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티롤 최고의 경관 세체다 - 걷기는 필수입니다.

3시간을 넘게 걸어 콜 레이저까지 가다.

by 남쪽나라

오늘은 도비아코를 잠시 떠나 오르티세이(Ortisei)로 향한다. 무거운 짐들은 호스텔 보관소에 맡겨두고 각자 배낭 하나씩만 메고 완행열차에 탑승한다. 이탈리아의 포르테짜(Fortezza)와 오스트리아의 리엔츠(Lienz)를 1시간마다 오가는 이 열차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낡아빠진 그런 완행열차가 아니다. 매 역마다 선다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가 타본 열차 중에서 가장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승객들은 마을 주민보다는 트레킹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남티롤 알프스의 풍광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


우리는 포르테짜 역에서 환승하여 폰테 가르데나 라이온(Ponte Gardena-Laion) 역에 내린다. 역 앞 정거장에서 350번 버스를 타니 정오가 조금 지난 무렵 오르티세이에 도착한다. 오르티세이는 서부 돌로미티 여행의 중심지이자 각종 트레킹의 들머리이다. 우리는 오르티세이 중심가에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세체다(Seceda)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편하게 이동한다. 승강장 아래에 자리한 한 식당에서 피자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케이블카를 타고 세체다(Seceda) 산장까지 오른다.


세체다 산장 주변에 펼쳐진 풍경

트레치메(Tre Cime)가 동부 돌로미티의 관광 1번지라면, 세체다(Seceda)는 서부 돌로미티의 최고 명소라 돌로미티에 온다면 누구나 들려야 하는 필수(?) 코스이다. 오늘따라 날씨는 너무나 화창하고 전망도 탁 트여 주위의 절경들이 너무나 선연하고 아름답다. 나는 몇 해 전 이 아름다운 길을 혼자서 걸은 것이 못내 미안해 오늘 아내와 함께 다시 왔는데 너무나 잘한 것 같다. 바로 코 앞 동쪽 왼편으로는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운 사스 리가이스(Sass Rigais,3025m) 침봉이, 그 뒤로는 푸에즈 오들레(Puez-Odle) 산군이 버티고 있고, 멀리 남쪽으로는 사소 룽고(Sasso Lungo) 산군이 펼쳐져 있다. 또 남동쪽에는 셀라(Sella) 산군 외에 이름도 모르는 여러 산군들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기기묘묘한 형태로 360도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다. 왜 사람들이 세체다(Seceda)를 돌로미티 최고의 명소로 꼽는지 알 것 같다.


세체다 전망대에서 보는 사소 룽고

세체다(Seceda)까지 비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는데 사진만 찍고 내려간다면 그건 돌로미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세체다 주변은 동부의 트레치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트레치메가 거칠고 황량한 돌로미티를 보여준다면 세체다에는 트레치메에는 없는 초원과 부드러움과 여유가 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수없이 많다. 시간과 각자의 체력에 따라 걸으면 된다. 우리는 주변을 충분히 돌아본 후 가장 쉬운 길 1번 루트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아내가 스틱을 잡고 천천히 걷고 나는 아내 뒤를 따라 걷는다.


사스 리가이스를 바라보며 걷는 1번 길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롭게 생긴 사스 리가이스(Sass Rigais,3,025m)를 바라보며 걷는 평탄한 1번 길은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쉬운 길이자 천상의 길이다. 이보다 더 멋진 길이 있을까? 청명한 하늘아래 사스 리가이스 주변에는 행글라이더가 연처럼 자유롭게 날고 있고 늦여름이라 사람도 많지 않다. 천천히 30분쯤 걷자 평탄하던 길은 끝나고 길은 1B로 바퀴며 경사길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길에서 여기서 되돌아갈 수야 없지 않은가? 평소 무릎이 안 좋은 아내도 오늘만은 결기가 대단하다. 스틱에 의지하여 조심조심 내려가지만 뒤에서 보는 나는 내심 불안하기만 하다. 다행히 경사길은 길지 않고 약간의 오름과 내리막이 있지만 힘들이지 않게 피에라 론지아(Piera Longia) 농가로 이어진다. 농가 주변에는 그네도 메여 있고 주변의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아이들이 즐겁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고있다.


20230911_154317.jpg?type=w773 피에라 론지아 농가의 그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하는 어느 유행가 가수의 노래가 절로 나오는 평화스럽고 목가적인 풍경이다. 우리는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한 요구르트도 먹어 보고 그네도 타면서 어린애처럼 즐거운 동심으로 돌아간다. 20~30분을 여유롭게 쉰 후 1-4B 길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한다.


피에라론지아 농가

어느 블로그 글에서 이 코스는 노약자 코스이고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고 해서 출발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그게 아니다. 길은 차가 지나다닐 정도로 넓지만 내리막 경사가 계속 이어져 아내가 걷기에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고. 길은 경사도 있지만 미끄럽기조차 하다. 아내는 이런 길을 걷기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장시간을 걷기도 처음이라 옆에서 보는 내 마음이 더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그림 같은 풍광 속을 다시 걸을 수 있을까? 경치가 기막히니 힘든 것도 잊을 수 있나 보다. 힘들어 보이는데도 아내는 힘들지 않은 척하며 3시간을 꾸준히 걷는다. 마침내 우리는 콜레이저(Col Raiser) 케이블카 탑승장까지 무사히 걸어와 케이블카를 타고 숙소를 예약한 산타 크리스나(Santa Cristina) 마을로 내려온다.


산타 크리스티나 마을

케이블카 하차장에서 고맙게도 마을 중심가 입구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1시간마다 다닌다. 하지만 우리는 버스에서 잘못 내려 고생 끝에 겨우 상당히 높은 곳에 자리한 B 숙소로 걸어서 찾아 들어간다. 다행스럽게 아파트형 숙소는 공간도 넓고 부엌도 있어 만족스럽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싸소 룽고의 장엄한 봉우리가 바로 코앞에 펼쳐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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