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이 29시간이 된 이야기
"항공편 지연 안내 드립니다."
비행기 지연 안내가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카운터 쪽으로 몰려들어 항의를 쏟아냈고, 여러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전체 승객에게 정확한 안내는커녕, 오직 항의하러 온 사람들만 개별적으로 응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여러 차례 지연 안내 끝에 새벽 4시가 다 되어 비행기는 취소되었고, 변경된 항공편 안내가 이메일로 개별 통보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모든 안내가 전체 승객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고, 일부는 초간단 문자 메시지로, 일부는 담당자가 마이크도 아닌 육성으로 안내해 멀리 있는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항공권 변경, 호텔 숙박, 기타 문의 사항이 있을 경우 다시 긴 줄에 서서 대기해야 했다. 이미 새벽 4시였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겨우 질문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쉴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아이들이 바로 눈에 보이는 위치에 있었지만, 자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줄을 서 있는 것이 불안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긴 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옆에 앉아 있던 친절한 노부부가 함께 있어 주겠다고 해주어, 줄이 줄어든 후에야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안심하고 줄을 설 수 있었다.
제공된 것은 호텔 혹은 택시 바우처뿐이었다. 체크인까지는 겨우 2시간 남았지만, 시내 호텔로 이동하거나 택시를 타고 집에 다녀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홍콩에서 원래 1시간 반이었던 레이오버 시간이 6시간으로 늘어났다며, 홍콩 공항에서 보여주라는 레터만 받았다.
다시 우리는 체크인을 마치고 보안대를 지나 탑승구 앞으로 향했다. 거의 10시간 만에 다시 그곳에 돌아왔다. 꿈만 같았다. 밤새 똑같은 절차를 두 번이나 거쳤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시간은 앞으로 닥칠 일들의 예고편 같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고, 계속해서 장애물이 생기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막연한 불안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 불안감을 온전히 느낄 틈도 없이 아이들을 돌보며 내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슬퍼할 겨를도, 두려움에 빠질 시간도 없이, ‘지금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해나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탑승 시간을 기다렸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또 지연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비행기 결함이 아니라 갑자기 탑승객이 많아져 식사량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며 케이터링 트럭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여러 차례 안내 방송이 이어진 뒤, 1시간 정도 지연되어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정말 믿기 힘든 지난 24시간이었다. 남편의 위암 소식조차 잠시 잊힐 만큼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 이제는 얼른 남편 곁으로 가고 싶다.
13시간이면 인천공항에 있을 줄 알았는데, 29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한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