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어 발사했ed
아이를 키우다보면 기억속에 생생하게 박히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어쩜 저런 말을 하지?하는 그런 순간들.
파랗다 못해 하얗게 보이던 울릉도 몽돌 해변에 앉아서
말려둔 오징어를 보면서
36개월 남짓되었던 첫 아이가 했던 말
“엄마, 누가 오징어를 빨아놨나봐”
아이 눈에는 오징어가 세탁되어 탈탈 털어 널어진 빨래처럼 보였나보다.
그런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
미국에 오니 그런 순간이 한국보다 조금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바야흐로. 교.포.어.
자 이제부터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어둔 만8세의 교포어 발사.
1. 엄마, 왜 여기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으면 국물이 느려져?
- 응, ㅇㅇ아 우리는 그걸 국물이 진득해지거나, 눅진해지거나, 끈적해진다고 표현해.
아니야 엄마 그냥 느려져 자 이거 봐봐 숟가락에서 느리게 흘러내리잖아.
2. 엄마, 우리집 잔디는 왜 옆집보다 덜 초래?
- 응?
아니 옆집 잔디는 초랗잖아.
- 아아, ㅇㅇ아, 하늘은 파랗고, 그래서 파래는 맞아.
근데 초록색이면 푸르다고해.
왜? 파래 - ‘초래’
3. 엄마, 나 오늘 리세스 때 떨어졌어.
- 응? 어디서? 뭐 시험봤어?
아니 여기 봐봐 무릎. 떨어져서 여기 피났어. 근데 안울었어!씩씩하지?
-아아, 넘어졌다고.
4. 엄마 우리 오늘은 인앤아웃 갈까, 슈퍼두퍼갈까?
- ㅇㅇ이는 어디가 좋아?
인앤아웃 맛있지 근데 슈퍼두퍼도 ! 만만해!
- 아아, 만만치 않다고?
응 만만해!
교포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떨어졌어. 와 같이 영어 단어를 그대로 번역해서 번역투로 하는 말
영어 단어 fall 을 그대로 떨어지다로 번역하는 번역형 말투
또 시제를 무조건 ed로 첨가하는
엄마, 나 이거 했ed 와 같은 말투
마지막은 점점 희미해지는 한국어 어휘와 표현으로 인해 생기는 실수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기에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학습하느라
과부화가 걸린 내 아이의 뇌는
비록 output은 엉뚱한 제7의 언어이겠지만
input만큼은 풍부하길 바라본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의 교포어들.
더 많이 간직해줘야지.
ㅇㅇ아, 엄마 메모 했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