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강의를 듣다가 인상 깊은 문장을 접했습니다. 그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내며, 나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다짐해 봅니다.
“중학교 시기는 네가 너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가는 시기야.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는 거지. 엄마는 중학교 성적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아이는 이제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성적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지, 이 말을 듣고 해맑게 웃으며 부담감을 내려놓는 모습입니다. 나도 모르게 중학교에 대한 긴장과 불안을 아이에게 전달했었구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끝까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밀려옵니다.
어느새 우리 집 책장은 초등학교 적응 방법서와 초등 자기주도 학습서 같은 책들 대신, 중학교 내신 관리, SKY 대학 진학 방법서, 청소년 자녀교육 관련 책들로 채워졌습니다. 어렸을 때의 설렘을 뒤로한 채, 아이가 점점 경쟁적인 현실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어느 학교에 무서운 선배가 있대’, ‘어디 학교 교복이 예쁘대’ 같은 단순한 이야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교복을 입고, 친한 친구들과 같이 다니며 새 학교 생활을 기대했던 순수한 설렘이 있었죠.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런 기대감보다 ‘중학교에 가면 공부도 많아지고 시험도 늘어날 거야’라는 현실적인 부담을 먼저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아이에게 그런 무게를 실어준 것이 나를 비롯한 우리 세대의 책임이 아닐까, 반성하게 됩니다.
최근 한 강의에서 2010년 수능 영어 지문과 2023년 수능 지문을 비교하는 사례를 접했습니다. 2010년 수능의 영어 지문은 쉬운 단어와 구문으로 이루어져 있어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었던 반면, 2023년 수능에서는 『공정하다는 착각』 원문을 발췌한 지문이 나왔습니다. 그 첫 문장을 해석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졌더군요. 불과 10여 년 사이에 교육의 수준이 이렇게까지 올라간 걸까요? 아니면 우리 세대가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문제를 풀게 하며 쉴 틈 없는 공부를 강요해 온 결과는 아닐까요?
교육 현실은 이미 바뀌었고, 앞으로도 경쟁적인 분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대입 제도가 개편되었으니, 이제 아이가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돌보며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로서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중학교 생활만큼은 온전히 아이에게 맡기기로 결심했습니다. 학습의 자율성을 주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또는 자유를 만끽하며 놀더라도, 그 안에서 배울 것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아이를 믿습니다. 아이는 그동안 쌓아온 습관을 발판 삼아 잘 헤쳐 나갈 것입니다. 부모의 걱정과 기대가 때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려고 합니다.
이제 저는 그 여정을 묵묵히 기록해보려 합니다. 아이의 시각으로, 그리고 엄마의 시각으로. 우리가 함께 그려갈 중학교 생활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