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아무렇지 않던 게 어떤 날은 날 미치게 해.

매번 당하면서도 매번 화가 난다.

by LindAra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4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예전에 "아빠 어디 가"프로그램에서 타블로가 자신의 딸에게

"하루야, 조금만 천천히 커줘, 아쉬워"라고 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저 장면이 유독 나의 뇌리에 박힌 이유는, 나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우리 집 박남매는 26개월 터울이다.

게다가 이 둘 사이에 유산도 한번 했었으니,

나의 몸은 임신과 출산으로 항상 지쳐있는 상태에서 둘째를 맞이했다.


그렇게 정말 죽지 못해 사는,

세상에 신이 계시다면 신도 너무 하시지,

밤새 아픈 둘째 간호하고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해서 출근하고

하필 또 그때 남편이 한 달에 1.5주씩 출장을 갈 때였고,

엄마, 아빠는 인생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인도 여행을 가신다고 100일 간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온전히 손가락으로 댐을 막던 네덜란드 소년처럼

남편과 둘이 성게처럼 날이 선 상태로 그 시간을 그 폭포를 온몸으로 맞아야 했다.


그때마다 돌아온 말은

"그러게 왜 그렇게 터울을 적게 낳았냐"였다.


3년 터울은 죽어도 싫었던 나에게는 논리적 근거가 있었다.

결국 중고등학교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는 유년시절일 텐데

그 시기 입학과 졸업이 같다는 건 대재앙이야.


아무튼 그렇게 온몸에 온 마음에 멍이 드는 것도 모르고 막아낸 그 쏟아지던 폭포수가

쌓이고 쌓여서 지금은 겉으로 보면 "주재원 가족"에 "휴직"으로 꿀을 빨고 지내는 것 같은 그런 겉모습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전 글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것쯤은 이제 알겠지)


저런 항상 숨이 턱까지 차다 못해 허우적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나에게

타블로의 저 한마디는 나를 폭발시켰다.

호강에 초 쳤다.

뭘 천천히 커.

빨리 커서 이것도 혼자 하고, 저것도 좀 애가 혼자 하고.


어느 날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들이, 어느 날은 잡아 뜯으면 너무 아픈 손거스러미처럼 나를 아프게 한다.


매번 그걸 떼어내면 아플 걸 알면서도

어리석게 뜯어내고, 또 화르르 불타오르는 나다.


이건 내가 어리석어서인지, 원래 삶이 이런 건지.


원래 삶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특히 미국에 온 이후로 절대 그 어떤 행정 절차도 한 번에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양은 냄비처럼 끓고 만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며 한국에서 성적 증명서 공증을 받기 위해

한쪽으로는 캐나다 소재 어느 공증 업체와 다른 한쪽은 한국에 있는 내 모교와 모든 걸 확인해야 하는 이 상황이 요즘 나의 손거스러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비록 열받아 폭발할지언정,

해내고 말겠다.


떼는 순간은 아팠지만

하룻밤 지나면 금방 낫는 게 대부분의 손거스러미거든.

백날 덤벼봐라 인생아, 내가 가장 잘하는 게 성실히, 묵묵하게, 버티는 거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