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부장은 여러 명의 동료들을 달리기로 인도한 꽤 실력 있는 전도사입니다. 그는 달리기의 효과를 설명할 때 전도사로서의 그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술자리에서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단어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한 입담으로 달리기가 남자에게 얼마나 좋은 지를 설명합니다. 남자들은 술기운에 하나둘씩 그의 구술림에 넘어가고, 마침내 다음 달에 있을 마라톤 대회에서 10Km 달리기에 참가하기로 약속합니다. 그는 다음날 회사의 달리기 동아리 지원 비용으로 참가비를 대납해 주고 참가 신청을 합니다. 숙취에서 깬 사나이들은 참가신청 완료라는 문자를 받게 되면서 현실로 다가온 달리기를 실감합니다. 그의 이런 전도 방법은 효과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그가 달리기를 열심히 전도하는 이유는 선배가 엔지니어로써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달리기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후배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달리기다
그가 주장하는 달리기의 효과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아침이 달라집니다. 아침에 아래쪽에서부터 올라오는 불끈 솟은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부부관계가 좋아집니다. 남자의 힘은 하체에서 나옵니다. 달리기는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주고, 튼튼한 하체가 부부관계를 좋게 합니다. 셋째, 술을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체력이 좋아져서 술 먹은 다음날 아침 숙취도 거의 없습니다. 넷째, 건강한 체력은 업무에 집중도를 높입니다. 일은 할수록 체력이 고갈되지만, 달리기는 할수록 체력이 쌓입니다.
필자는 맥스 부장과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하면서 그의 자신감과 생활방식을 보았습니다. 그의 달리기에 대한 이론은 상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그와 함께 달리는 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간증을 합니다. 또한, 달리기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좋은 운동입니다. 그는 여성 동료들에게는 다이어트를 위한 달리기 이론을 설파합니다. 필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에게 전도되어 달리기를 시작한 여성 동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다이어트 달리기 이론도 꽤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달리기 운동은 처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달리기의 매력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스스로 달립니다. 그는 달리기 효과에 대한 이론과 솜씨 좋은 입담을 가지고 있고, 마라톤 대회에서 10Km 완주라는 목표를 반 강제적으로 부여합니다. 10Km는 힘들지만 성취 가능한 목표입니다. 대회 준비를 위한 몇 번의 달리기와 단 한 번의 10Km 완주는 달리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접근법입니다. 지금은 필자와 다른 회사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달리기를 전도합니다.
필자는 그를 달리기 전도사로서 시험에 들게 만들었습니다. 수 차례에 걸친 설득과 회유 그리고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학창 시절 100m 달리기는 18초를 넘었고, 1Km 오래 달리기는 항상 꼴찌를 하였습니다. 달리기는 적성에 맞지 않았고, 운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도 몇 년에 걸친 설득이 실패하자 저에게 더 이상 달리기를 전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필자에게도 전도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지금도 필자가 그에게 전도당하는 순간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2013년 4월 중순 어느 술자리에서 갑자기 자신의 달리기론을 설파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달리기가 남자에게 매우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 설득되었고, 몇 사람들에게 백만 원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다음 달에 있을 마라톤 대회에서 10Km 달리기 완주를 하면 돈을 따는 것이고, 참가하지 못하거나 완주를 하지 못하면 돈을 잃는 것이었습니다. 술기운에 사람들은 10Km 달리기를 쉽게 생각하고 내기를 하였고, 필자도 분위기에 휩쓸렸습니다. 그는 하던 대로 다음 날 바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성공을 기뻐했을 것입니다.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주말에 달리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첫 달리기에서 1.5Km를 달리고 녹초가 되었습니다. 달리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짜증이 날 때마다 내기로 낼 돈을 생각하고 자신의 섣부른 결정을 후회했습니다.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필자는 5Km 정도는 안정적으로 뛸 수 있는 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달리기 대회에 참석하여 10Km를 완주했습니다. 술자리 내기에서 이긴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달리는 즐거움과 땀을 흘리는 상쾌함을 알게 된 것입니다.
한 달간의 달리기로
달리는 즐거움과 땀을 흘리는 상쾌함을 알게 되다
10 Km 달리기를 준비하기 위해 한 달간 달리는 연습을 하면서 달리는 법을 익혔습니다. 한 번 달리는 즐거움을 알게 되자 스스로 달리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5Km 정도를 달리면서 달리는 즐거움과 땀을 흘리는 상쾌함에 빠져들었습니다. 2017년 허리디스크로 인해 달리기를 중단할 때 즈음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10Km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되었습니다. 허리가 완치된 후 2019년 3월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 1000Km를 완주하여 나이키 런 클럽 (NRC, Nike Run Club)에서 블루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필자는 앞으로도 계속 달릴 것입니다. 매일 글 하나를 포스팅하듯이 매일 달리기를 할 것입니다. 가끔 달리는 이유를 스스로에게 자문해 봅니다. 허리디스크로 운동을 쉬는 사이에 나온 뱃살을 빼기 위해.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쓸 재료를 생각하기 위해. 엔지니어로써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어느새 몸이 이미 운동화를 신고 나가 있어서. 중랑천을 달리면서 숨 쉬는 바람 냄새가 좋아서.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확실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달립니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자신을 생각하며.
그냥 달린다.
그리고, 나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달리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달리기를 기록합니다. 필자는 나이키 러닝 클럽 앱을 이용합니다. 앱에 기록이 쌓일수록 더 많이 더 오래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쌓입니다. 나이키 러닝 클럽 앱이 지금까지 달린 지역과 거리를 표시해주는 것을 보고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갈 때마다 나이키 러닝 앱에 달린 것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미 많은 기록들이 저장되어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필자가 달린 기록들이 모이면 필자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꾸준히 무라카미 하루끼처럼 글을 쓰면서 달리다 보면, 그처럼 될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달리는 만큼 글도 잘 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무라카미 하루끼가 평소 달리는 길을 달리는 꿈도 꾸어봅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다 보면, 무라카미 하루끼처럼 '나는 왜 달리는가'에 대한 답을 글로 적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맥스 부장이 필자에게 달리기를 제안하지 않았다면, 그가 끈질기게 권유하지 않았다면, 필자는 지금도 달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 후배 엔지니어에게 이래라저래라 백 마디 조언이나 훈계를 하는 것보다 달리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조언일지도 모릅니다. 달리기 전도사인 그도 회사의 임원분의 권유로 회사 달리기 동아리에서 달리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달리기는 업무에 지친 후배 엔지니어에게 삶의 활력을 찾아줄 수 있는 좋은 조언입니다.
필자는 맥스 부장만큼의 입담이나 전도력이 없습니다. 대신 글쓰기를 통해 후배 엔지니어들에게 달리기를 조언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