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녀석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손을 뻗어 더듬더듬 찾는다. 뒤이어 깬 다음 녀석은 눈을 감은 채로 나를 찾으며 간밤의 소식을 묻는다. 이 모습이 이제는 꽤나 자연스럽다.
"내가 아침 뉴스야?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말하는 건 생각 안 나고?"
그러거나 말거나 둘째 녀석은 리모컨을 찾아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틀기 바쁘다.
"이 녀석들아, 눈부터 뜨고 아침 먹고 봐도 돼."
"안돼. 어제 양궁 어떻게 되었는지 봐야 해요!"
"금메달 땄어. 됐지? 이제 일어나서 이불 개."
"아~~ 스포일러 하기 있어요? 그건 반칙이지."
"맞아. 우리 양궁 결승 다 볼 건데... 엄마 미워!"
방학이라고 늦잠 자는 것도 모자라 TV를 마음대로 켜고, 일의 순서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모습에 결국 참다못한 엄마는 소리친다.
"당장 안 일어나?"
이불을 개고, 아침을 먹고,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샤워하는 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나를 하면 다음 행동을 지시하고, 또 뒷정리를 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방학이 일주일 지났는데 아이들은 이미 방학 모드에 적응했고, 나는 그런 늘어짐이 한 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린다.
"형아, 이거 봐. 푸우우우우우."
"야, 그거 아니지. 이거 봐. 울렁울렁."
"크크큭. 그거 재밌다. 어떻게 하는 거야? 다시 해봐."
아이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신이 났다. 거기까지만 하면 좋을 텐데, 결국 놀이가 싸움으로 끝나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아들들. 어느새 베개가 날아다니고 아이들의 발이 공중에 떠 있기 시작한다. 그때, 핸드폰이 울린다.
"오빠, 나 좀 데려가."
"왜 또~"
"영혼이 탈출했어."
"그런 것 같네. 애들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
"하아... 언제 와? 조퇴하고 오면 안 되겠니?"
"애들 놀라고 놔두고 혼자 커피숍이라도 다녀와."
"천재인데? 그래야겠다."
남편의 아이디어에 눈이 반짝였다. 부지런히 책 한 권과 탭을 챙겨 나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집 안이 조용해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 시끄럽게 날아다니던 두 녀석이 사라졌다. 어디서 뭘 하는지 집안을 두리번거리니, 맙소사. 또 내가 졌다. 이 녀석들이 남편과의 통화를 엿듣고 따라 나서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어디 가게?"
"응. 나 커피숍 가려고."
"커피숍은 왜?"
"엄마 갈 거라며. 우리도 거기 가서 책 보고 공부하게."
"아... 진짜 책 보고 공부만 할 거야?"
"그러엄~"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니, 제발 그래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수 없이 동행하기로 한다.
"엄마, 우리 커피숍 갔다가 만화방 갈까?"
"여기 새로 아트박스 생긴 거 알아? 거기도 구경 가자."
"점심은 뭐 먹을 거야? 사 먹고 들어가는 거 어때?"
가는 내내 쫑알쫑알. 눈을 감고 가도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 녀석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순순히 응한다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