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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이 Nov 30. 2023

Oh, my god!

daum에 내 글이 올라갔다.

-조회수가 3000을 돌파했습니다!

-조회수가 4000을 돌파했습니다!


한 시간 간격으로 1000씩 올라가는 브런치의 알림에 어리둥절하다. 300도 아니고 3000? 내가 잘 못 봤나 하고 다시 확인해도 0이 3개니 삼천이 맞다.

 '어떤 경로로 조회수가 폭등했을까?'

알아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는 브런치 초짜 작가는 이곳저곳 클릭해 보다 결국 동기 작가들이 포진해 있는 슬초 브런치 단톡방에 질문을 해본다. 이곳에는 이미 나보다 많은 조회수와 관심을 받은 작가들이 많기에 그들도 나와 같은 의문으로 이미 다 알아봤을 테니 내 호기심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 줄 것 같았다.



"앗. 그 재미있고 눈물 나는 아빠글이요? 다음에 뜬 거 아닐까요?"

"유입경로 확인해 보세요.  기타 유입은 PC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모바일 다음이거나 구글일 경우가 많아요. 다음에 들어가 보세요."

"우리 찾으러 갑시당~~~"

찾으러 가자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크린 샷이 올라온다. 딱 1분 걸렸다. 무섭고도 대단한 그들의 써치능력에 또 한 번 감탄한다. (늘 도움받고 응원받는 동기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감사해요.) 항상 내 일처럼 대해주는 동기들이 있어 이렇게 의지를 하게된다. 이번에도 일사천리 해결해 주다니 단톡방에 질문하길 잘했다. '여기였구나. 찾았다, 이놈.' 하며 흐뭇하게 내 글을 감상하고 싶었는데, 아니 이게 뭐야?


 아이고~ 아부지~~~

나도 모르게 한탄이 섞인 외침이 나왔다. 나의 소중한 아빠가 daum 메인창에서 야하면서도 민망하게 누워계신다. 아저씨의 대표 아이템인 런닝셔츠가 이렇게나 자극적이었던가. 오 마이갓. 글의 제목만 신중하게 고를게 아니라 글의 첫 번째 사진도 어디 가나 떳떳할 수 있게 제대로 된 걸로 올려야 한다는 교훈을 이렇게 얻어간다. 주변 메인 사진들은 너무나 선명하고 깔끔하고 예쁜 것들인데 내 글만, 아니 우리 아빠만 오래된 느낌의 사진으로 추레하기 짝이 없다. 내 얼굴이 세상에 알려진 것 마냥 얼굴이 빨개진다. 내가 봐도 이런 사진이 메인을 장식하고 있으면 클릭을 하겠구나 하는 독자적 시점도 깨달으면서.


아빠, 진짜 거기서 뭐해?


아하하하. 보면 볼수록 헛웃음이 나온다. 사실 그동안 동기들의 글이 에디터 픽이 되고, 조회수 급등이 되는 것을 보며 내 일인 양 축하도 해주며 기뻐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조회수에 연연해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는 조회수가 아닌 출간을 목표로 꾸준히 달려보겠다 나름의 방향 설정해 무관심인척 글을 써나갔다. 그래서였을까, daum에 내 글이 올라가서 조회수가 폭발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았는데 기쁨보다는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좀 더 크고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왜 하필 이 글일까?


<아빠, 뭐 해?>는 폐암 말기를 선고받은 아빠와 남은 시간을 함께하며 이별을 준비하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 <아빠랑 헤어지는 중입니다.> 매거진의 9번째 글이다. 그동안의 8편들은 슬프고, 웃겼던 에피소드들을 소설처럼 적어왔다면 이번 <아빠, 뭐 해?>는 좀 더 가볍게 번외 편으로 사진 속 에피소드들을 아주 간략하게 적었기에 그동안의 글과는 조금 다른 색깔의 글 셈이다. 나 자신과의 발행 약속도 있었고, 사진자료가 있어 활용은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글이었다. 사진과 관련내용이 길지 않아 고심하다가 나름 꾀를 부려 엮은 거였는데, 그 글이 조회수를 고공행진하고 있다니! 독자들이 원하는 글이 이런 건가? 정성 있는 글로 감동 혹은 공감을 통한 소통하는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독자들은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는 글을 찾고 있는 건가? 역시 대세는 짧고 임팩트 있는 글이구나. 이렇게 간극이 크다면 나의 출판은 어찌해야 하나 또 설레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와 동시에 필명에 대한 후회도 밀려왔다. 시부모님을 흉보고, 남편을 욕할 정도로 강심장은 못되기에 브런치를 대나무숲으로 사용할 마음은 애초부터 접었다. 기왕 당당해기로 마음먹은 김에 미래의 내 책에 이름을 새기고 싶은 욕망으로 필명을 이름으로 했는데, 포털사이트에 글이 올라가는 순간 혹여나 지인이 글을 볼까 봐 걱정부터 . 우리 아빠 얘기고, 거짓 혹은 과장 없이 솔직 담백하게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죄지은 사람처럼  "이 글 쓴 거 너야?" 하며 연락이 올까 불안해하는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필명을 이름으로 하지 말걸 하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역시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멋진 사진으로 표지가 장식되어 있고, 감동적이거나 정보력이 있는 글로 독자들에게 나를 알리고 싶었는데 그건 그냥 바람이 되었다. 누군들 알았을까, 이렇게 빨리, 이런 누추한 사진으로 관심을 받을 줄을. 시라도 미래의 조회수 급등작가, 미래의 에디터 픽 작가님이 보신다면 지금 당장 발행된 글의 사진을 살펴보시고, 필명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베스트셀러 작가의 조언 )


어쨌든 너무나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오다니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허나, 아빠의 사진 하나로 유머집 코너의 한 꼭지처럼 올려진 게 조금은 억울하기도 하기도 하여, 내 글을 통해 하소연해보려 한다. 부디, <아빠, 뭐 해?> 독자분들이 꼭!! 읽어주시기를....


<아빠, 뭐 해?>를 읽어 주신 고마운 분들께.


 안녕하세요, 글을 쓴 선이입니다.

 우선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보고 빵 터질 기대감에 읽으셨을 텐데, 많이 웃지 못해 아쉬우셨죠?

죄송합니다. 제가 아빠의 외모만 닮아서 유머 DNA가 없어요.

일일이 문자라도 하고 싶었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 이렇게 제 글을 통해 마음을 전합니다.

독자님이 읽으신 글이 사실 시리즈(매거진)거든요, 처음부터 스토리를 아셔야 이 글이 그나마 좀 더 공감되어 재밌게 읽히실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글도 더 읽어주세요, 제발요~~~~.

읽고 나시면 기왕 읽으신 거 귀찮더라도 라이킷 부탁드립니다.

(이제 갓 작가의 삶을 시작한 저에게는 진짜 큰 힘이 되거든요. )

그리고, 혹시나 "내가 아는 그 선이인가?"라고 생각되시는 분이 계신다면, 절대 확인사살하지 않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빠른 시일 내에 살도 빼고, 당당한 글을 쓰는 멋진 작가가 되어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도 글감이 되어주시고, 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함께해 주세요.

날씨가 많이 춥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마음은 늘 따뜻한 겨울 되시길 바랍니다.


-작가 선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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