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간이 나면 유튜브를 틀어 자녀교육에 관한 강의를 찾아 듣는다. 강의를 듣다가 마음에 드는 강사가 있으면 그분의 책을 찾아 사서 읽기도 한다. 첫째(1호라 칭함)가 초5가 끝나가는 시기라서 중학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온통 관심이 그쪽에 쏠려있다. 오늘도 열심히 '예비중학' '바뀐 입시''중학공부법' 등을 검색하며 공부를 해보지만 여전히 어렵다. 누가 '이렇게만 해라' 하고 1호에 맞게 로드맵을 딱! 짜줬으면 좋겠다.
1호는 순종적인 아이라 나의 계획대로 잘 따라오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잘하는 건 아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한다) 워낙 틀에 박혀서 루틴대로 행하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성향이라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마음의 준비와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교재가 바뀌던지, 생활패턴이 바뀌던지 할 때에는 미리 언질을 주고 시작하기에 앞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 그걸 가스라이팅이라 우스갯소리로 지칭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자 스트레스를 받고 속앓이를 하며 열이 나거나 장이 꼬이는 등의 질환으로 후에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하고 여러 사소한 일로 스스로 스트레스받는 모습에 당황할 때도 있다. 최근에는 중학 준비를 예고하며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 동시에 나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1호와 학습할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매번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학원을 보내면 속편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지금까지 학원을 안 보냈던 아이라 동시에 여러 학원을 보내는 것도 무리라 생각이 되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 곳을 찾아보기도 힘들어서 불안하고 지쳐도 꾸역꾸역 지금까지 아이들을 내가 코칭하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
사진: Unsplash의 SCREEN POST
중학 학습의 가장 큰 변수는 사춘기다. 지금도 감정이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중이라 갑자기 말이 없어지기도 하고, 급 우울해지거나 슬픔을 못 이겨 울다가 지쳐 잠드는 일이 생긴다. 평소에도 MBTI가 F인 아들이라 T인 엄마는 공감 못할 때가 많은데 올해부터는 그런 횟수가 많아지고 있어서 어찌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T엄마는 사춘기가 오기도 전에 걱정을 사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이유로 열심히 강의를 듣고 책도 읽으며 노력한다고 하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오은영 선생님의 발 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그분의 그림자도 못 쫓아가는 느낌이다.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으니 육아가 쉬울 줄만 알았는데, 갈수록 더 어렵기만 하다. 우리 엄마도 나 키울 때 그랬겠지? 그때 내가 어떻게 했더라? 엄마는 어떻게 대처했지? 이 눔의 기억력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론을 내야 했기에 또 열심히 검색하고 읽어본다. 현재 내가 내린 결론은 '수학은 학원을 다니고, 나머지는 집에서 지금처럼 해보자'이다. 이런 결론을 내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중학 때에는 수학을 심도 있게 계획적으로 속도를 붙이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주워들은 이야기다) 시험기간을 제외한 공부의 비율로 따지자면 수학인 50은 차지할 정도로 집중해서 학습해야 하는 시기라고 한다. 지금 1호와 중학연산 1-1을 하면서 느낀 건데 잘못 이해시켰다가 계속 1-1만 하고 있을 것 같고, 구멍이 마구 뚫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수포자였던 것이 이렇게 내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초등 수학을 심화까지 마무리시키고 12월부터는 중학 수학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기로 '나 혼자'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마음먹은 그날 저녁에 그 결정은 현명한 선택임을 증명하였다.
"아들~ 이것 좀 봐봐. "
"이게 뭔데?"
"중학교 1학년 수학 문제를 엄마랑 아빠 둘 다 풀었거든? 그런데 점수가 엉망이야."
"아하하하하, 그러네. "
"그래서 하는 말인데, 중학 수학부터는 학원 다니자."
"응??..... 언제부터 가야 되는데?"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아직 초등수학 할 거 남았잖아."
1호는 아직도 가기 싫어하는 눈치지만, 엄마와 아빠의 실력을 알기에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아들아, 미안하다.. 그 후로 나는 종종 수학 학원을 이야기하며 내 나름대로 가스라이팅 중이고 열심히 동네 학원을 알아보는 중이다. (역시나 여기다! 하는 곳은 없다. 지금 1호가 학습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싶은데... 이런 건 엄마표라서 가능한 것일까?)
두 번째 이유는, 자기주도학습의 습관을 만들어 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사실 이 부분이 좀 더 크다. 학원을 보낸다면서 자기주도학습을 한다고? 아이러니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 자기 공부에는 학원도 포함되어 있다. 부모가 학습법이나 오답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없는 부분은 전문가 찬스를 이용하면서 전체적인 그림과 학습 방법 팁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1호는 초5라서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과목별로 하나씩 차근차근 적응시키며 보내도 상관은 없다. 그럼에도 학원을 수학으로만 결정한 이유는 중학 시절동안 1호가 직접 계획도 해보고, 계획대로 공부도 해보고, 그 바탕으로 시험을 봐서 등수도 확인해 보며 진짜 공부를 할 고등학교 시절에 본인의 스타일을 찾아 집중하고 달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러한 틀은 전문가들과 소위 말하는 sky대학에 입학시킨 성공맘들의 노하우를 쫓아하려는 뱁새 평범 맘의 계획일 뿐이다. 엄마인 나조차 공부다운 공부를 해 본 적이 없기에 아이를 어떻게 코칭해 주어야 할지 방향도 모르겠고, 티칭은 더더욱이 모르겠다. 요즘은 진짜 초등 수학도 모르는 게 허다하고 초등영어는 거의 나의 고등학교 수준인 것 같아서 아이들의 오답을 설명해 주다가 내가 답답해서 화낼 때가 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건 매우 제한적이다. 이와 같은 경험이 있는 대부분 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그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매번 학원을 보내는 엄마들을 붙잡고 아이들의 상황과 엄마의 만족도를 살피는데 학원을 보내도 집에서 가르치는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결론이 항상 나온다. 학원을 보내도 아이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불안해하고, 집에 와서도 숙제하라고 다그치고 테스트에 치이는 게 다반사더라. 그래서 그럴 바엔 시간이나 벌자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 초등에서 차이나 봤자 얼마나 나겠느냐 하는 생각도 있다. 그렇게 초등 5년을 보내고 내가 느끼는 점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많은 정보와 좋은 교재가 있다한들 아이가 자기의 정보로 바꾸어 입력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그건 방법이나 티칭이 중요하지 않았다. 본인이 해봐야 한다. 아무리 많은 조언들이 있어도 자기가 관심 없어서 안 듣고 안 해보면 끝이다. 그걸 고등학교 가서 혹은 한참 지나서 부모가 되어 나처럼 40대가 돼서 깨달으면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중학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보려 한다. 가급적이면 혼자서. 그러기 위해 지금 영어를 열심히 달리고 있고, 책도 읽히고 있는데 이 습관을 왜 이렇게 안 잡히는지 중학교 가기 전에 자리 안 잡으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이대로 중학생활을 시작한다면 사실, 성적표를 보고 아이에게 괜찮다며 다독여 줄 바람직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가 큰 관건이지만, 기술과 능력이 없는 어미이기에 그거라도 해야 하니 최대한 참고 숨기고 평온을 찾아보려 노력해 볼 것이다.
지방 소도시 학군이 낮은 동네에서 여유롭지지 않는 형편에, 가지고 있지 않은 학습능력으로 전국 상위권을 바라보는 것은 큰 욕심일 거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걸어가지 위해서는 엄마의 뒷바라지가 필요한데, 나는 그럴 의욕도 체력도 없다. (다행히 아이들이 영재소리 들을 만큼 똑똑하거나 공부에 흥미가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나중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면 기본은 해야 하기에 그 기본. 흔히 말하는 평균은 할 수 있게 방향만 잡아 주려한다. (그마저도 지금은 너무 버겁고 힘들다) 정보와 도움을 얻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서 열심히 강의 듣고 책 읽으며 잘난 엄마들을 쫓아가는 보통엄마는 오늘도 계획표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아이의 교재를 펼쳐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불안한 마음에 지키지도 않는 계획은 매번 한다.
김미경 선생님이 그랬다.
"엄마가 대학 가는 게 빨라요. 1년 바짝 공부하고 바로 수능 보면 되잖아요. 공부머리가 없어요? 그럼 자식도 똑같아요."
교육학 이제라도 배워야 하나? 아들 코칭을 포기하는 게 빠르려나? 어쨌든, 보통엄마가 잘난 엄마 따라잡는 건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