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의 은인, 여학생 A

Good teacher material

by LindAra


나는 요리를 잘한다.

그리고 손도 빠르다.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그리고 지금 산호세.

어디서든 평균 그 이상의 맛을 낸다.

그 비결은?

바로 대체재를 잘 찾아낸다는 것이다.


배추가 없다면 청경채로

다진 마늘이 없다면 마늘 가루로

훌륭한 대체재를 찾는 것은 내가 가진 다채로운 능력 중 상위에 위치한다.


어쩌면 나의 이 대체재를 활용하는 능력이 나를 좋은 Substitute teacher로 이끌었는 지도 모른다.


우리 학교, 즉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물론,

중학교에서도 나를 "My Favorite Substitute ever!"라고 부르는 학생들이 있다.


그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이렇다.


우리 동네에 있는 중학교는 소위 말하는 학업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학교가 아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우리 아이도 그 학교에 가야 한다.

다들 피하는 그 중학교에 내가 자진해서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결국은 그 학교에 가서 생활할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무튼 그런 학교에 자주 가는 반에는 교실보다 학교 오피스에 머무는 시간이 긴 두 여학생이 있다.

(미국은 절대 교실 내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감정적으로 아니면 아이의 행동 등을 사유로 argue 하지 않는다. 선생님 선에서 시간을 더 할애할 가치가 없는 상황이기에 오피스로 그 학생을 보낸다. 그러면 오피스에서 주로 교장선생님과 면담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미국의 교장 선생님은 매우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물론 학생들 한 명 한 명까지 다 알고 있다.)

6학년 여학생들인데 아이들은 매우 영악해서 Substitute가 오는 날 주로 더 엉망으로 굴기 마련이다.

(이건 비단 중학교뿐만이 아니다. 우리 애들만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아빠와 남겨져 있을 대와 내 앞에서 구는 행동이 다르니 뭐 말 다했다고 본다.)


어느 날, 그날도 똑같이 교실에 들어가서 그 시간에 해야 할 worksheet에 대한 instruction을 주고 있었다.

당연히 그 두 여학생은 둘이 이야기하느라 내가 안내하는 것은 듣지도 않았다.

그러다 여학생 A가 나에게 손을 들고 이거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나는 설명해 줬다.

조금 뒤 여학생 B가 화장실 다녀와서 똑같이 이거 어떻게 하는 거라고 묻자,

내가 대답해 주기 전 여학생 A가 설명을 해주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 설명이 정말 간교하고 명확했다.

여학생 B도 자기 친구가 설명을 해주자 왠지 모르게 그 수업시간에 더 집중해서 worksheet을 다 해냈다.

(여학생 A는 말할 것도 없고.)

수업을 마치고 여학생 A에게 말해줬다.

"아무래도 내가 보기에 너는 설명을 참 잘하는 것 같다.

어쩌면 너에게는 teaching이라는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라고.

그리고 그 반 선생님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여학생 A, B 특히 A의 태도가 너무 좋았고, 설명을 정말 잘하는 걸로 보아 good teacher material일수도 있다는 내용과 함께.

(나는 주로 substitute 일 나갈 때 그 반 선생님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그날의 상황을 설명하는 편이고, 개인적인 연락처가 있다면 꼭 수업 마친 후 문자를 남겨둔다. 연락처가 없다면 선생님들이 적어두는 day plan 종이에 빼곡하게 적어두고 오는 편이다.)


그 뒤로 중학교에 수업을 갈 때마다 이 여학생은 내게 뛰어온다.

나보다 덩치도 키도 훨씬 큰 곱슬머리 아이가 달려와서 안기면서

You are the best sub ever!!

Can you come to my class again??



간절한 꿈을 만났다고는 하지만,

대학 때 아르바이트로 한 과외나 영어 학원 강사업무 말고 교육 쪽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수많은 학생들에게 Best sub, My favorite sub라는 말을 들으며 일할 수 있게 된

고마운 은인인 여학생 A.


다음 학기 때도 전학가지 않고 7학년 교실에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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