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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Aug 06. 2024

아빠 어디 가? 우리 집 편 (2)

방학 13일 차

"엄마, 자?"

"아니. 일어났지."

"굿모닝"

"굿모닝 아들~"

"우리 이제 코엑스 갈 거야."

"벌써?"

"응. 1시간 걸린대. 할아버지가 6시부터 TV 틀어서 다들 깼어."

"아이고~ 다들 피곤할 텐데... 편의점에서 아빠 구론산 한 병 사드리고, 너희도 초콜릿 하나씩 챙겨 먹어."

"응, 알았어."

아침 8시부터 시작한 1호의 문자는 궁금했던 서울살이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다. 집 안에서 얼굴을 보고 대화할 때보다 아이의 문자가 좀 더 다정해서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좋은 점 뒤엔 늘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또 일깨워 주는 1호에게 슬슬 짜증 섞인 지루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역시나 밖에서도 새는 법. 시종일관 잘 때 빼고는 재잘재잘 떠드는 우리 집의 활기를 맡고 있는 녀석은 하지 못한 말을 문자로 시시 때때마다 이벤트가 생기거나 이동 중일 때, 식사 중일 때 등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일일이 보고해 왔다. 그 정도까지 궁금한 건 아니었는데 아이는 엄마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알리느라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한편, 남편과 아이들은 코엑스로 가는 동안부터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단다. 2호는 늘 그렇듯 조용하게 옆에 앉아있고, 1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아빠, 코엑스에 가면 뭐부터 할 거야?"

"음, 일단 가서 맛있는 거 먹자. 그다음에 아이스크림?"


 "아빠, 그런데 거기 진짜 물고기 많아요? 상어도 있어요?"

"그래, 상어도 있고, 엄청 큰 물고기도 있어. 너희 좋아할 거야."

남편은 애들하고 이렇게 수다 떠는 게 꽤 즐거운 모양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1호가 소리를 지른다.

"아빠! 나 초콜릿 샀어! 엄마가 사라고 했거든. 지금 먹어도 돼?"

"응! 그런데 아빠, 엄마도 코엑스 오면 좋겠다."

"맞아. 다음번엔 엄마도 같이 오자. 오늘은 우리가 엄마한테 멋진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자."

남편은 그동안 1호가 얼마나 많은 문자를 나에게 보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덕분에 1호가 보낸 엄마를 위한 멋진 사진은 아쿠아리움에 있는 내내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코엑스를 둘러보고 난 후, 아이들은 아쿠아리움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1호는 물고기 인형을 들고 있었고, 2호는 신중하게 고른 배지와 사진을 보여준다. 남편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자신이 잘하고 있음을 과시하며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엄마! 여기 상어도 있어!"

"엄마, 이 물고기 여기 있는 거라서 내가 기념으로 산거다. 어때?"

"엄마 것도 우리가 기념품 샀지!"

"엄마 꺼 기념품?"

"응! 아빠가 사주셨어. 엄마는 자석이야. 여행지 모으는 자석!"


평소에는 사지 않던 기념품들. 아이들과 남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집에서 문자를 보며 당황하는 엄마의 얼굴은 아이들의 눈에 따뜻한 행복이 가득한 것으로 왜곡되어 보이는 듯했다. 가족이 함께하지 못해도 이렇게  같이 있는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걸 이번기회에 제대로 깨달았다. 아이의 연락과 여행 이야기는 나를 지치게 했다. 그리고 남편이 들고 올 영수증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평소에는 사지 않던 기념품을 사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즐거워했을지 상상하며, 집에 돌아왔을 때 환하게 웃으며 반겨줄 연습이나 해야겠다.


사랑하는 세 남자들이여.

카드든, 연락인 든, 하나만 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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