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마술 뮤지컬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마술>을 보러 갔다. 이 공연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함께 감동을 나누고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몇몇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 있어 글을 적어본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로비에서 몇몇 부모님들이 아이들만 공연장에 들여보내고, 자신들은 밖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봤다. 최근 TV 프로그램이나 기사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문화적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러 번 봐왔기 때문에, 이 장면이 유독 마음에 걸렸다. KBS의 '다큐멘터리 3일'에서 가족들이 함께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느낀 점을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왔던 게 기억난다. 그때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깊이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걸 느꼈었다.
중앙일보의 한 기사에서도 문화적 경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분석한 기사를 본 것이 떠오른다. 부모와 함께하는 문화 활동이 아이들의 창의력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부모와 함께한 문화적 경험이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과 사회적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기억에 남았다.
공연 중, 마술사 할아버지가 죽는 중요한 장면이 있었는데, 일부 아이들이 그 순간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아마 내용과 상관없이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재미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장면은 공연의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공연의 분위기가 그 순간 깨져버렸다. 아이들이 이 순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가, 어쩌면 부모가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부모와 함께한 문화적 경험이 부족할 때, 아이들이 중요한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소원을 들어주는 마술 응모
공연이 끝난 후 화장실에서 만난 몇몇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공연 내용을 물어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공연을 보지 않았기에, 아이들이 그 순간 무엇을 느꼈고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오히려 그 부분을 아이에게 채근하듯이 묻고 있는 모습이었다. 누구를 위한 공연이었을까. 공연을 보러 온것은 맞는 걸까. 공연 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학습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었는데, 오늘 그 의미를 더욱 실감하며 아이들과 이 부분에 대해서 집에 오는길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오늘의 경험을 통해 문화적 경험이 단순한 오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가족이 함께 감동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함께 공연을 보며 느끼고, 대화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겠다고 결심한다. 오늘의 경험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뜻깊은 추억으로 남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