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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un 28. 2020

그래서 저는 장 보러 멕시코에 갑니다.-제15화-

역시 쇼핑은 쉬운 게 아니었어!


수요일 아침이 되었다.

일어나 보니 아랫입술에 조금씩 생겨나던 수포 같은 게 좀 더 커져 있었다. 월마트를 다녀오고 나서 생긴 수포였다. 쇼핑 외에 딱히 하는 게 없었고(먹는 건 제외) 쇼핑도 쉬엄쉬엄 한다고 했는데도 샌들 혹은 슬리퍼를 신고 너무 많이 걸은 데다가(멕시코에서 최대한 물건을 많이 담아 오기 위해서 쿠바에서 신고 간 샌들 이외에 운동화는 따로 가져가지 않았다.) 새벽까지 인터넷을 하느라 잠까지 설치다 보니 내 몸이 많이 지쳐 있었던 모양이었다.


생각을 해 보니 멕시코에 오기 전부터 집 문제 때문에 계속 신경이 예민했었다. 게다가 멕시코로 출발 하기 며칠 전에는 한국에서 동생 한 명이 쿠바에 와서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너무나도 반가운 손님이었지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랬더니 이 모든 게 쌓이고 쌓여 극도로 피곤하면 올라오는 수포가 입술에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을 했던 것이었다. 어쩐지 간질간질 하더라니! 화장품 가방에 넣어 다니는 연고를 꺼내어 발랐다.


조식을 먹기 위해서 거실에 나갔더니 다 들 “언니 입술이 왜 그래요? 괜찮으세요?” 하면서 걱정을 해 주었다. “그러게, 별로 한 것도 없는 데 왜 이러지?” “언니, 쇼핑하는 게 보통 피곤한 게 아니에요.” “그런 거 같아. 설렁설렁한 것 같은데도 내 몸은 힘들었는가 봐. 나이 먹더니 면역력도 떨어졌나? 하하하”


그래도 밥은 맛있게 다 먹었다. 밥이 보약이니 밥이라도 잘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밥이랑 국뿐만 아니라 반찬도 싹 다 긁어먹었다. 그러고 나서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라는 생각을 하고는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민박집 거실에는 그동안 손님들이 두고 간 책들이 꽤 있었기에 책을 좀 읽어보려고 그중 세 권을 뽑아 들고는 침대로 갔다. 그런데 인터넷이 잘 되는 멕시코에 있어서 그런지 책을 몇 장 읽고는 결국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날은 밴쿠버에서 온 아주 작고 귀여운 동생(먼저 왔던 친구는 벌써 떠났음)이 떠나는 날이었다. 아주 살갑고 지훈이에게도 오빠 오빠 하면서 잘 따랐던 동생이었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지훈이와 도영이와 셋이 기념사진을 찍고 카톡도 주고받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녀가 떠나자 무슨 바통 터치라도 하듯 도영이만큼 혹은 좀 더 깜찍한 다른 매력의 여동생이 민박집에 도착을 했다. 


새로 온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언니,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했다.(그녀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히 들린다) 대학교에서 휴학을 하고 멕시코에 스페인어를 공부하러 왔다고 했다. 조그많고 긴 파마머리를 한 이 동생의 이름은 효은이었다. 그녀는 지훈이처럼 얼굴이 하얬다.(내가 너무 까매서인지 한국에서 갓 도착한 동생들은 모두 얼굴이 아주 새하얗게 보였다.) 무슨 말만 하면 까르르르 웃는 효은이 덕분에 민박집에 아주 활기가 넘쳐났다. 윤희와 마찬가지로 효은이도 장기 숙소를 구할 때까지 민박집에 있는다고 했다.


그 날 나는 온전히 하루를 쉬기로 한 터라 숙소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동생들이랑 수다 떨다가 인터넷도 하면서 편안하게 보내었다. 지훈이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사장님이 일전에 알려준 숙소 근처에 있는 유명한 새우 타코 파는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오겠다고 하면서 혼자 나갔다. 몇 시간 후 지훈이가 새우 타코와 해산물 타코를 포장해서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혼자서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우리도 맛보라고 사 온 것이었다. 내가 이러니 지훈이를 안 예뻐 할 수가 있나!


근데 먹어보니 너무 맛있었다. 나도 이렇게 맛있는 새우 타코는 처음 먹어 보았다. 또르띠야 안에 큼직한 새우가 알차게 여러 마리가 들어 있어서인지 한 개만 먹었는데도 배가 불렀다. 늦은 점심으로 충분한 양이었다. 혹시 지훈이가 사 준 거여서 더 맛있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11월에 다시 왔을 때 그 식당에 직접 가 보았는데 식당에서 요리한 걸 그 자리에서 바로 먹으니 더더욱 맛있긴 했다. 하지만 나에겐 지훈이가 사 준 새우 타코가 더 기억에 남았다. 나에겐 맛보다 추억이 우선이니까!


그 날 저녁은 사장님 커플과 월마트에서 사 왔던 소고기를 구워서 야채랑 함께 먹었다. 완벽하게 휴식을 취한 하루였다.






하루 종일 쉬어서인지 다음 날은 몸이 조금 가뿐해지긴 했다. 하지만 피로는 쉽게 싹 가시지가 않았다. 내 마음은 포에버 투웨니 나인(영원한 29세)인데 몸은 아무래도 숨길 수가 없는듯했다. 솔직해도 이렇게 솔직할 수가! 이럴 때에는 세월이 살짝 야속하기도 했다. ‘평소에 꾸준하게 운동을 좀 했어야 했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효은이와 그런 그녀를 보면 씩 웃기만 하는(지훈이의 트레이드 마크) 지훈이와 사장님 커플과 다 같이 아침을 먹고 커피를 한잔 했다. ‘이제 백화점 외에는 대략 쇼핑도 다 한 것 같은데’ 하면서 핸드폰 [메모] 란에서 ‘남은 할 일’을 확인해 보았다. 그곳에 적혀 있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새로운 할 일 하나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물어보았다.


사장님, 혹시 여기 요리사복 파는 데가 있을까요? 조단(남편)이 요즘 요리학원에 다니는데(4월부터 다녔음) 자격증 반(쿠바 요리 국제 자격증)이라 수업이 다 끝나면 요리사복이 필요할 거 같아서 미리 사 줄려고 해요.


사장님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마 소깔로 근처에 있는 가장 큰 재래시장에 팔 거 같아요. 거기는 엄청 넓어서 없는 게 없거든요. 안 그래도 저도 음료수 한 박스를 사러 거기 가야 하는데 누나 같이 가 보실래요?


아, 정말요? 너무 고마워요!


재래시장에 간다고 하니 지훈이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 사장님은 효은이와 함께 숙소를 지키고 남자 사장님과 지훈이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우버를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소깔로로 가는 길은 꽤나 막혔다. 더구나 시장 근처에 오니 교통 체증이 제대로였다. 근처까지 왔는데 차가 너무 막히자 우리는 내려서 걷기로 했다. 서울의 남대문 시장 같은 이 재래시장은 어마하게 큰 규모였다. 나 같은 길치가 혼자 왔었으면 바로 국제 미아가 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다행히 사장님은 길 눈이 아주 밝아서 지훈이와 나는 사장님이 가는 데로 따라만 가면 되었다.


요리사 복을 사기 위해서 부엌용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갔는데 식기류를 파는 가게만 어찌나 많은지 줄줄이 비엔나처럼 빽빽하게 줄을 이어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몇 군데를 들어가 보았는데 대부분 사기나 유리로 된 접시들이라 내가 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가다가 다른 곳에서 부엌 소품 몇 개를 사고 유리컵 두 개를 샀다.


멕시코에 오기 얼마 전에 아바나 집에서 유리컵 하나를 실수로 깨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유리컵으로 구매를 했다. 괜히 이사 나갈 때 집주인과 컵 하나 때문에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실제로 나는 몸이 부서져라 집을 반짝반짝 빛 내놓고 이사를 했다.) 그런데 사고 나서 계산을 해 보니 그다지 저렴한 것 같지도 않아 그냥 슈퍼마켓에서 살 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컵을 들고 걸어 다니는 게 귀찮기도 했다.


계속 걸어가도 요리사복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혹시 요리사복 파는 데를 아는지 물어보았더니 한 친절한 멕시코 언니가 자신이 아는 곳까지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멕시코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호의를 바라지 않고 친절을 베푸는 게 한국 사람들이랑 비슷하다.)


우왕! 그곳에 가니 각종 요리사복과 그와 관련된 물품들이 다 있었다. 어릴 적 엄마와 대구 서문시장 속옷가게에 가서 속옷 살 때의 딱 그 느낌이었다. 요리사 복은 종류가 다양했다. 흰색, 검정, 빨강, 남색 등 색상도 다양했고 디자인도 차이나 칼라, 칼라가 없는 것, 조금만 올라온 것 등 각기 달랐다. 뭐가 남편에게 어울릴지 잠시 고민을 해야 했다.


요리사인 지훈이에게도 물어보고는 결국 한 가지 디자인을 골랐다. 요리는 청결이 기본이므로 색상은 흰색으로 했다. 그곳 사장님께 그 디자인으로 남편 사이즈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잠시 후 남편 사이즈의 상의를 찾아왔고 나는 요리사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와 남편이 요리학원에서 사용할 행주도 함께 샀다. 약간의 흥정을 한 후 계산도 잘 마무리를 하였다.


역시 옷이 날개다! 무늬만 마스트 셰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편은 아직까지 요리사 자격증을 따지 못했다. 쿠바가 [제2의 특별 시기]에 들어간 작년 8월부터인가 물 부족이라는 이유로 수업이 멈추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특별 시기란 1990년대 초반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쿠바에 대한 원조가 갑자기 끊겨버리자 모든 물자가 부족해서 전기도 하루에 8시간씩만 들어오고 먹을 게 없어서 풀뿌리를 캐 먹기도 했던 그때를 말한다.


그런데 작년부터 미국의 제재가 더 강해지면서 쿠바에 석유가 부족하게 되자 90년대의 특별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가야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쿠바 정부에서 제2의 특별 시기로 공표를 하고는 먼저 시내버스 운행을 반으로 줄였다. 시외버스의 수도 줄였고 여행사에서 운행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여행사 버스는 아예 운행을 멈추었다.


각 주유소마다 주유하려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번 주유하는 데 4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다행히 택시는 운행을 했던 때라 나 같은 (쿠바인들보다는 돈이 좀 더 있는) 외국인들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사는 대다수의 쿠바인들은 난리가 났던 때였다. 그리고 개별 관광객들도 교통편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했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서 국가에서 운영하던 요리 학원은 운영이 무기한 연기가 되었고 제2의 특별 시기가 지나고 좀 있으니 코로나가 닥치는 바람에 이 수업은 아직까지 재오픈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언제 다시 시작할지 영원히 안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편은 요리를 잘하지는 못 하지만(그동안 맛있는 걸 먹어 볼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자격증을 목표로 요리 수업을 시작하였고 쿠바 요리 국제 자격증이 있으면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살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희망이 사라져 버려 조금 황당하긴 한데 어쩌랴, 여기는 쿠바인데. 하하


일단 시장에서의 내 목표를 달성하고 나자 사장님이 우리를 어느 타코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이 시장에 오면 이 곳에서 타코를 하나씩 먹어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보니 유명한 집이긴 했다. 약간 출출했던 우리는 타코 종류별로 하나씩 먹었다. 재료가 특별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사장님의 추천 식당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타코를 먹고 나자 사장님이 마늘을 사러 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 음식에는 마늘이 아주 많이 들어가서 마늘 소비가 많은 사장님은 마늘 단골 집이 있었다. 이렇게 넓은 시장에서 가게 하나하나의 위치를 다 기억하는 사장님이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나 같으면 길 찾다가 하루를 다 보낼 거라 조금 더 비싸더라도 집 가까운 일요시장에서 샀을 텐데 말이다.


멕시코의 마늘은 볼 때마다 놀라웠다. 통마늘 하나가 내 주먹만 하거나 더 큰 것도 있었다. 그래서 마늘 한 조각만 다져도 한 끼 요리에 충분히 맛을 낼 것 같았다. 나는 멕시코의 마늘을 볼 때마다 마치 꽃 같아서 마늘 꽃이라고 불렀다. 마늘 가게에 도착했고 사장님이 마늘을 이리저리 보더니 아주 야무지게 몇 개를 골랐다.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사장님이 혹시 더 사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다. 나도 지훈이도 없다고 했다. “그럼, 이제 이 시장에서 나갈게요.”라고 하며 사장님이 앞서서 먼저 갔다. 나가는 길도 얼마나 먼지 한참을 걸어서 겨우 시장을 벗어났다. 사장님이 이 동네에 왔으니 여긴 들러야 한다며 우리를 어느 대형 마트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큰 가방을 들고 갈 수가 없어서 건물 옆에 가방을 맡기고 번호를 받은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온갖 종류의 단 음식을 모아놓은 대형 창고 같은 곳이었다. 초콜릿, 사탕, 껌, 젤리, 쿠키, 과자 등 이 세상에 있는 달달구리란 달달구리는 종류별로 다 판매를 하는 어마 무시하게 큰 가게였다. 살다 살다 단 것들만 이렇게 많이 한 자리에 모아둔 곳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남편 생각이 났다. 달달구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남편이 이 곳에 왔으면 눈이 막 돌아가면서 엄청 신이 났을텐데 말이다.


초콜릿을 이미 월마트에서 여러 봉지를 산 나는 딱히 살 만한 게 없었다. 그런데 지훈이가 떼낄라가 든 선물용 초콜릿을 사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함께 지훈이의 쇼핑을 도와주었다. 지훈이가 계산을 하는 동안 나는 껌을 발견하고 껌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딸기맛 껌 한 통(여기는 주로 대량으로 판매를 했다.)을 샀다.


달달구리 구경 중인 지훈이의 뒷모습


우리는 마지막으로 그 날 사장님의 목표였던 음료수 가게로 갔다. 음료수도 그곳이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며 한 박스 사서는 그 무거운 걸 어깨에 짊어졌다. 그곳에서 우리는 우버를 불렀다. 그런데 이 우버 기사는 또 왜 안 오는 것인가? 차가 엄청 막히고 있는 그곳에서 우버 기사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였다. 조금 있으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느 한 가게의 처마 밑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며 우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자 우버가 도착했고 사장님이 음료수 박스를 넣는다며 트렁크를 열어 달라고 했다. 우버 기사가 트렁크를 열었고 사장님이 음료수 박스를 넣었다. 그런데 웬 걸! 트렁크 문이 닫히지를 않았다. 이미 우리는 차 안에 앉아 있는 상태였다. 젊은 우버 기사는 무척이나 당황을 했고 우리도 역시 그 상황이 몹시 황당했다. 겨우 집에 가는가 했더니...


근처 상인들이 와서 ‘뭔 일인가?’하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내렸고 우버 기사는 미안하다고 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우버 기사를 보자 안타까워 ‘수리비가 많이 안 나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는 닫히지 않는 트렁크 문을 어느 한 상인이 주는 끈으로 대충 닫고는 곧바로 차량 수리점으로 향했다. 차 문이 덜컹덜컹했다. 우리는 또 다른 우버를 불렀다. 다행히 이 차는 금세 왔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우리가 우버에서 내리자 여자 사장님이 효은이와 다른 여동생이랑 숙소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셋은 숙소 근처 슈퍼마켓에 다녀왔다고 했다. 우리는 반가워하며 다 함께 숙소로 올라갔다. 나 만큼이나 까만 피부의 (역시) 대학생인 윤정이도 아주 싹싹한 성격이어서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윤정이는 멕시코의 다른 도시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였고 계획된 공부가 끝이 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멕시코 시티에서 하루만 머무는 거라고 했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똑소리가 나는 윤정이는 교환학생 공부를 마치고 중남미 여행을 했는데 쿠바도 갔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바에서 돈이 모자라서 겪었던 서러운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가난한 사회주의 나라인 쿠바의 물가가 그렇게 비쌀 거라고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고 하면서.


그리고는 “언니, 저 다음에 쿠바에 갈 때는 돈을 많이 가져가서 제대로 구경할 거예요. 그리고 다음에 가게 되면 언니한테 꼭 연락할 거예요.”라고 했다.

“당연하지 윤정아, 담 번에 쿠바에 오게 되면 꼭 연락해야 해!” 하고는 효은이와 셋이 인증숏을 남기고 서로의 SNS를 팔로우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끈을 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똑순이 윤정이는 공항으로 떠났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의 화장품을 공유할 정도로 정이 들었던 동생이었다.


윤정아, 언니 화장품 맘에 들었어? 한국에 가서 샀는지 궁금하네. 이름 기억하지? 그라운드 플랜이야.(한국에서 꾸준히 공수해서 쓰고 있는 내 최애 친환경 화장품)


윤정이가 떠나고 쇼핑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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