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10월이면 어김없이 다시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
언제 들어도 참 좋은 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이 노래는 이상하게도 해마다 새 옷을 갈아입는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새로운 편곡으로,
마치 계절이 돌아오듯이 음원 차트 위에 다시 피어난다.
아이들은 이 노래가 들리면 “할머니 핸드폰 벨소리다!” 하고 웃지만,
나는 그 순간마다
남몰래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삼킨다.
그해의 10월도 참 날이 좋았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했고, 단풍은 세상 다 물든 듯 붉었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아까워 괜히 천천히 걷던, 그런 계절이었다.
그런데, 그 완벽하던 가을날 아빠는 가을비처럼,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 후로 내게 10월은 날씨가 좋아도, 하늘이 맑아도 언제나 ‘우기’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첫해엔 정말 많이 울었다.
이듬해부터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 없었다.
둘째를 임신했고, 출산했고, 엄마는 우울증에 잠겼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을 꽁꽁 숨겨버린 채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14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곪아 있었다.
그날은 평범한 주말이었다.
아이들이 총싸움 놀이를 하며 깔깔거리는데,
그 모습을 보며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안방으로 숨어들었지만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 안에서 한 시간 넘게 울었다.
“아빠, 나 좀 데려가요…”
“아빠한테 못 한 말이 너무 많아요…”
“아빠, 나 너무 힘들어요…”
그렇게 오랜만에 아빠를 향한 말들이 터져 나왔다.
며칠 뒤, 아빠의 기일이 다가왔다.
엄마를 모시고 올 동생보다 먼저 도착한 덕분에 혼자 아빠 앞에 설 수 있었다.
조용히 아빠의 나무를 바라봤다.
나무 아래, 아빠가 잠들어 있다.
그토록 그리운 얼굴은 없지만, 이 자리에 분명히 아빠가 있다.
문득, 마지막 인사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빠는 그때 무슨 말을 하셨을까.
울고 있던 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눈물이 흙에 스며들면 아빠에게 닿을 것만 같아 닦지 않았다.
“아빠, 나 이제야 울어요.”
그날 밤, 나는 오래 울다 지쳐 쓰러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후로는 조금씩 숨을 쉴 수 있었다.
아빠에게 닿았다는 믿음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