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에 있을 때였습니다. 청소하시는 이모님께서 복도를 걸어가는 저를 보시더니 한 소리 하셨습니다. "아이고~ 애기 엄마야. 양말 좀 신고 다녀요. 나중에 고생한다니까!" 어른 특유의 간섭하는 말투에 마음이 뾰족해졌습니다. '으... 오지랖.... 어른들은 꼭 한소리 해야 직성이 풀리나?'
그런데 아기를 키우다 보니 어른들의 그런 '오지랖'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기가 아프거나 마음이 지칠 때 어른들의 위로 한마디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과 격려가 울컥 하리만큼이나 큰 힘이 됩니다.
아기를 안고 짐이 많아 낑낑대고 있으면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거리에서 잠시 스친 인연이지만 떨어진 아이의 신발을 주워주거나 흘러내린 가방을 올려주었습니다. "아기 키우느라 고생이 많죠? 금방 커요. 힘내요."
참견이나 간섭이 아닌 진심이 깊이 우러나온 '관심'으로 느껴지니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오지랖이 넓다' (주제넘게 아무 일이나 쓸데없이 간섭하고 참견하다. 해결하려고 앞장서다)라고 감히 폄하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남일 같지 않아서' ('마치 그들의 어려움이 나의 어려움처럼 느껴져서)가 아닐까요.
숱한 세월을 지나오면서 경험이 쌓이고 지혜가 쌓이니 공감하는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입니다.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마디 더 하게 되고 한번 더 바라보게 되는. 그 마음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