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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un 20. 2020

그래서 저는 장 보러 멕시코에 갑니다.-제9화-

멕시코에서 치맥에 축구 경기라뇨!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희 다녀왔습니다.


아 선생님, 잘 다녀오셨어요? 고생 많으셨죠?


슬리퍼를 갈아 신은 두 어른 남자가 거실로 들어오시자 나도 인사를 했다. 사장님이 나를 쿠바에서 장 보러 오신 언니라고 소개해 주었다. 그러자 커피 선생님은 예전에 쿠바 갔을 때 추억을 잠시 떠 올리셨다. 요즈음 쿠바를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금은 옛날만큼 그런 정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셨다. 그리고는 덧 붙이셨다. 돈 많이 벌어서 다시 쿠바에 오실 거라고. ‘돈 많이 벌어서’라는 말에 나는 대 찬성을 하며 그때 쿠바에 오시면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 움하하


커피 선생님은 완전 동안이셨다. 분명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셔서 ‘내가 나이를 잘 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선생님이라는 말에서 연상이 되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다. 동그란 철제 안경을 보통 사람들보다 좀 더 높은 콧대에 걸친 그는 약간 찰랑일 정도의 갈색 머리칼을 가진 마른 체형의 소유자였다. 안경 속으로 보이는 그는 어쩌면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하신 대표님(명함에 ‘대표’라고 적혀 있었다)은 커피 선생님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중년 남성이셨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전라도 출신들은 사투리를 별로 사용하지 않아 나는 전라도 사투리랑 서울말의 차이를 잘 몰랐었다. 그런데 이 대표님 덕분에 전라도 사투리를 처음으로 찐하게 경험하게 되었다.


커피 선생님은 말씀이 별로 없으셨고 딱 필요한 말씀만 하셨다. 그것도 다른 사람 눈치는 전혀 안 보시고 시크하게. 자신의 세계가 분명한 분임이 확실했다. 그래서 성격이며 분위기가 극과 극으로 달라 보이는 두 분이 대화를 나누시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볼수록 저 두 분이 같이 다니신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은 커피 때문에 함께 볼 일을 보러 오신 거였고 커피 서열로는 커피 선생님이 당연히 높으니 연장자인 대표님도 함부로 못 하시는 듯했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더할 나위 없이 당당한 커피 선생님이 쫌 멋있어 보였다.


다음 날 밤 비행기로 떠나신다는 두 분은 민박집에 맡겨두셨던 가방을 꺼내어 물건 정리를 하시기 시작했다. 이번에 심사하러 가셨던 나라에서 사 오신 물건들의 부피가 꽤나 커서 가방정리에 고민을 하시는 모습을 나는 식탁에 앉아서 구경했다. 일단 내일 하루가 더 있어서 대충 정리를 하시고는 예약해 두신 트윈룸에 가셔서 잠시 휴식을 취하셨다. 저녁이 되자 두 분은 근처 일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오겠다며 나가셨고 돌아오실 때에 커피 선생님의 손에는 술 한 병과 과일봉지가 들려 있었다.






이번에는 일정이 넉넉하다는 생각에 나는 또 여유를 부리면서 그날도 딱히 쇼핑을 하러 나가지 않았다.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인터넷 바다에 풍덩 빠져서 인터넷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었던지라 쿠바에서는 VPN이 없으면 애플리케이션 다운이 안 되고 업데이트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과 노트북에 있는 모든 업데이트 및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설치는 3개월마다 멕시코에 와서 하는 행사 같은 게 되어 버렸다. 


내 핸드폰의 메모란에는 [멕시코 쇼핑 목록 및 할 일]이라는 제목의 메모가 있는데 멕시코에서의 할 일이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적어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멕시코에 와서 적어 놓은 게 하나씩 달성되면 옆에다가 OK를 쓰면서 흐뭇해했다. 작년 6월 내역을 보니 ‘브런치 작가 신청’이 메모에 있었다. 그때는 쿠바의 인터넷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안 좋을 때여서 작가 신청을 멕시코에 가서야 했었다. 그러고 보니 다음 주면 그 설레던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일 년이 된다. 난 아직도 글쓰기 초보인데 벌써 일 년이라니! 아무튼 감회가 새롭다.


핸드폰 메모란에 적혀있는 목록들


커피 선생님과 대표님이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시자 우리도 각자 알아서 저녁을 먹었다. 지훈이는 배가 별로 안 고프다며 슈퍼에 가서 사 온 과일을 먹었고(지훈이는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았다) 밴쿠버에서 온 동생도 알아서 먹겠다고 했다. 나는 당연히 민박집에서 사장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커피 선생님과 대표님이 저녁을 드시고 숙소로 돌아오시자 식탁에 앉아 있던 우리는 커피 선생님이 사 오신 술과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참, 커피 선생님이 사 오신 과일 중에 수박이 있었는데 쿠바에서 연핑크 빛에 씨가 반인 별로 달지 않은 수박을 먹다가 거의 붉은색에 씨도 별로 없는 달달한 수박을 먹으니 온 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꼭 한국에서 먹던 달달한 그런 수박 같았다.(물론 한국 수박이 달기로는 갑 중의 갑이다!)


커피 선생님은 커피만 마시고(일 할 때만) 술은 안 마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외출하셨다가 숙소로 돌아오실 때는 사장님과 다른 투숙객들을 위해서 꼭 저렇게 술이나 먹을 걸 사 오신다고 사장님이 귀띔해 주었다. ‘까칠해 보이는데 이런 정스러운 면이 있었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찰나에 사장님이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내일 한국과 멕시코가 축구를 하는데(유소년 축구 세계 선수권 대회 인가 그랬다) 저희는 소나로사에 있는 ‘비어가든’에 가서 보기로 했어요. 함께 가실 분 계세요?


사장님이 가면 나는 자동으로 따라가는 거였고 다 들 딱히 다음 날 오전 계획이 없었던지 지훈이랑 커피 선생님 일행도 함께 가시겠다고 하셨다.


밴쿠버에서 온 동생은 그날 밤 비행기로 밴쿠버에서 친구 한 명이 멕시코에 도착한다며 다음 날 친구랑 놀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 밤에 친구를 마중하러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우리는 친구가 애도 아닌데 뭔 마중을 나가냐고 했더니 친구가 너무 귀여워서 자기가 가서 안전하게 데려와야 한다고 했다. 응? 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조심히 다녀오라며 그녀를 보내었고 몇 시간 후 함께 민박집에 도착한 친구는 정말 귀여웠다.


어쩜 작아도 저렇게 작을 수가 있는지!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면 좋겠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밴쿠버 동생 둘은 뭐가 그리 좋은지 둘이 눈이 살짝 마주치기만 해도 배를 잡고 깔깔깔 대며 그렇게 웃었다. 쉴 새 없이. 그런 순수하고 건강한 웃음은 참 오랜만이어서 듣는 나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비어 가든’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특히 이 곳에서 판매를 하는 후라이드 치킨은 마치 한국의 치킨 같아서 아주 인기가 좋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 기간 동안 배달을 하면서 인기가 엄청 많았다고 들었다. 오픈 가든 바에서 치맥이라니! 가기 전부터 기대되었다.


게다가 비어 가든이 있는 소나 로사 지역은 한국 식당들과 식료품 가게들이 있는 곳이어서 사장님과 나는 축구를 보고 나서 한국 식품 쇼핑을 하기로 했다. 완벽한 계획이었다. 


우리는 총 6명이었다. 2대의 우버에 나눠 타고 거의 동시에 비어가든에 도착을 했다. 겉에서 봐도 위엄이 느껴지는 그곳의 내부는 들어가는 순간 내 입에서 우와~라는 소리를 자아내며 두리번두리번거리게 했다. 마치 시골에서 갓 상경해서 높은 건물을 보고 감탄하며 두리번거리듯이 말이다. 시크한 커피 선생님은 그닥 감탄을 표현하지 않으셨고 그냥 음 괜찮군... 이런 분위기였다. 역시 달랐다!


비어가든은 아주 넓었다. 가운데가 뻥 뚫린 그곳의 곳곳에 대형 TV 스크린이 설치가 되어 있어서 함께 축구경기를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픈 가든답게 초록 초록한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좋은 위치에 이렇게 멋진 곳을 한국인이 운영한다고 하니 괜히 자랑스러웠다.(누군지도 모르면서)


우리보다 먼저 오신 한국 분들이 꽤나 많으셨다. 한인회에서 김밥과 신라면을 준비하셨다며 와서 하나씩 가져가라고 하셨다. 우왕 감동! 한인회가 이런 것도 하다니!(쿠바에는 한인도 별로 없고 한인회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들 민박집에서 아침을 배불리 먹고 온 터라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공짜로 주는 신라면과 김밥을 마다할 순 없었다. 게다가 한인회에서 우리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게 아닌가!


부른 배를 조금이라도 꺼 주려고(또 먹어야 하니까)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서 컵라면과 김밥이 놓여 있는 곳으로 갔다. 컵라면 비닐을 하나씩 벗기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리고는 김밥과 컵라면을 하나씩 날랐다. 사장님과 지훈이도 같이 날랐다. 컵라면을 각자 앞에 하나씩 놓았다. 나는 도저히 라면은 먹을 수 없는 상태여서 컵라면은 패스하고 정성 가득 김밥만 입가심으로 몇 개를 먹었다. 왜 내 배는 작아가지고 남들 다 먹는 컵라면도 못 먹고... 엉엉... 살짝 억울하려고 했다. 아닌가? 내가 아침을 남들보다 많이 먹었나? 그렇게 생각하니 좀 안심이 되었다.


멕시코 한인회에서 준비한 정성 가득 김밥과 컵라면


정신없이 바빠 보이는 멕시코 언니가 드디어 우리 테이블에도 주문을 받으러 왔다. 후라이드 치킨으로 유명한 데라 당연히 후라이드 치킨과 감자튀김을 시키고 맥주는 인당 한 병씩 주문했다. 아침부터 치맥에 감튀라니! 난 이런 게 참 좋았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그런 것... 점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가족들이 꽤나 많았다. 멕시코 시티에 사는 한인들은 비어가든에 다 모인 것 같았다. 너무 귀여워서 축구 보는 내내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도 있었다.


멕시코에서 젤 맛난 후라이드 치킨


축구는 역시 재미있었다. 그리고 함께 보는 축구는 더 재미있었다. 초반에 한국이 한 골을 넣어 우리 모두 흥분해서 곧 이길 것처럼 긴장을 놓았더니 그다음부터는 멕시코 팀이 골을 빵빵 터트려버렸다. 다 들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그 설마가 현실이 되어 결국 멕시코의 승으로 끝이 나 버렸다. 좀 허무하기도 했지만 모두들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박수를 치고 일어났다. 결승전까지 올라간 자체가 이미 대단한 거였다. 한국이 이겼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나는 승부보다는 다 같이 모여서 축구를 보고 치맥을 마시며 무언가를 함께 공감하는 그 분위기가 더 좋아서 아주 만족했다. 


참, 계산은 커피 선생님과 함께 오신 대표님께서 쿨하게 하셨다. 그래서 대표님께 내가 말씀드렸다.


아 뭐예요 대표님, 진작 말씀하셨으면 맥주 한 병 더 마시는 건데.. 안타까워요!


그러면서 고맙다고, 너무 맛나게 잘 먹었다고 말씀드리면서 우리는 함께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축구가 끝나자 우리는 비어가든을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한인마트로 향했다. 오늘의 목표는 OK 마트! 3월에 왔을 때 한국 식료품점 여러 군데를 쫙 다 돌았는데 마트별로 저렴한 품목 혹은 맛있는 음식이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가격이며 물건 종류를 꼼꼼히 비교해보니 물건 종류도 좀 더 다양하고 내가 주로 구입하는 물건들의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저렴했던 OK 마트가 가장 좋았었다. 그래서 이제는 시간도 절약할 겸해서 여러 식료품점을 가지 않고 그냥 OK 마트에서 다 구매를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가방을 두 개 가져왔으니 마음 편하게 쇼핑을 해야지. 일단 한식의 기본인 장류부터 시작했다. 진간장 1.8리터짜리 큰 통을 시작으로 된장 1킬로짜리 중자, 고추장 대자, 고춧가루 큰 봉지, 국 간장, 멸치 액젓, 새우젓, 굵은소금을 하나씩 바구니에 담았다. 가방이 하나 일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거기에 건미역, 한방 삼계탕 재료와 고민을 거듭한 국수 두 봉지도 추가했다. 수타 짜장면, 떡볶이도 사고 싶었지만 그것까지는 무리일 것 같아서 넣지 않았다.


바구니가 꽤나 무거웠고 더 이상 담을 데도 없어서 일단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 옆에 보니 찰떡 아이스 같이 생긴 아이스크림이 있길래 다 같이 먹으려고 하나 사고 두부도 한 모 샀다. 참, 소주도 한병 넣었다.(선물용) 계산을 다 하고 봉지를 들고 낑낑대며 나오자 금세 지훈이가 “누나, 제가 들게요.” 하더니 그 무거운 봉지를 나에게서 빼앗아갔다. “지훈아, 괜찮아. 내가 들면 돼” 하고 말을 하면서 나는 봉지를 이미 지훈이 손으로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됐네 됐어!


나도 사장님도 장을 다 보자 사장님이 우버를 불렀다. 차가 오는데 몇 분이 걸린다고 표시가 나왔다. 그 틈을 이용해서 나는 OK 마트 옆 신발가게에 들어가 보았다. 노란색 슬리퍼가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었다. 신어보았더니 딱 맞았다. 다른 색깔도 있었는데 노란색이 역시 젤 예뻤다.


난 칼라를 아주 사랑해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핑크 다 좋아한다. 각종 상큼한 칼라를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노란색이 그렇게 좋아졌다. 그래서 자꾸 노란색을 보면 자연스레 눈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가격도 착했다. 만 이천 원. 우버가 곧 올 거라 흥정은 생략했다.(너무 저렴한 건 흥정 하기도 민망하다) 깔끔히 돈을 지불하고 개선장군처럼 가게를 나와서 사람들에게 새로 산 슬리퍼를 자랑했다. 다 들 예쁘다며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 여름 내내 그 슬리퍼를 신었더니 뜨거운 태양에 고무가 늘어났는지 이제는 발가락이 쑤욱하고 너무 나와버려서 걷기가 힘들어 못 신고 있다. 역시 가격은 정직했다.


커피 선생님과 대표님은 잠시 어디 들렀다 오신다며 따로 가셨기에 사장님 커플과 지훈이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우버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숙소에만 있기 아쉬웠다.


내가 커피 한잔 살 테니 우리 구아뽀 카페로 가 볼까요?


사장님이 일전에 집 근처에 예쁘고 커피도 맛난 카페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모두들 내 쇼핑을 도와준 터라 고마운 마음에 커피 한잔으로 보답을 하고 싶어서 그곳에 함께 가자고 제안을 했더니 다 들 좋다고 했다. 근처에 빨래방이 있다며 남자 사장님과 지훈이는 빨래를 맡긴다고  빨래를 들고 앞으로 빨리 걸어갔고 나와 여자 사장님은 끊이지 않는 수다를 떨면서 구아뽀(guapo, 잘 생긴 혹은 잘 생긴 남자) 카페로 천천히 걸어갔다.


깜찍한 구아뽀 카페와 카페 라떼


한국에서 카푸치노만 마셨던 나는 이 곳에서는 카페 라떼를 주문했다. 카페는 작고 귀여웠고 카페 앞쪽 도로 옆에 테이블이 두 개가 있었다. 그중 하나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고 카페 라떼를 마시며 한적한 토요일 오후의 여유를 만끽했다. 날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맛난 카페 라떼도 한 잔 했겠다 룰루랄라 하면서 숙소로 돌아오니 커피 선생님이 라볶이 세트를 사 가지고 와서는 우리에게 먹으라고 주셨다. 내용물이 엄청났다. 들어보니 꽤나 비싼 라볶이였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라볶이


까칠해 보이는 커피 선생님의 매력은 이런 거였다. 우리는 감동해서 같이 먹자고 했더니 본인은 배 부르다며 드시지 않았다. 오전에 비어 가든에 가면서 커피 선생님과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예상대로 역시 보통 분은 아니셨다. 한국 대기업에서 아주 잘 나가시다가 어느 날 커피에 홀딱 빠져서 월급 꼬박꼬박 많이 잘 나오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는 외국에 가서 제대로 커피 공부를 하면서 밑바닥부터 시작을 하셨다고 했다. 한 가지에 꽂히면 지독하게 파고드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셨던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커피에 특출한 재능도 있는 듯했다.


한적한 토요일 오후가 그렇게 흘러가고 커피 선생님과 대표님이 떠나시는 저녁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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