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크림 콜드브루
말끔한 정장을 입은 남자는 금방 유치원을 보낸듯한 긴 원피스에 텀블러를 들고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여자를 정중하게 맞이한다. 크록스를 신고 텀블러 속 얼음을 달그락달그락 흔들며 웃는 여자와 다소 긴장한 모습이 길고 경직된 옷 때문인지, 만나는 자리의 특성상인지 모를 남자의 아이러니한 만남.
목소리 톤도, 표정도, 옷차림까지 상반되는 두 사람의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
"쉬면서 일을 해야죠. 아이도 보셔야 하고요. 그렇죠?"
"맞아요. 영업직이 아니라, 사무직인데 가능할까요?"
"컴퓨터 작업을 하셨다는 거지요?"
아, 회사 면접이구나. 그런데 왜 이른 아침 스타벅스에서 할까? 딱 봐도 경단녀인 그녀는 어떤 자신감에 직장 채용의 선택을 가진 화이트칼라에게 왜 당당하게 본인의 조건을 당당하게 다 얘기하는 걸까? 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그들의 만남은 대화에 관심을 갖게 했고, 그 대화는 더욱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렵지 않고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정말이에요."
"서로 파이팅을 해 주면서 긍정의 힘이 따라옵니다."
"시스템만 알면 금방 하실 수 있습니다."
"제 아내도 80년 생인데, 얼마 전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은 물론 힘들죠. 그런데 잘 버티더라고요. 이 고비만 넘기면 됩니다."
다단계인가? 9일 접수, 19일 시험 보면 생명, 교육 수당 받을 수 있는 시험 얘기가 나오는 것 보니 보험 설계사인가 보다. 역시나 경단녀 주부가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는 건가? 왠지 씁쓸한 마음이다.
경단녀, 즉 경력 단절 여성이 다시 사회에 복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가정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잃게 되고, 이는 재취업 시 큰 장애물이 된다. 특히, 사무직이나 전문직에서 경력을 이어가고 싶어도 과거의 경력이 무시되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크다. 게다가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다단계나 보험 설계사처럼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릴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경단녀들은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다시 도전한다. 그들의 용기와 끈기는 분명히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사회가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취업을 위한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와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와 기업은 경단녀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여 그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경단녀의 경력을 인정하고 그들의 경험을 가치 있게 여기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경단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녀의 자신감과 당당함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가 제한적일지라도, 그 용기와 열정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경단녀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