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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May 25. 2020

코로나와 함께 사라지다

엄마 아빠 이야기



[엄마 이야기]


’까똑’


누구지? 하고 확인해보니 엄마였다.


딸 100만 원 입금했데이 작지만 생활비 보태써레이


긴급재난금 얘기가 나오자 엄마는 그 돈을 받으시면 나에게 보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 왜 그 돈을 나한테 주시냐고, 엄마랑 아빠가 그동안 외출도 못 하시고 고생 많이 하셨으니 그 돈으로 맛난 거 사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내가 한 요리 사진들을 여러 장 보내 드리고는 난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걱정 하나도 안 하셔도 된다고 하였다.

어제 또 엄마가 카톡으로 돈을 보내주시겠다고 해서 괜찮다고 보내시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는 대한민국 반대편에서 백수로 살아가는 내가 너무 안타까우신지 결국 백만 원을 보내신 것이다. 이왕 보내신 거니까 감사히 받는 게 좋겠다 싶어서 엄마께 답장을 보내 드렸다.


엄마, 너무 고마워 잘 쓸게(하트)

역시 엄마밖에 없네ㅎㅎㅎ

사랑해요(요건 이모티콘으로)


그러자 엄마가 이렇게 회신을 하셨다.


그래 맛있는 것 해 먹어라 고기도 사 먹고


아, 순간 ‘엄마, 여기 요즘 고기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라고 할 뻔했다. 그 말을 들으시는 순간 눈만 뜨면 자식 걱정이신 엄마는 이제 잠도 더 못 주무시고 내 걱정을 더 많이 하실 거라는 건 안 봐도 비디오였다. 그래서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엄마랑 아빠도 맛난 거  좀 드셨냐고 여쭤봤다. 그랬더니 요새 아빠가 너무 좋아하시는 통닭을 시켜 드셨다고 했다.(뒤늦게 후라이드 치킨에 퐁당 빠지신 귀여운 울 아빠) 그러면서 엄마 맘은 더 많이 주고 싶지만 그게 맘대로 잘 안된다며 미안해하셨다.


엄마는 왜 늘 나에게 미안해하실까?


결혼할 때에도 엄마는 나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하셨다. 오빠들에 비해 나에게는 해 준 게 없다고 늘 생각을 하시는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도 엄마는 서울에 올려오셔서 한복도 맞춰주시고 이것저것 하는데 보태라며 돈을 보내주셨다.

이십 대도 삼십 대도 아닌 사십 대 중반에 결혼하면서 엄마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영 맘에 걸렸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엄마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떨쳐 버리실 것 같았다.(미안해하시는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그래서 엄마가 주신 돈은 고맙게 잘 받아서 남편 팔찌랑 시계도 사주고 예복도 맞춰주었다. 남편에게는 엄마가 해 주신 거라는 걸 확실히 밝혔다. 그러자 인사성이 밝은 남편은,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 최고예요. 어머니 사랑해요!”라고 하며 어색한 한국말로 인사드리는 걸 잊지 않았다. 남편의 애교에 무뚝뚝한 엄마도 하하하 웃으시며 흐뭇해하셨다.







[아빠 이야기]


어제 아빠로부터 카톡 한 통을 받았다.


사랑하는 내딸 HJ아! 아빠8순때는 한국에 와서8순잔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것 같은데 말뜻은 좋으나 시대상황에 맞게 처리하는게 옳다고 생각하여 우리 친구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8순 잔치를 보류 하는 것으로 넘어가니 마음으로만 크게 받을게! 건강 잘 챙기고 좋은 나날 되기를 바란다 내딸 HJ야! 건강조심해!


그 전날 아빠께 팔순 때 한국 가서 맛난 음식을 해 드리겠다고 하자 ‘세계적인 코로나가 소멸될 때까지는 안 오는 게 좋겠다’라고 답장을 보내셨다. 하지만 그 카톡을 받고도 엄마께 올 팔월에 아빠 팔순 축하드리러 한국을 가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아빠한테 말씀을 드렸고 그러자 아빠가 다시 카톡을 보내신 것이었다. (참고로 엄마와 아빠 카톡은 문법은 무시하시고 내용만 보시길 바랍니다)


‘백신이 나오기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해결이 안 될 텐데 그럼 아빠 팔순 때에 한국에 가려고 했던 내 계획은 이대로 무산이 되겠네...’


하며 남편에게 슬프다고 얘기를 했다. 남편은 슬프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며, “자기, 아직 시간이 있잖아. 쿠바에서도 열심히 약을 만들고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 지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좀 기다려 보자.” 고 하며 나를 다독거렸다.


생각해보니 아빠 말씀이 백번 맞았다. 내가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가면 멕시코나 러시아를 거쳐서 갈 터인데 그 나라들은 아직도 코로나가 한참이며 8월에도 어찌 될지 모를 일이다. 마스크를 쓰고 한국에 도착해서 음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2주간 격리를 집에서 해야 하는데 그때 연로하신 엄마 아빠가 나로 인해 안 하셔도 되는 고생을 하셔야 하고 또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실까?


나도 젊은 층이 아니라(마음은 청춘!) 불안한 마음에 60일 넘게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발을 안 내딛고 있는데, 하물며 70,80대인 부모님은 코로나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으니 걱정을 하시고 철저히 예방을 하시는 게 아주 당연하다. 엄마는 ‘병 걸려 죽을까 봐 얼마나 신경 쓰는데 조금만 몸이 불편해도 참을성이 없어서 옆에 사람 못살게 하는지’ 하고 또 아빠 흉을 보셨다.(아빠 흉보시는 게 엄마 낙이다)


아빠는 원래 본인 몸을 잘 챙기셔서 엄마가 아주 얄미워하지만(본인만 챙기시고 엄마는 안 챙기신다고ㅋㅋ) 나는 아빠가 잘 챙기시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엄마랑 얘기를 더 많이 하면서도 난 늘 아빠 딸이라고 소문내고 다녀서 엄마가 서운하신 마음에 아빠가 더 얄미우실 수도:-)






두 분 다 연세가 드시니 예전에 비해서 막내딸을 더 많이 보고 싶어 하시며 늘 걱정하시는데 그렇게 보고 싶은 딸에게 오지 말라고 하시는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실까! 아빠는 내가 쿠바에 가서 살 거라고 말씀드렸을 때, “아이고, 난 이제 어떻하노!” 하시며 털썩 주저앉으셨고 엄마는 지금도 울먹이신다. 그러면서 아직 긴급 재난금을 받지도 않으셨고 또 두 분만 계신지라 60만 원을 받으신다고 하신 엄마는 나에게 미리 100만 원을 보내셨다. 숫자 딱 떨어지게 엄마 돈을 보태어 보내신 것이었다.


생일날엔 최고로 잘 먹어야 한다며 맛난 거 사 먹으라고 돈 보내 주시고 사위 생일이라고 돈 보내 주시고 결혼기념일이라고 돈 보내 주시면서도 늘 많이 못 보내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는 울 엄마.


이런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지구 반대편이지만 아직도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고맙고 또 고맙다. 나이 들면 들수록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은 결국 엄마 아빠 뿐이라는 건 나 말고도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일테다...


아빠 팔순 때 멋지게 한 상 차려 드리겠다던 계획은 이제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아빠 말씀대로 상황이 좋아지면 편안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오랜만에 만나 아빠가 좋아하시는 통닭구이도 시켜 먹고 엄마가 해 주시는 갈치구이(나와 남편 최애 음식)도 먹고 싶다. 그리고 엄마랑 김치도 담그고 밥솥으로 케이크도 구워 드려야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일해서 먹고 살만해지면 예전처럼 엄마 아빠께 용돈 많이 드릴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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