에게 잘 보이려고 는지 나는 요상한 옷을 입고 다른 여자애들과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겁에 질려 긴장한 표정의 남자들이 여자들의 방에 와서 상자 같은 게 있으면 모두 가져갔다. 괴물이 조금이라도 빨리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상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남자애가 침대 아래에 둔 내 화장품 가방을 가져갔다. 화장품 가방이 없어진 걸 알고는 그 가방을 찾아 나섰다. 맨 마지막에 여자 방에서 나간 남자애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가져가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째려보며 욕을 하자 겁에 질려 그 전 남자애가 가져갔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그 애를 찾아가서 내가 말했다. "수홍아, 내 화장품 가방 내놔."


수홍이가 왜 나오니 거기서? 설마 박수홍? 겁이 많아서 호러 영화는 본 적이 없을 정도인데 이런 괴기영화 같은 꿈을 내가 꾸다니! 좀비 영화를 봐서일까? 무서운 내용이라 식은땀까지 났는데 수홍아, 에서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그리고 그때 알람이 울렸다. 5시였다. 기분 좋은 꿈이 아니라 찝찝했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피를 보면 돈을 번다는 거였다. 지금 내 상황으로서는 그럴 일이 없는 듯한데 무슨 좋은 소식이 있으려나?


어떤 상황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을 찾으려는 게 습관이 되었는지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꿈에서조차 희망을 찾으려고 짜 맞추고 있다. 피를 보았으니 돈이 들어올 거라는 희망.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잠시나마 이런 희망을 가짐으로써 내 기분이 좋아진다면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내가 손해 볼 건 하나도 없으니까.


이렇게 잠을 설치고 나면 나는 다시 잠자리에 들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일어나서 글을 쓰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나의 글을 기다리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구독자들에게도 감사하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는 것, 마치 연애할 때의 그런 기분이다. 기다림은 설렘이니까. 그리고 설렘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진다. 그 희망으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하정우는 걷는 사람, 쿠바댁린다는 쓰는 사람.


계속 어깨가 아파서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30분 동안 상체만 하는 마사지인데 중국 교포인 여자 사장님의 손이 장난 아니다. 내 또래니까 경력도 오래되었겠지. 어깨가 아픈 이유는 목 때문이었다. 목을 만져주니 아프면서도 시원했다. 사장님의 약손이 거쳐가니 어깨가 아프던 게 사라졌다. 그런데 사장님이 칭찬을 해 주셨다.


"내 오랜만에 이런 몸을 만져봐요. 우리 가게에는 주로 2, 30대들이 많이 오는데 그 사람들 몸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알아요?"


어깨가 좀 뭉쳐있고 목에 근육은 많이 없지만 다른 손님들에 비하면  상태가 아주 좋다고 했다. 운동을 해서 그럴 거예요,라고 말을 하고는 일을 안 한다고 덧붙였다. 운동을 다시 한 지 2개월이 되어가고 예전에 없던 근육이 생긴걸 스스로 느꼈다. 게다가 신진대사가 원활해졌는지 먹는 양도 늘어났다. 어제도 마사지를 받고 집에 가는 길에 호떡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내 손바닥보다 큰 호떡 세 개를 사 와서는 다 먹었다. 내 계획은 하나만 먹고 나머지 두 개는 저녁에 먹는 거였는데. 게다가 저녁에 맥주에 감자튀김까지 먹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잠을 설치고 꿈을 꾼 것일까?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배가 고프지는 않다. 대신 오늘은 아침부터 희망을 먹었다. 간밤에 비가 많이 오던데 그럼 먼지가 씻겨 내려갔을 테니 오늘도 하늘이 참 예쁘겠지. 하늘이 예쁘면 가만히 있어도 희망이 생겨나니 오늘은 그저 좋은 날이 되겠다. 찝찝한 꿈을 꾸었지만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품고 오늘을 시작한다.


당신에게도 희망 가득한 날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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