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BA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인하트 Aug 30. 2018

4. MBA는 생각하는 방식을 바꾼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aSSIT, Seoul School of Integrated Sciences & Technologies) 에서  지난 한 학기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9 과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수강을 하다 보니 지식의 양적 증가는 당연한 것이고, 그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식의 양적 증가는 MBA 칼럼 - 3. 첫 학기에 배운 것들"에서 다루었고, 이 글은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합니다. 



전략적 사고를 시작하다 

전략 경영과 마케팅 과목을 수강하면서 전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습니다. 과거의 주먹구구식 접근법과 경험과 직관에 의한 판단을 벗어나 체계적인 사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직관이 맞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배운 전략 툴을 활용하여 빈칸을 채워가면서 혼자서 정리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신 제품이 출시되면 제품의 포지셔닝, 경쟁관계, 고객 가치 제안과 협력업체와의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시도합니다. 본사의 제품 포지셔닝은 글로벌 정책이나 미국 시장 중심이라 한국 시장에 맞추어 재포지셔닝을 하고, 고객 가치 제안이 확실하지 않은 제품은 과감하게 포기하였습니다. 즉, 과거에는 감각적으로 경험적으로 안되거나 된다는 판단에서 이제는 전략 툴을 이용하여 체계적으로 안된다와 된다를 구분해 감으로써 동료들을 설득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또, 지금까지 사내 워크숍에서 테이블 위에 모든 이슈를 올려놓고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시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테이블 위의 모든 이슈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일상적인 업무가 이미 80-90%가 차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업무와 방향성은 짜증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선택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과거에는 막연했던 질문들이 이제는 머리 속에 명확하게 그려지게 되었습니다. 

고객 가치 제안 (Value Proposition)은 무엇이어야 하는 가? 

고객이 제품을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이 경쟁사 제품이 아닌 우리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경쟁우위는 무엇인가?

우리가 각 딜에서 이 길 수 있는 전쟁터를 결정할 수 있는 가?.



전략


시야가 넓어지다 (아는 만큼 보인다)

자신의 업무 외에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엔지니어로써 다루는 제품군만을 바라보다가 경쟁 제품과 대체 제품까지 넓게 바라보려 시도하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품에 대한 Supply Chain Map을 나름 그려 보기도 하면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는 다른 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You can see as much as you know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와 고객들의 행동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기업에 매출을 올려 월급을 번다는 개념에서 직장은 사람들의 욕망이 부딪히며 서로가 부대끼는 곳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동료를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던 것을 보류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처한 상황이 다를 뿐이고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요.


필자는 엔지니어로써 제품의 로드맵과 엔지니어링에 많은 관심을 두었었습니다. 리더로서 사람을 이끌거나 관리한다는 것에 거의 관심이 없었습니다. MBA를 통해 배우면서 필자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함께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일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MBA에서 리더십과 인적자원 관리를 수강한 것도 있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리더십 트레이닝을 6개월간 진행하면서 받은 영향도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방식이 바뀌다

업무 성격 상 협력업체 및 고객을 대상으로 발표를 자주 합니다. 경력이 쌓이면서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자신의 발표 스타일에 변화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엔지니어의 발표라는 것이 본사의 장표 50%에 본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상황을 가미한 장표 50% 정도로 채워지고 청중의 의도를 파악해서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MBA에서 경영 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수강하면서 발표 스타일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내가 아는 것을 잘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청중이 듣기를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그리고, 장표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시도에서 최대한 덜어내게 되었습니다. 즉, 불필요한 내용을 지우고 덜어내면서 장표가 단순해지니 전달하려는 내용이 명확해졌습니다.  


또한, "Finish on the high note" 를 기억하며 마지막에 청중의 머릿속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청중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기다. 

선택은 언제나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는 선택으로 포기한 그 무엇이다라는 말을 경제학 원론에서 들었을 때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월급은 일한 것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포기한 시간에 대한 대가이다"라는 의미가 한순간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선택은 어떤 기회비용의 손실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또한, 합리적 결정은 선택의 순간에 한계 원리를 따라야 하므로 매몰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의 매몰 비용에 사로잡혀 현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려면 매몰 비용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일을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을 더 일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세상이니까요  



정리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MBA는 비싼 학비를 내면서 공부하는 만학도가 넘쳐나는 곳입니다. 그들과 함께 숨 쉬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자극을 받는 곳입니다. 필자가 일을 잘하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던 세상에서 공부를 잘해야 만족을 느끼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공부하는 셀러던트이므로 두 가지 만족이 동시에 필요하고, 시간도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MBA를 시작할 때는 MBA는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지가 궁금했습니다. MBA를 한 학기를 다닌 지금은 MBA가 필자를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고 있을 때의 질문과 부딪힌 후의 질문 자체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부딪히지 않으면 엉뚱한 질문만 하고 지낼 뻔했습니다.


폴 부르제의 말로 변화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One must live the way one thinks or end up thinking the way one has lived"
사람들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아니면 결국 살아온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부르제


역시 직역은 매끄럽지 못합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 MBA 졸업자가 10만 명을 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