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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Jun 05. 2020

A7. MBA에서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해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가 큽니다.  고용노동부 는2020년 2월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현황을 공개 하였습니다. 분석 기간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이고,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약 230만명의 연간 임금 기준입니다. 산업에 따른 학력별 임금 격차를 기준으로 고졸자 이하의 평균 임금은 3,400만원이고, 전문대졸자의 평균 임금은 3,900만원, 대졸자의 평균임금은 5,200만원입니다. 한국에서 고졸자는 대졸자 임금의 65% 수준의 임금을 받습니다. 



    사업체 규모별 학력 격차에 의한 임금 격차는 큰 사업체일수록 줄어듭니다. 5~29명 이하 사업체는 고졸자가 대졸자 임금의 44%를 받지만, 500인 이상 사업체는 고졸자가 대졸자 임금의 76%까지 받습니다. 학력 격차에 따른 임금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이 커질수록 해소되고 있지만, 선진국 수준에 비하면 미흡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학력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일반적으로 학력 통계는 고졸 이하, 전문대졸, 대졸로 구분합니다. 국가와 기업들은 직원들의 학력에 따른 임금을 차등 지급합니다. 출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졸과 대졸의 차별보다 출신 대학별 차별을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대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에서 출신 대학을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고 믿습니다. 안정적인 인생을 위해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대기업 입사를 위해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나 외국어 고등학교, 과학 고등학교 입학을 목표로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 서열을 정해 놓은 은어가 있습니다.  ‘서연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성한’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경외시’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동홍’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국숭세단’ (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 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대학들은 순위를 정할 필요도 없다는 듯 ‘지잡대’라 부릅니다. ‘지잡대’는 지방에 소재하는 잡스러운 대학이라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은어입니다. 대한민국은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대만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2019년 상반기 공채에서 신입 사원을 채용한 27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합격자들의 스펙을 조사하였 습니다. 합격자들은 평균적으로 학점 3.5점, 토익 740점, 토익 스피킹 레벨 6, 자격증 2개를 보유하였습니다. 신입 사원 채용에 중요한 스펙은 전공과 기업체 인턴 경험이었습니다. 학력은 6.9%에 불과 했습니다.



   또한, 합격자들의 출신 대학 중 ‘지잡대’라 불리는 지방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52.1%를 차지합니다. 서울 소재 ‘SKY’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및 명문 대학의 비율은 2.2% 로 해외 소재 대학 3.1% 보다 적습니다.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신입 사원 선발 과정에서도 출신대학교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의 인재 선발 목표는 학벌이 아닌 능력에 따른 인재 채용입니다. 과거에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손쉬운 방법이 좋은 대학 출신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방식으로 뛰어난 인재를 채용할 수 없습니다. 


   기업들은 다양한 인재 채용 방식을 활용합니다.  사람인의 조사 대상 기업들 중 37%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지원자의 사진, 학력, 가족관계, 신체 조건 등을 기재하지 않고 서류와 면접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면접에서 인적 정보를 제외하고 직무 관련 경험, 인성,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고려하여 채용합니다.   사회적 분위기와 맞불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점점 더 확대되면서 학벌은 더이상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당락을 좌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2017년 중앙일보는 기업과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 550명 에게  출신 대학교가 채용에 영향에 미치는 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약 72% 의 인사 담당자가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주요 통계는 출신 대학의 영향이 미미했지만, 인사 담당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지 않는 이상 출신 대학을 비공식적인 조건으로 판단합니다. 기업은 직원들의 출신 대학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출신 대학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서 각 연도별 사업보고서에서 임원의 학력을 공시합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2018년 30대 대기업 중에 학력을 공개한 21개사의 임원 2962명을 대상으로 학력을 분석하였습니다. 


   임원들의 출신 학교 통계를 학교 서열을 나타내는 은어를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서연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이 24.7%, ‘서성한’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출신들이 11.7%입니다. 나머지 서울 소재 대학들은 단 한 명의 임원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지잡대’ 출신들은 10.1% 였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임원들의 출신 대학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학교 서열을 나타내는 은어에 따른 서열 순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52세이므로 30년전 채용 방식은 국내 명문 대학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의 현재는 많이 다릅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명문대인 ‘SKY’ 또는 ‘서연고’ 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도  국내에서 최고의 학벌일 뿐입니다. 각종 통계에서 해외 대학 출신 임원들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임원들은 해외 대학 출신자와 지잡대가 가장 많습니다. 


   학벌 콤플렉스는 대학 서열이 낮으면 심하고 높으면 적은 것이 아닙니다. 학벌 콤플렉스는 학벌이 좋은 사람들일수록 심합니다. 지방대 출신들은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에게,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은 연고대 출신들에게, 연고대 출신들은 서울대 출신들에게, 서울대 출신들은 해외 대학 출신들에게, 해외 대학 출신들은 해외 명문대 출신들에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해외 명문대 출신들은 국내 대학 출신들에 비해 인간 관계와 사회 생활이 쉽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려면 국내 대학이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학벌 콤플렉스는 돌고 돕니다. 


   학벌에 대한 차별은 임원들의 출신 대학 현황에서 어느 정도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지만, 최근 신입사원들의 출신 대학 비율에서는 학벌에 대한 차별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학벌 위주의 서열 파괴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통계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학벌 콤플렉스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들을 증폭시키면서 ‘지잡대’는 대기업에 들어갈 수 없고 들어가도 생활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학벌 콤플렉스가 극대화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대기업 공채 시험에서 떨어질 때, 승진에서 탈락할 때, 직장 내 인간관계가 좋지 않을 때, 명예퇴직이나 희망 퇴직 권고를 받을 때, 회사에서 주요한 업무를 받지 못할 때, 상관에서 신임을 얻지 못할 때 등등.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학벌 콤플렉스는 은연중에 드러납니다. 학벌 콤플렉스 는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좋은 핑계거리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은 10대의 내신 성적과 수능시험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한 것이 인생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평생 공부하고 배우며 성장합니다.  좋은 대학교를 입학한 것은 고등학교 때 성실함을 증명하고, 대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것은 대학교 때 성실함을 증명할 뿐입니다. 미래가치가 조금 더 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뿐입니다.  


   대기업들이 명문 대학 출신자들만 채용하여 회사를 운영하면 전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까요? 대기업들은 명문대학 출신들을 위주로 채용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들이 기업간 경쟁에서 승승장구 했다면 기업들은 인재상을 바꾸거나 채용 방식을 바꾸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도 바뀝니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원하는 인재를 해외 대학이나 국내 명문대학교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국가에서 장려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처럼 출신 학교별로  줄 세우기를 하는 손쉬운 인재 채용 방식으로 원하는 인재를 얻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학벌 콤플렉스는 나이30대와 40대에 MBA를 선택할 때도 등장합니다. 전세계 비즈니스 스쿨 랭킹을 보면서 학교를 선택합니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영국 QS (Quaquarelli symonds)는 매년 전세계 MBA 비즈니스 스쿨의 순위를 발표합니다. 2020년 발표에서 성균관대가 130위권과 연세대가 150위 권에 들었습니다. 


   학벌에 따른 차별은 통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오직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합니다. 학벌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대학교 서열과 같은 방식으로 ‘서연고’, 카이스트 정도를 선택하거나 위의 순위를 참조할 뿐입니다. 10대의 암기 능력에 선택된 대학교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나이30대와 40대에 MBA비즈니스 스쿨을 선택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결정합니다. MBA 가 무엇을 가르치고 자신은 무엇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지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오직 명문대학 입학이 가장 중요합니다. MBA 졸업장은 절대로 학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름이 있는 비즈니스 스쿨을 가더라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학벌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학교 순위가 아니라 MBA 과정을 살펴봅니다. 그들은 10대에 공부하는 능력으로 인생이 결정 된다고 믿지 않습니다. 자기 계발을 통해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인생은 한 순간의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노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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