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부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직장인 박사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원은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경영에 도입하였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을 사용하여 논문을 쓰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과정을 공부합니다. 머신 러닝을 기술 관점과 경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2달 만에 후회의 파도가 밀려왔습니다. 격주 주말마다 이게 무슨 짓인지.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대학원에 등교해서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5시까지 수업을 합니다. 일요일도 똑같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오면 어느새 월요일입니다. 퇴근 후에 배운 것을 복습하고 과제를 합니다. 바쁘게 공부하는 일상이 될 줄 알았지만, 막상 닥치니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이 들고 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후회가 들고 납니다. COVID-19 판데믹 이후로 사람도 못 만나고 재택근무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차라리 공부를 하자는 생각도 있었고, 머신 러닝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필자의 전문 분야에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은 일대로 바쁘고 공부는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질 않습니다.
주어진 일이나 열심히 하고, 일상과 전문 분야에 대한 글을 카카오 브런치에 쓰고, 잘 정리해서 가끔 책도 내고, 그러다 보면 직장 생활에서 정년을 맞이할 수도 있었습니다. 힘들게 공부하지 말고 일만 적당히 하면서 살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배우고 공부를 하고 싶다는 동기가 일을 크게 벌린 듯합니다.
선배들은 박사 과정 코스웍(Course Work)은 쉽고 금방 지나간다고 했습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논문 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말이었을 뿐입니다. 코스웍이 절대적으로 쉽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학원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지난주 일요일 오프라인으로 참석한 동기들과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머신 러닝과 통계학 수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야기하다가 물어보았습니다.
필자 : 박사를 딴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큰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닌 데 주말마다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습니다.
동기 1 : 하하! 졸업하면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지요. 사람들이 언제나 부장이나 이사라고 부르지 않고 박사라고 부릅니다.
필자 : 박사 타이틀이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겠네요
맥스 : 나에게 박사를 함께 하자고 꼬셔 놓고 이제 와서 후회하면 어떡하나?
동기 1 : 하하, 졸업할 때까지 5번 넘게 후회가 된다고 합니다. 이제 시작인거죠.
필자 :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박사가 된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지
수업은 계속 듣고 있어도 머릿속에 머무는 지식이 없고, 공부를 하고 또 하고 또 해야 한 두 가지 겨우 알 수 있습니다. 필자의 머리가 이렇게 돌아가지 않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후회의 파도가 온몸을 휘감으니 김난도 교수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열 번은 흔들려야 박사가 된다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고도 졸업하지 못한 이 땅의 수많은 박사 수료자들을 생각합니다. 그것도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명함에 ph.D라고 쓰지 못하고 박사 수료자를 표시하는 ABD(All but dissertation)라고 적을 수 있기까지 넘었을 후회의 파도도 엄청 클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후회의 동물이고 후회를 통해 발전합니다. 스스로에게 후회의 파도를 넘어보자고 다독여 보지만 마음속 저 밑에서 올라오는 소리는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일찍 시작한 건 아닐까? 괜히 일을 벌인 것은 아닐까? 학비 대신에 코로나 끝나고 온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남을 돈인데. 후회의 파도는 박사 과정 내내 감기처럼 앓는 병일지도 모릅니다. 빨리 털고 일어나 뭐라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