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 the Rainbow 심포지엄
지난주(2025년 8월), Over the Rainbow라는 이름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심포지엄은 서호주에서 진행된 Over the Rainbow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문화적·언어적 다양성을 가진(Culturally and Linguistically Diverse, CALD) 커뮤니티와 LGBTIQA+ 커뮤니티의 포용과 권익 증진을 목표로 한 18개월간의 장기 사업이었다. 일상에서 겪는 사회적 고립, 서비스 접근 장벽, 언어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기획된 사업이었으며,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당사자들의 경험을 수집·분석하고 정책과 서비스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연구와 현장 경험을 결합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향후 지속 가능한 지원 모델과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연사와 패널들이 참여하여, CALD 커뮤니티에 속하면서 성소수자인 사람들이 겪는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을 나누었다.
세션의 모든 내용을 다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은 City of Swan의 커뮤니티 개발 실무자이자 사회정의 활동가가 맡았다. 그는 ‘Living the Rainbow: Where Do We Fit?’이라는 주제로, 인종, 문화, 성정체성이 교차하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이야기했다. 인도계 이민자로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본인의 문화적 커뮤니티에서 배척당하고, 때로는 성소수자 집단 내에서도 차별을 경험하는 현실을 공유했다. 특히 이중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자살 문제, 그리고 이들을 위한 안전망이 부족한 현실에 대한 울분을 표했다. 커밍아웃 경험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기조연설 후에는 한 아시아계 아티스트의 이야기와 함께 노래, 시 낭독이 이어졌다. 그녀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깊은 신앙을 가진 가정에서 성장하며 그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고, 신앙 공동체에서 배척당했던 경험을 나누었다. 현재는 유명 작가이자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부모님은 아직도 딸의 커밍아웃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녀는 하버드 대학 출신으로 미국 대학에서 강의 경험도 있는 예술가였다. 좋은 대학에 다니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 딸이 부모에게 얼마나 큰 자랑이자 주변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을지 상상해 보았다. 그렇기에 커밍아웃이 가족에게 수치(shame)가 될까 두려워,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는 고백은 더욱 마음을 울렸다. 그녀의 사연을 알고 들은 노래와 시는 한층 더 깊고 구슬프게 다가왔다.
그 후 진행된 패널 디스커션의 진행자는 퍼스 시의회 의원이자 LGBTIQA+ 활동가였다. 그는 퍼스 시의회 역사상 최초의 공개적인 퀴어(Queer) 의원으로, 단순한 정치적 참여를 넘어 퍼스 LGBTIQA+ 커뮤니티의 권리 증진에 힘쓰고, 도시를 포용적이고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연사 소개에서는 그가 16세 때 동성 간 성관계 연령 제한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고도 언급되었다. (나이차이가 몇살 나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연령제한에 반대했었다고 이야기했다. ) 차분하게 말을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날카로운 질문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세심하게 토론을 이끌어줬다.
기억에 남는 두 명의 패널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Let’s Queer the Air’의 창립자는 두 가지 문화권의 부모 밑에서 자랐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강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엄마가 커밍아웃을 지지해 준 것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심포지엄에 엄마가 참석했고 엄마를 소개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뭉클한 감정을 남겼다. 또한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 유색인종이 겪는 차별과, 다문화 및 성소수자 배경을 동시에 가진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공유해 주었다. 두 번째는 IT 업계에서 30년 이상 경력이 있고 결혼도 했고 다 큰 딸이 있는 중년의 트랜스젠더 분이었다. 나이가 들어 성정체성을 깨닫고 커밍아웃했다고 했고 다행히 가족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했다. 건장한 체격에 핫핑크 드레스, 핑크색 구두를 신고 등장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사와 패널 덕분에, 심포지엄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경험과 실천 중심의 의미 있는 대화의 장이 되었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심포지엄이 나에게 남긴 질문은 여전히 많다. 호주에 사는 한인 이민자 커뮤니티에는 성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이미 커밍아웃했지만 가족 외에는 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그 개인과 가족들은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반응/시선을 받고 있을까? LGBTQA+가 생소하고, 낯설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부감부터 느끼는 경우도 많을 텐데, 특히 커뮤니티 내 성소수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물음표가 떠오른다. 내가 지금 이 분야를 배울 기회를 얻었다고 해서 바로 적극적인 지지자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기 위해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시야를 넓혀가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