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살아보면 알게 되는 것들

라이킷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라인하트 Dec 24. 2018

아들아! 올해부터 산타 할아버지는 오지 않는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로부터 벗어나기

이 브런치 매거진은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가끔씩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또는'예전에 부모님이 이래서 그렇게 말했구나'라는 것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억해 봅니다.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필자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선물을 많이 사주는 편입니다. 필자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농촌에서 자라다 보니 장난감에 대한 욕구가 많았습니다. 정기적으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는 날은 아이들의 생일, 설날, 추석 그리고 크리스마스입니다. 보통은 아이들을 장난감 가게에 데리고 가서 필자가 직접 사주지만, 크리스마스는 아이들 몰래 준비합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특별합니다. 한 달 전부터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고 그림으로 그리기도 합니다. 필자와 집사람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착한 아이들만 받을 수 있다면서 아이들에게 착하게 생활하라고 협박(?)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들뜬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집사람은 낮에 몰래 사온 장난감을 포장하고 거실의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아둡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이들이 웅성대는 소리에 잠을 깹니다.

둘째 : 형! 산타 할아버지가 왔다 갔나 봐 빨리 나와봐
첫째 : 그래! 와
둘째 : 산타 할아버지가 언제 왔다 갔지.
첫째 : 와! 내가 갖고 싶었던 건데.
둘째 : 엄마!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갔어

이렇게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리며 크리스마스가 시작됩니다. 이 맛에 크리스마스만큼은 부모가 아니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줍니다. 아이들은 아빠보다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더 좋아합니다. 아빠의 선물은 당연히 받는 것이고,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은 착한 어린이가 되려고 노력(?)해서 얻은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다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느 날로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때였습니다. 첫째는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와 산타할아버지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더니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첫째 : 아빠! 친구들이 그러는 데 산타 할아버지는 없데. 엄마 아빠가 우리가 잘 때 선물을 가져다준다고 그러던데.

필자 : 이상하네.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들은 없어?

첫째 :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애들도 있고 있다는 애들도 있고

필자 :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첫째 : (의심의 웃음을 보내며) 산타할아버지는 없지.

둘째 : 산타할아버지는 있지. 북극에 살잖아.

아내 : 어떡해? 산타할아버지가 없으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을 텐데

둘째 : (형을 노려보며) 산타 할아버지는 있다니까.

초등학교 고학년들은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하면서 부모님들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형이나 누나가 있는 아이들은 좀 더 일찍 산타 할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의심을 시작한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사라지고 선물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로부터 도망가기

필자와 집사람은 대략 난감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동심을 유지하기보다는 적당한 때에 자연스럽게 터득하면서 넘어가길 바랐지만,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나눌 때는 즐거웠지만, 아이들이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은 의무가 되었습니다. 결국,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것도 문제고 없는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첫째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그 해 크리스마스에 필자는 이야기했습니다.

필자 : 산타할아버지는 올해부터 오지 않는다. 산타할아버지가 없다고 믿는 데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어떻게 주니? 산타할아버지가 없으면 선물도 없는 거야.

아이들 : 그런 게 어디 있어. 우리는 산타 할아버지를 믿어. 믿는다니까.

필자 : 산타 할아버지를 의심하는 순간부터 산타 할아버지는 없는 거야. 산타 할아버지는 어린이들만 신경 쓰시니까 어쩔 수 없다. 올해는 아빠가 선물을 주겠지만 내년부터는 없다.

막내 : 나는 어린이잖아.

필자 : 둘째도 공평하게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선물을 주겠다. 믿음이 중요한 거야.

산타할아버지가 없으면
크리스마스 선물도 없다.

그렇게 아이에서 소년이 된다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트리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곳이 필요 없으니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사라지면서 설날과 추석에 아이들에게 주던 장난감 선물도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의 생일날에 선물을 주지만, 장난감보다는 다른 것들을 사주고 있습니다.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가 세상에 있는지 없는 지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순간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는 순간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 한 층 더 성장합니다.

산타할아버지와 이별하면서
아이에서 소년으로 성장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적당한 때는 알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환경과 속도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필자는 생각하는 적당한 때는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를 의심하면서 착한 어린이로 생활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선물만 기다리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한 층 더 어른에 가까워져 있을 것입니다. 물론,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므로 너무 일찍 동심을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