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필자의 카카오 브런치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MBA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민들의 주제는 거의 비슷하지만, 고민을 하는 입장에서는 큰 고민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사무직 직장인들과 달리 주변의 MBA 졸업생에게 조언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주위에 거의 없습니다. 다음으로 엔지니어들은 생각의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면, MBA를 고민할 때 자신의 강점인 기술을 충분히 살리면서 경영학을 공부할 방법을 모색합니다. 인맥을 쌓거나 가방끈을 늘린다는 등의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엔지니어들은 기술을 공부해 온 것처럼 스스로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언을 잘 구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한 엔지니어가 저에게 MBA에 대해 조언을 요청하였습니다. 이미 내년에 AI/빅데이터 MBA에 입학하는 것이 결정되었지만, 주변의 조언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필자의 답변을 중심으로 조언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MBA를 졸업하기까지 약 4 천만 원의 학비와 2년의 시간을 투자합니다. 단순히 4천만 원의 돈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 (ROI, Return On Investment)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졸업했을 때 MBA 졸업장과 석사 학위가 얼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판단하기 위해 경영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해 봅시다. 기회비용은 무엇인가를 선택했을 때 포기한 것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기회비용이 가장 큰 것을 선택합니다. 따라서, 빅데이터 MBA를 다니기 위해 지불하는 2년이라는 시간과 4천만 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합니다. MBA를 다니기 위해 포기한 것들은 무엇이고 그것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예를 들면, 4천만 원으로 아파트 갭 투자를 2년간 해서 1억 정도 벌 수도 있고, 영어 공부에 4천만 원과 2년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출 수 도 있고, 또는 기술사 수준의 자격증을 딸 수도 있습니다. 포기한 것들 중에 MBA 졸업장과 석사 학위, 빅데이터 전문가라는 타이틀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어쩌면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30대라면 영어를 먼저 공부하는 것을 추천하고, 40대라면 MBA를 하면서 병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MBA를 다니려고 한 것은 특별히 무엇인가를 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했을 거입니다. 그래서, 막연한 ROI 고민하지 말고 4천만 원과 2년의 시간을 투자해서 무엇을 할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ROI는 투자 대비 효과입니다.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2년 후에 MBA를 다니지 않아도 기적적으로 데이터 엔지니어의 경력을 쌓아서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또는 6개월짜리 학원을 다니면서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혹시 주위에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조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ROI가 확실하면서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도 편하고 빠른 길을 가고 싶습니다.
AI/ML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쌓았지만, 도메인 지식이 부족합니다. 현대는 거의 모든 분야에 각 분야에 AI/ML을 활용합니다. AI/ML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AI/ML 전문가가 도메인 지식을 쌓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도메인 전문가가 AI/ML 지식을 쌓는 방법이 있습니다. AI/ML 전문가들은 돈이 흘러넘치는 금융이나 비즈니스 프로세스 분야에 많이 몰릴 것이고, 도메인 전문가들은 돈과 상관없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적용할 것입니다. 이미 데이터 엔지니어 일을 시작하셨고, 자신의 영역에서는 도메인 전문가가 최고입니다. 아마도 당신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AI/ML을 적용할 생각을 하는 몇 안 되는 사람입니다.
어떤 분야나 최고의 전문가들만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축구의 세계에 손홍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AI/빅데이터 MBA 과정은 1년 반 동안 경영과 AI/ML을 동시에 가르치는 기술과 경영이 융합된 과정입니다. 1학기가 경영 필수, 2학기 전공기초, 3학기 전공심화과정입니다. 과목 수가 많고 코딩까지 배워야 하기 때문에 방학 없이 주욱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MBA 과정보다 학생들의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AI/빅데이터 MBA를 마치고 경영을 더 공부하고 싶다거나 일반 MBA를 마치고 기술을 더 공부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aSSIST는 두 과정의 졸업자들이 한 학기 학비를 더 내면 1년을 더 다닐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1년 반 과정 + 1년 과정으로 2년 반 동안 공부하는 것입니다. 매년 AI/빅데이터를 마친 학생들이 일반 MBA 과정에 진학합니다. AI/빅데이터 과정을 마치고 부족하다고 느낄 때 새로운 선택지가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이 MBA를 고민하는 이유는 비슷비슷합니다. 현재의 고민은 입학 전, 공부중, 졸업 후에도 끝나지 않습니다. 고민의 긍정적인 면은 고민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는 결정을 할 때입니다. 필자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했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MBA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는 항구'책을 썼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선택을 증명하는 것이다
저는 선택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합니다. 필자와 동기들의 활동을 책의 IV 장 "다시 시작입니다"에 담았습니다. 지금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입학하면 MBA 졸업장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 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학교에 입학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고민을 시작할 것입니다. 지금의 고민을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때 비로소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눈 앞의 높은 산을 넘지 않으면 그다음 산을 볼 수 없습니다.
고민을 멈추면 성장도 멈춥니다.
언제나 질문에 최대한 개인적인 입장에서 답변을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엔지니어는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영학과 영어를 함께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작년에 조언을 구한 한 엔지니어에게 한 조언도 같이 공유합니다. 질문자의 입장이 달라서 약간 다른 답변을 한 내용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