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쿠바댁 린다 Mar 17. 2022

정체 모를 토시살 샐러드

"거기 주소가 xxx 맞나요? 제가 지금 문 앞에 있는데."

"잠깐만요. 금방 나갈게요."


재택근무를 하며 퀵 서비스에 우체국 등기를 자주 받는 나는 무슨 서류가 온 줄 알고 밖에 나가 보았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좀 전에 온 번호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지금 문 앞에 있는데 어디세요? 안 보이는데?"

"문 앞인데요..."

"주소가 뭐라고요?"


들어보니 지번이 잘못되었다.


"어머, 어쩌죠? 거기 아닌데.. 근데 물건이 뭐예요?"

"샐러드예요. 주문하신 분한테 전화했더니 이 번호로 하라고 해서 했는데 주소가 잘못됐네.."

"샐러드?"


나는 샐러드를 주문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보낸 것이었다.


"기사님, 어떻게 해요? 제가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친구가 힘내라고 보낸 것 같은데 주소가 잘못되었네요. 배달비는 추가로 제가 드릴게요. 죄송해요."

"아이고, 아니에요. 안 좋은 일도 있으신데 제가 가야죠. 500m 떨어져 있으니까 금방 갈게요."


근처까지 와서도 집을 못 찾으셔서 내가 골목 입구에 나가서 결국 배달 기사님을 만났고 성격이 좋아 보이는 기사님이 웃으시며 오토바이에 앉아서 샐러드를 건네주었다. 그 모습에 나도 허리를 꾸벅 숙여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고 기사님은 미소를 날리며 멋지게 떠나셨다.


샐러드가 든 봉투를 받아서 집에 왔다. 영수증이 붙여져 있는데 보낸이가 누군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순간 에린이가 생각나서 연락했다. 얼마 전에 힘내라며 커피랑 샌드위치를 보내주었기에 에린이가 또 보낸 거라고 생각했다.


"에린아, 너가 샐러드 보냈지?"

"언니, 이번에는 나 아닌데. 나 방금 치과에서 나왔어."

"아, 그래? 그럼 대체 누구지?"


'새로 이사 온 집 주소를 아는 이가 별로 없는데, 게다가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걸 아는 이도 거의 없는데 대체 누가 내가 힘든 걸 알고 천사처럼 샐러드를 보냈을까?' 


샐러드 사진을 찍어 이걸 보낸 천사를 찾는다고 SNS에 포스팅을 했다. 얼마 후 절친에게서 전화가 왔다.


"린다야, 내가 토시살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그게 없다고 하더라고."

"토시살 샐러드가 왔는데?"


<어쩌다 쿠바>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조단이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밥을 사주었고, 쿠바에서 첫 번째 맞이하는 생일 때 선물로 부티크 호텔 일박을 선물해준 절친이었다. 친구에게 물었다.


"너 오늘 내 브런치 글 읽었어? 조단 못 오는 거 알고 나  위로하려고 샐러드 보낸 거야?"

"아니, 네 글 안 읽었는데. 그냥 오늘 왠지 보내주고 싶어서 보낸 거야."

"대박이다! 텔레파시가 통한 건가? 뭐야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예전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해외에 있으면서 한국에 살던 나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전화를 해서 별 일이 없냐고 묻던 사람.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면 상대의 아픈 마음이 느껴지는 건가? 어떻게 그럴 때마다 전화를 하는지 참 신기했다. 그 전화를 받으면 나는 또 힘이 났다.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이 일어났던 그날은 심지어 그 사람이 한국에 도착해서 직접적으로 나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나는 빠른 회복을 할 수가 있었고.


내 친구가 나를 정말 많이 생각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못 온다고 해서 너무 속상했는데,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받으니 다시 기운이 났다. 이렇게 불쑥 의문의 샐러드를 보내준 친구가 참 멋져 보였다. 나도 언젠가 친구가 힘들어하는 게 느껴지면 깜짝 선물을 보내어 친구에게 선물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삐용삐용 열심히 텔레파시를 작동시켜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살아있음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