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아들과 하루 종일 함께 지내야 한다. 이 녀석은 하루에 몇 시간은 꼭 뛰어놀아야 마음이 편한가 보다. 그렇지 않으면 집 안에서 몸이 근질근질해지면서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는 "엄마, 집이 최고야!" 하면서도 결국 오늘 큰일을 치르고 말았다.
아침부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아들이 아침밥을 먹고 나서부터 거실에서 뭔가를 찾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엄마, 공 어디 갔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공이 거실에 왜 있어야 하지? 그러나 내 걱정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미 아들의 놀이가 시작되고 말았으니.
거실에서 들려오는 "툭, 툭" 소리가 점점 "쿵, 쾅"으로 바뀌더니, 결국 큰 사고가 터졌다. "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급히 달려가 보니 벽 한쪽이 크게 찍혀 있었다.
"어머, 이게 뭐야!"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들은 멀뚱멀뚱한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그래, 벽지가 좀 찍혔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니까. 나는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더 큰 소리가 들렸다.
"쾅!"
이번에는 거실 바닥 타일이 깨져 있었다. 도대체 이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들은 당황한 얼굴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엄마,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내가 공을 조금 세게 찼을 뿐인데..."
물론 아들이 일부러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만, 내 속은 이미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쯤 되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나가기로 한다. 어디가 좋을까. 밖은 나도 싫으니 실내를 생각하다 결국 동네 실내 수영장으로 목적지를 정한다.
"우리 다 같이 수영장에 가자!"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신나서 말했다. 아들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 수영장?!" 아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피었다.
곧바로 수영복을 챙기고, 우리는 동네 실내 수영장으로 향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시원한 물속에서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였다.
수영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싶었다. 시원한 물속에서 아들은 물장구를 치며 즐겁게 놀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엄마, 여기 너무 좋아!" 아들은 물속에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래, 이런 여름날에는 밖이 아니라 이렇게 실내에서 즐기는 게 최고인 것 같다.
이렇게 오늘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걱정하지 않는다. 아들이란 원래 이런 존재니까. 다만 내일은 집이 아닌 다른 안전한 곳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러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