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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May 14. 2024

일요일 저녁 8시, 작전타임

자기주도학습의 기본, 계획서 짜기

 “엄마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래. 그럼 이 페이지에 있는 문제는 다 풀어야겠지?”

 “나는 여기서 이 두 문제만 풀고, 나중에 시간 남을 때 나머지 풀 계획이라고요.”

 “그래놓고 안 할 거잖아.”

 “할 건데? 왜 엄마 마음대로 판단해요?”


울면서도 할 말 다 하는 시원이를 보면서 10살 아이에게 지고 싶지 않아 덩달아 10살이 되곤 한다. 누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 자존심 강하고, 고집이 센 이 녀석이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바락바락 대드는 건 아닌지, 수업 시간에 딴지를 걸며 방해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미리 방지하는 것이 핑계일지라도 할 수 있는 한 방지하려고 한다. 안다. 시원이만큼이나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신중하지 못했다는 거. 매번 그 사실을 싸워서 애를 울리고 나서야 깨닫는 게 문제지만. 


매 주말마다 한 주 동안의 스터디 플래너를 살펴보고 다음 주의 계획을 스스로 작성한다. 노력하여 고민하며 작성하는 아이를 보면서 레이저처럼 빛나는 눈빛을 발사하는 건 서비스다. "하루에 한 장씩이라도 계획을 신뢰하고 지켜나가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그 양이 늘어날 것이다."라는 교훈을 배웠지만 그대로 두면 하루에 한 문제씩만 푸는 모습이 될 것이다. 진도가 나가고 있는지, 아이가 올바른 공부를 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럽고 불안하다.


 “계획표 다 짰다~ 역시 난 천재야”

 “이리 가져와. 엄마한테 확인받아야지.”


계획표를 가져오는 순간 아이와의 갈등이 시작된다. 침묵이 흐르는 동안 그의 마음이 서두르듯이 뛰기 시작한다. 그의 긴장을 느끼며 계획표를 살펴보는 동안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은 매우 복잡해진다. 하나라도 소홀히 하는 자와 하나라도 더 요구하는 자 사이의 마음의 줄다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계획표에 매주 해야 할 과목이 모두 들어 있는지, 하루 공부 시간이 적절한지, 양이 적당한지를 검토하며 다음 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역시나 그대로군. 어느 포인트를 슬며시 늘려볼까.’

 ‘엄마가 저번처럼 과목만 보겠지? 분량은 내 마음대로 한다고 해야지.’

 “시원아, 이번에도 연산이랑 수학 따로 할 거야? 그냥 매일 조금씩 하는 건 어때?”

 “난 이게 편한데?”

 “그럼 연산하는 날은 분량을 늘릴까? 1장 하는 건 너무 금방 끝나잖아.”

 “안돼. 그날은 6교시라 놀 시간이 부족하단 말이야.”

 “이날은 5교시잖아.”

 “연산은 일주일에 두 번이니까 그건 어쩔 수 없어.”


쉽게 합의로 이뤄지지 않는다. 팽팽한 대립은 5분 넘게 이어진다. 수학을 늘리려고 하다 실패하고, 영어로 다시 시도했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된다. 서로의 의견을 양보할 생각이 없어서 토론은 남북 협상만큼이나 심각하다. 오늘의 결론이 일주일을 좌우하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표를 이뤄야 한다.


 “자, 이 정도로 마무리할까?”

 “...”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수정할까?”

 “아니.”

 “그럼 다음 주는 이대로 하는 거지? 여기에 사인하고 마무리하자.”


누가 첫째를 키워봐서 둘째는 쉽다고 했는가. 성격도, 성향도 모두 다른 이 아이들은 각자 키울 때마다 새롭고 어려운 일이다. 가끔은 왜 둘째가 더 어려운지 궁금해질 때도 있다. 아이와의 궁합이라는 게 정말 있어서 얘랑은 안 맞는 건가 싶다가도 공부할 때만 빼고는 서로 좋아서 눈빛 교환 하는 사이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오리무중인 우리 사이는 언제쯤 공부 주도권 가지고 싸우지 않을는지.

오늘도 결국 손톱만큼씩만 양보하여 영어를 조율했다. 이번 계획표는 공부를 할 마음은 있는 건지, 그냥 흉내만 내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작성하여 알려줄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늘 제자리 걸음 하는 기분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니 좀 더 기다려주기로 한다. 나만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다시 한번 나의 교육관을 되뇌며 뚝심 있게 지켜보기로 다짐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된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 손흥민 선수를 키운 아버지 손웅정-

      


* 초등 자기 주도 공부법 TIP *


1. ‘자기 주도 공부’란?

  - 학습자 스스로 교육의 전 과정을 자발적 의사에 따라 선택 및 결정하는 학습 형태

  - 메타인지를 활용해서 문제 해결력, 창의력을 키우는 학습법

  - ‘자기주도 학습은’ 부모님의 관리가 더 많이 필요한 학습 방법

     (학습 경과를 체계적으로 측정, 평가)


2. ‘자기 주도 공부’는 언제 시작해야 할까?

  - 아이마다 그 시기는 다릅니다. 나이나 학년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책임감 있게 계획

  하고 지속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느껴졌을 때가 적기입니다.

 - <초등 자기 주도 공부법>을 쓴 이은경 선생님은 초등학생이 자기 주도공부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지 점검해 볼 만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전체 15개 항목 중 8개 이상에 해당하면 하나씩 시도해 볼 시기)



* 학습 플래너 작성 비법 TIP *


1. 계획 전에는 ‘되돌아보기’

- ‘자신의 생활’ 되돌아보기 = ‘메타인지’

- 무엇을 잘했고, 발전해야 하는지 적어보기

-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노력해야 하는지 적어보기.


2. 스스로 계획하는 아이

 -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 적기 (2~3곳) 

   (※ 그냥 목표 세우라고 하면 방향을 잡기 힘들어요.)

 - 각 장소별 중요 활동 정리하기 (※ 가장 많은 시간 배우는 것 떠올리기.)

    학교 :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순

    집 : 숙제, 독서, 휴대폰 사용, 컴퓨터 사용

    학원 : 배우는 과목

 - 집중할 것 판단하기

    학교: 국어, 수학, 영어.

    집 : 독서, 휴대폰 사용, TV시청

     (※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 중 어떤 것을 먼저 할지 판단하기)


3. 작성 및 실천 다짐

 - 저학년 :원 시간계획표 (규칙적 습관 형성)

 - 고학년 : 달력/플래너에 매일/ 매주 작성 (오늘의 할 일 적기)

    


* 에필로그 *


 “형아, 수요일에 노는 날 맞지?”

 “어. 나 그래서 수요일은 영어 신문 넣었어.”

 “그래? 그럼 나도 영어 신문 넣어야지.”

 “야, 주말에 원서 읽는 거 알지?”

 “당연히 알지. 이미 토요일에 써 놨다고.”


매주 일요일 저녁이면 한 주간의 플래너를 살펴보며 다음 주 계획을 한다. 빠트린 건 없는지, 시간은 적정했는지, 목표와 평가는 어떻게 되어있는지를 보며 좀 더 발전된 한 주가 될 수 있게끔 스케줄을 조정하... 지는 않고 최대한 놀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합심하여 꾀를 쓰고 있다. 이럴 때는 어찌나 둘이 손발이 척척 맞는지 매일 스케줄을 짜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건 모든 과목을 스스로 계획해서 빈칸을 채워 나가는 것이 기특해서겠지. 계획표를 계획한 지 만 2년 차가 되자 초등 4학년인 시원이도 스스로 한 주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많이 컸네, 이 녀석들. 이제 내가 옆에 없어도 스스로 다 할 날이 얼마 안 남았겠어.’

수학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글쓰기는 몇 번 들어갔는지 서로 체크하며 작전 세우는 녀석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남편, 이제 우리 둘이 놀러 다닐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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