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계속 듣고 싶어

교포어 발사했ed

by LindAra

아이를 키우다보면 기억속에 생생하게 박히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어쩜 저런 말을 하지?하는 그런 순간들.


파랗다 못해 하얗게 보이던 울릉도 몽돌 해변에 앉아서

말려둔 오징어를 보면서

36개월 남짓되었던 첫 아이가 했던 말

“엄마, 누가 오징어를 빨아놨나봐”

아이 눈에는 오징어가 세탁되어 탈탈 털어 널어진 빨래처럼 보였나보다.


그런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

미국에 오니 그런 순간이 한국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바야흐로. 교.포.어.


자 이제부터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어둔 만8세의 교포어 발사.


1. 엄마, 왜 여기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으면 국물이 느려져?

- 응, ㅇㅇ아 우리는 그걸 국물이 진득해지거나, 눅진해지거나, 끈적해진다고 표현해.

아니야 엄마 그냥 느려져 자 이거 봐봐 숟가락에서 느리게 흘러내리잖아.


2. 엄마, 우리집 잔디는 왜 옆집보다 덜 초래?

- 응?

아니 옆집 잔디는 초랗잖아.

- 아아, ㅇㅇ아, 하늘은 파랗고, 그래서 파래는 맞아.

근데 초록색이면 푸르다고해.

왜? 파래 - ‘초래’


3. 엄마, 나 오늘 리세스 때 떨어졌어.

- 응? 어디서? 뭐 시험봤어?

아니 여기 봐봐 무릎. 떨어져서 여기 피났어. 근데 안울었어!씩씩하지?

-아아, 넘어졌다고.


4. 엄마 우리 오늘은 인앤아웃 갈까, 슈퍼두퍼갈까?

- ㅇㅇ이는 어디가 좋아?

인앤아웃 맛있지 근데 슈퍼두퍼도 ! 만만해!

- 아아, 만만치 않다고?

응 만만해!


교포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떨어졌어. 와 같이 영어 단어를 그대로 번역해서 번역투로 하는 말

영어 단어 fall 을 그대로 떨어지다로 번역하는 번역형 말투


또 시제를 무조건 ed로 첨가하는

엄마, 나 이거 했ed 와 같은 말투


마지막은 점점 희미해지는 한국어 어휘와 표현으로 인해 생기는 실수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에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학습하느라

과부화가 걸린 내 아이의 뇌는

비록 output은 엉뚱한 제7의 언어이겠지만

input만큼은 풍부하길 바라본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의 교포어들.

더 많이 간직해줘야지.


ㅇㅇ아, 엄마 메모 했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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