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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Jul 02. 2020

쿠바


쿠바


가만히 보아도 그냥 보아도 참으로 어여쁜 나

파도와 모레와 새들과 함께 자유로웠지

어느 날 새하얀 남자가 나를 발견했지

그리고는 한 무리를 데려왔지

나는 무자비하게 정복당했지

그래서 미친 듯이 반항했지

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지

또 다른 남자들이 나를 보호해 준다고 했지

나는 기뻤지

그런데 그들도 나를 농락하기 시작했지

나는 매일 마약과 술과 매춘에 더럽혀지고 있었지

어느 날 내 편이었던 남자들이 이들을 습격했지

내 편이 이겼지

몹시 기뻤지

드디어 나는 자유가 되었지

그런데 내 편은 더 이상 내 편이 아니었지

결국은 세 무리의 새하얀 남자들은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

나는 하루하루 숨 쉬는 것조차 힘든데

더 이상 내 편이 아닌 내 편은 너무나도 잘 살고 있지

이제 나는 실낱 같은 희망도 없지

나에게 남은 건 세 찬 파도와 바람과 먹이가 없어 굶주린 고양이들 뿐




2019. 01.25 by 쿠바댁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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