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이들이 개학 후 시작할 예정이던 방과 후 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하나하나 연락했고, 대학원 과정 교수님께도 남편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냈다. 뜻밖의 상황임을 알리자, 다행히도 ‘Retrospective withdrawal’라는 제도가 있어 수강 취소를 할 수 있는 공식 마감일인 Census day가 지난 뒤에도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수강 과목 취소 및 환불 또한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절차가 복잡하고 증빙 자료가 많이 필요했지만, 교수님께서 친절히 관련 정보를 안내해 주셨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들께도 남편의 상황을 전하며 당분간 공부를 중단할 수밖에 없음을 알렸다. 지난주까지 성실히 수업에 임했던 터라 교수님들도 놀라고 위로의 마음을 전해주셨다. 다음 주부터 시작 예정이던 대학 파트타임 근무 부서에도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고, 한 아이의 멘토로 활동 중인 초등학교에도 당분간 멘토링을 못하게 된 사실을 전했다. 갑작스럽게 멘토링을 중단하게 되어 매주 수요일 나와 만나는 아이가 혼란스러울까봐, 미리 쓴 짧은 메시지를 선생님께 부탁해 꼭 전달해 달라고 했다.
아이들 학교와 방과 후 활동과 관련된 연락도 많이 돌려야 했는데 이미 결제한 수업에 대해 환불 요청을 하고, 부득이한 사정임을 설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가족의 상황을 모두에게 알리는 일이 불가피했다. 여기저기 소문내고 싶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전화와 이메일로 현재 상황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겪는 위급한 현실을 알리면서도 이상하게도 이 모든 일이 마치 다른 사람 일처럼 느껴졌다. 정말 이게 우리 가족에게 닥친 현실이 맞는지 믿기 어려웠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집을 정리하고 짐을 꾸렸다. 동네 친구들에게 연락해 냉장고 속 과일과 채소, 먹거리를 나눠주었다.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눈물을 글썽였지만, 오히려 나는 담담했다. 이미 마음껏 울었고,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기에 지금은 무사히 출발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알 수 없다. 두 아이들을 챙겨 공항에 앉아 짐을 내려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오늘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 끝에 드디어 남편 곁으로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