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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쪽나라 Dec 03. 2024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의 카라바조

카라바조의 마태 3부작

  

베네치아 광장 모퉁이에 군용 경비 차량 1대가 보이고 그 옆에 멋진 군복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여군 1명이 서 있다. 다가가 묻는다. 나보나 광장이 어디냐고. 군인 아니랄까 다소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조금 가니 나보나 광장 길 표지가 나타난다. ‘드디어 찾았구나!’ 안도하며 큰길을 따라 걷는데 눈앞에 어디서 본 듯한 석주 기둥의 오래된 로마식 건물이 우뚝 서 있다. 너무나 유명한 판테온이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와글와글 붐빈다. 30여 년 전에 한 번 와 본 기억이 있긴 한데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인파에 밀린 채 들어가서 뻥 뚫린 높은 천장 돔과 하늘을 쳐다보느라 목만 뻐근하다. 더 머물고 싶어도 인파에 떠밀려 나온다. 사진 1장 찍기도 힘들 정도로 입구도 사람으로 가득하다.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

다시 지도를 들고 길 표지를 따라 걷는데 크지도 않고 평범해 보이는 한 바로크식 건물 앞에 많은 사람이 무리 지어 있다. 가까이 가보니 내가 찾고 있는 바로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Chiesa di San Luigi dei Francesi) 아닌가? 십자군 원정에서 죽는 바람에 성인의 반열에 오른 프랑스 왕 루이 9세의 이름을 딴 프랑스인들의 교회, 그래서 프란체시(Francesi)라는 이름이 붙었나 보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로 북적북적하여 어깨가 막 부딪칠 정도이다. 순전히 카라바조의 마태 3부작 때문이겠지. 하도 유명한 그림에다 입장료도 무료라 역시 그림 앞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진 촬영 금지표시가 분명 보이는데 여기저기서 셔터 소리가 요란하다. 'ㄷ' 자 예배실 가운데에 <성 마테와 천사>가, 왼쪽에는 <성 마테의 소명>이, 오른쪽에는 <성 마테의 순교>가 걸려 있다. 어차피 내 후진 카메라로는 찍어 봤자이니 속 편하게 그저 조용히 그림만 올려다본다.   

  

마태 3부작

카라바조는 어떤 화가인가

또 한 번의 진한 감동이 전해진 다음 카라바조(Caravaggio)라는 화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카라바조만큼 말도 많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화가가 또 있을까? 천재이자 악인, 악마적 천재, 교황이 사랑한 타락 천사, 종교미술의 이단아, 바로크 회화의 선구자. 그에게는 온갖 수식어가 다 붙는다. 밥 먹듯이 감옥을 들락거리고 살인 혐의로 도망 다니다가 젊은 나이에 객사한, 미켈란젤로에 비견되는 유일한 화가. 


독일 작가 틸만 뢰리히(Tilman Roehrig)가 쓴 <카라바조의 비밀> 서문의 이런 글도 기억난다. 카라바조 이전에도 미술이 있었고 카라바조 이후에도 미술이 있었다그러나 카라바조 때문에 이 둘은 절대 같은 것이 될 수 없다.” 400여 년 전 로마의 교회와 화단(畫壇)은 얼마나 시끄러웠을까? 그의 파격적 그림과 악인적 기질을 두고. 나는 그의 그림들이 이렇게 온전히 보전되어 우리 앞에 걸려 있다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의 인간성보다는 천재성을 더 소중히 여긴 당시 사람들의 혜안(?)과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몇 해 전 타임지 기자가 ‘로마에서 꼭 해야 할 일 10가지(10 things to do in Rome)’에서 보르게제 미술관 다음, 2번째로 이 교회를 추천한 이유를 비로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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