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인하트 Sep 18. 2018

2. 부모님 전 상서

우리 모두는 아기로 태어나 소년으로 자라 아빠가 된다.

2018년 9월 1일 아버지의 칠순을 맞아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을 하였습니다.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을 시간 순서에 따라 준비과정에서 마무리까지 차례차례 정리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중심으로 전개합니다. 



부모님께 편지를 쓰자 

고희연과 리마인드 웨딩을 같이 하려던 계획은 예산 문제로 인해 포기하고, 리마인드 웨딩을 중심으로 고희연의 느낌을 가미하기로 하였습니다. 리마인드 웨딩이 끝나고 부모님이 퇴장하기 전 부모님에게 쓰는 편지를 낭독하고 부모님의 답사는 건배 제의나 간단한 답변으로 대신하기로 하였습니다. 


삼 형제 모두 행사 전날까지 편지를 준비하기로 하였지만, 필자는 밤늦게 강릉에 도착하였고 다음날 아침부터 리마인드 웨딩 사회를 준비하느라 편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행사 시작하기 전 삼 형제가 쓰는 편지 때문에 고민했습니다.  


필자 : 막내야! 너 편지 썼지? 형이 시간이 없으니까 네가 해야 한다.
막내 : 큰형, 둘째 형이 어제 밤늦게 까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편지 쓰더라
필자 : 그래?
아내 : 자기야! 행사 시간도 빠듯한데 편지를 셋 다 읽으면 지루할 듯한데? 
필자 : 아니, 둘째만 할 거야!
막내 : 큰형 그렇게 하자 (회심의 미소를 띠며)
필자 : 막내야 둘째가 편지를 읽고 너에게 마이크 넘기면 간단하게 한마디 해라
막내 : 오케이 


행사 시작 바로 전 둘째만 편지를 읽고 답사는 사회자가 아버지에게 한 말씀 부탁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부모님 전 상서 (부모님께 올리는 글)

둘째는 (구) 강릉 상업 고등학교를 차석으로 입학하였던 수재였으나 3년 후 졸업 시험에서는 뒤에서 차석으로 졸업하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부모님의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애환 덩어리였지만, 대학을 입학한 후 공부에 매진하였습니다. 지금은 중앙대학교 석사 과정 졸업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입니다. 


둘째가 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그대로 옮겨 싣습니다.



친구가 가족보다 좋아서 밖으로만 나돌던 10대
무엇을 해야 될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던 20대
얽매이는 것보다 혼자  놀기를 택했던 30대
그리고 칠순이신 아버지와 4살 아이를 둔 40대 

지금에서야 부모님과의 과거 일들을 추억해 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체벌 대신 인내를 해주신 부모님이 자랑스럽습니다
공부 대신 놀기를 선택한 저를 새벽까지 기다리던 아버지와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첫 면접 때 양복을 사주시던 아버지를 추억합니다

40년 동안 쌓아온 추억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길 기대하면서 
부모님께 보고 배운 대로 저도 제 아이를 그렇게 키우겠습니다

삼 형제 키우느라고 재미있으셨나요?
어깨가 무거우셨죠?
저는 이제야 자식 키우는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면서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둘째가 철없던 아이 시절부터 한 아이에 아빠가 되기까지의 모습을 담담히 서술한 한 편의 시입니다. 어릴 적 책과 글을 좋아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멋진 글을 만들어 냈습니다. 둘째는 학창 시절 부모님을 걱정시켜드린 만큼 부모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잘 드러냈습니다.  



아빠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40대 초반의 아빠가 된 둘째의 모습과 아들이 함께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야외 촬영하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사진입니다. 아빠 된다는 것은 아마 아이 옆에서 손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의 속도로 살아가다가 아이를 낳아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말하고, 먹고, 걸어가는 연습을 하면서 아빠가 됩니다. 아버지가 삼 형제와 함께 걸으며 아빠가 되었듯이 우리도 그렇게 아빠가 될 것입니다. 단지 서툰 아빠 역할에 아이들에 항상 미안합니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것


우리는 모두 아기로 태어나 소년으로 자라 아빠로 만들어집니다.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자식이 아플 때, 웃을 때, 울 때, 그리고 화낼 때를 같이 부대끼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막내도 그렇게 아빠가 되어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아버지의 말씀을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