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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지 Lindsey May 13. 2022

카스토로폴로스

행복의 주문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12개월 딸 라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품에 안고 동네를 거닐 때마다 이 노래를 불러주면, 봄바람에 몇가닥 없는 머리카락을 살랑 휘날리며 '으으으음~ 아빠으, 엄마으~' 흥얼댄다.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라고는 아빠, 엄마 뿐이지만 흠뻑 노래에 심취해 있다는 사실 하나는 분명하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꼭 우리가족의 주제가 같아서. 비록 아빠는 '아빠곰은 뚱뚱해'가 잘못된 가사라고 우기기는 하지만(tmi를 덧붙이자면, 아빠는 작년에 30kg을 감량했다.) 흥이 올라 어깨춤 추는 애기곰을 보며 어화둥둥 더 신이 난 엄마아빠의 모습이 어쩜 딱 우리의 매일이다. 나의 상상 속 '곰 세마리네 한 집' 모습도 1.5룸 우리집과 닮아있다. 더 작으면 좀 곤란하지만 세 식구를 구겨 넣기에(?) 왠지 딱 들어맞는 공간. 파스텔 색 커튼과, 아이가 낙서한 듯한 그림액자가 달려있는 그런 집.     


  "집이 작다고 해서 행복의 크기도 작아야만 하는 건 아니야!"라고 외치면서도 찰나의 순간 잠시 자신이 없었던 나 자신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충분히, 당연히,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오늘도. 내일도. 바로 지금도.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마구 외치다가 잠든 딸. "카스토로폴로스(항상 행복하라)" 체리처럼 쪼그만한 입술로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게 분명하다. 고단한 하루도 몽실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매일 이토록 행복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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