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 초과로 다 담지 못한 이야기 _ 뒤통수에서 페이스톡 알람이 울렸다
거실 테이블에 앉아서 한창 노트북 작업을 하는데 뒤통수에서 페이스톡 발신음이 울린다. 전 국민이 따라 부른다는 그 멜로디. "띠리리리릿디 띠리리 딧디 띠리리리릿디 띠리리리~♪" 남편이 어디론가 페이스톡을 걸고 있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영상통화를 건다고? 누구한테 거는 거지?' 본능적으로 경계 레이더가 발동하려던 찰나, 곧이어 내 전화가 울린다. 발신인 [홍스윗홍♥]. 남편이다.
핸드폰 화면에 내 얼굴과 남편 얼굴이 나란히 있다. 체크무늬 파자마 바지에 목 늘어난 티셔츠, 안경을 쓴 나는 반쯤 풀어헤친 상투머리로 홈웨어의 화룡정점을 찍었고, 남편은 뭐가 그리 좋은지 배시시 웃고 있다. 나는 거실 테이블, 남편은 거실 TV 앞에 있다.
"뭐야, 나한테 전화 건 거였어?"
"여보 얼굴이 보고 싶네. 흐흐흐"
창창 창창 창- 같은 공간에서 페이스톡을 하고 있으니 통신 충돌로 앙칼진 잡음이 난다. '꼴X 떨고들 있네!'라고 핀잔이라도 주는 듯 두 핸드폰이 제대로 성이 났다. 창창 창창-
"아유, 시끄럽다. 빨리 끊어, 끊어."
괜히 부끄러워서 바로 통화를 종료했다. 다시 노트북 화면을 향해 앉았지만, 이 어처구니없고 귀여운 장난에 자꾸 웃음이 난다. 교복차림으로 '우리 사귀자' 고 고백하던 17살 남편의 눈동자가 34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풋풋하게 나를 향해 있다. 후줄근한 아줌마의 입꼬리에 소녀의 미소가 맺힌다. 딱 3초의 통화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남편이라니. 평생 내 편 할 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