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를 졸업 후의 변화는 본인의 몫일뿐
2019년 8월 27일 학위 수여식을 하면서 1년 6개월간의 긴 MBA 여정을 마쳤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 약 7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공부하느라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주말여행도 다녔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열심히 일도 하고 술도 마셨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IT 엔지니어의 길을 묻다' 원고를 쓰고 있고,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공부 모임'도 시작했고, 영어 공부도 계속 합니다.
며칠 전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MBA에서 배운 지식과 석사 학위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장롱에 넣어둔 운전면허증 같은 것은 아닐까?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임원이 되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1년 전에 한 MBA 졸업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했던 'MBA를 졸업하면 주위의 시선이 달라진다'글이 떠올랐습니다. 글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였습니다.
헤드헌터들이 알선하는 직책이 달라진다.
주위 동료들의 시선이 달라진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면서 고민이 많아진다.
졸업 전의 필자가 졸업 후의 필자에게 "MBA 졸업 후 달라진 것이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요? MBA를 졸업하고 필자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 지를 정리했습니다.
1)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읽는 습관이 생기다
새로운 문제에 부딪힐 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Harvard Busibess Review)를 찾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고객 가치(Customer Value)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또는 '재택근무를 어떻게 조언할 수 있을까?'등 입니다. HBR은 경험을 통해 얻은 일차원적 지식에 오랜 경험과 통찰력을 더해 줍니다. MBA에서 배운 경영 전반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HBR 자료는 읽기 어려운 영문입니다. MBA가 아니었다면 HBR의 존재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MBA에서 배운 지식이
HBR 자료를 쉽게 읽게 한다.
2) 임원들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임하다
임원분들과 대화하거나 발표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임원들은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MBA에서 많은 임원들이나 사장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똑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그들은 의사결정을 할 권한을 가졌을 뿐입니다. 임원분들은 많은 결정을 짧은 시간에 합니다. 어떤 분야를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할 시간이 없지만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고민합니다. 따라서, 임원들은 전문가들과 이야기하거나 듣는 것을 즐깁니다. 기술을 모르는 임원들을 배려하지 않고 비즈니스 통찰력이 없고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들은 회사를 위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한 시간을 기끼어 투자합니다.
MBA에서 임원들과 사귀면서
임원들을 이해합니다.
3) 발표나 대화할 때 기술과 비즈니스를 접목하다
필자는 테크니컬 솔루션 아키택트 (Technical Solution Architect)입니다. 직원, 협력업체 또는 고객들에게 기술과 솔루션을 주로 발표합니다. 최신 기술이나 복잡한 솔루션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MBA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은 의도를 가진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최신 기술과 신제품을 도입하는 것은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술과 제품을 쉽게 이해시키는 것보다 고객의 비즈니스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합니다. 신제품이나 신기술은 뒤로 미룰 수는 있어도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크게 개선하는 기술이나 솔루션은 뒤로 미루기 어렵습니다. 언젠가는 도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남게 됩니다.
MBA에서 배운 비즈니스 가치를
기술과 접목하다.
4)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다
사람들은 최고의 제품을 선택합니다. 고객이 제품과 기술의 특장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합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MBA를 다니전에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전개가 중요했습니다. MBA에서 배운 것은 달랐습니다. 사람은 이성적인 경제적인 의사결정보다 인지와 감정과 같은 심리적 요인에 의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유일합니다. 고객은 최고의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최적의 제품을 찾습니다. 기업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다릅니다. 값싼 제품을 찾는 고객에 최고의 기술력을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발표전에 고객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려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MBA에서 배운 경제학과 인적 자원 관리가
고객의 마음을 이해시킨다
5) 관리자가 되겠다는 목표가 생기다
필자는 '나는 엔지니어다'라는 생각을 가진 평범한 엔지니어였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생각으로 중간만 가려고 했습니다. MBA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매니저가 되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관리자는 회사입니다. 자신의 관리자가 합리적인 사람이면 회사는 합리적이고, 관리자가 보수적이면 회사는 보수적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없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고 사람들의 꿈을 키워주고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MBA는 리더를 키운다
필자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사귀는 편은 아닙니다. 함께 자주 부딪히는 팀원들과는 매우 가깝게 지내지만 다른 회사 동료들과는 대면대면합니다. 조직은 누군가를 뒷담화하기도 하고 칭찬하기도 합니다. 단지 어느 쪽의 사람이 더 많은 가가 그 사람의 평판을 좌지우지하는 듯합니다. 회사에는 필자를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관심 없는 사람들이 썩여 있고, MBA 졸업 전과 후로 비율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필자의 성격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바뀐 것들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필자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1) 필자와 함께 일하려는 영업사원이 점점 증가하다
영업 사원들은 고객을 설득해 줄 엔지니어가 필요합니다. 엔지니어가 힘들게 만든 영업 기회를 살려 다음 미팅으로 이어지게 하거나, 경쟁사와 차별점을 정확하게 드러내 줄 때 좋아합니다. 필자가 모든 영업 기회를 살려내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상황이 자주 있습니다. 필자의 바쁜 스케줄에 맞추어서 고객에게 데려가려는 영업사원들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다른 엔지니어를 소개해줘도 중요한 미팅에는 꼭 참석을 부탁합니다. 필자가 가끔은 고객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도 하고 영업사원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2) 고객사의 임원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아지다
고객사의 임원들과 미팅하는 자리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고객사 임원들과 미팅 때는 회사의 임원들이 발표를 하거나 설명을 하지만, 필자가 발표하는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또한, 필자의 이야기가 어렵거나 복잡할 경우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 설명을 다시 하는 것도 줄었습니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상대의 걱정거리를 해결해 줄려는 태도가 변화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3) 엔지니어가 아니라고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필자는 20년 경력의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이 있습니다. 기술 보다는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고, 세부적인 동작 메커니즘이 아니라 개선될 수 있는 비즈니스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기술 용어보다는 비즈니스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엔지니어들이 기술의 세부 메커니즘이 틀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도 중요하지 않다며 무시합니다. 그러면서 엔지니어가 아니라 영업이 되어 간다고 필자를 놀리기도 합니다. 필자도 돌이켜 보면, 기술이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술의 세부 사항을 무시하는 선배들을 한심하게 여긴 적도 있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는 법입니다. 지금은 고객이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닙니다. 기술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개선하는 지를 알고 싶기 때문에 기술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4) 고객 접근 전략을 필자와 상의하는 횟수가 늘어나다
동료들이 고객사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전략을 필자에게 묻습니다. 필자가 관여하지 않는 고객에 대한 문의도 부쩍 늘었습니다. 고객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략을 이야기해 줍니다. 전략이 효과적인지 아닌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에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들어 줄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필자가 다른 고객사에서 성공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여 공유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전략을 상담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필자가 느낀 MBA 졸업 후의 변화를 간단하게 정리했습니다.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변화가 더 많습니다. 가장 부정적인 것이 학위기 하나만 달랑 남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MBA 졸업 후의 변화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빠른 진급으로 변화를 직접 느끼는 사람도 있고 작은 마음의 변화만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MBA 졸업이 무조건 긍정적인 변화만 있다고 가정한다면 누구나 수억을 들여서라도 MBA를 졸업할 것입니다. 현실은 사람마다 편차가 큽니다. MBA 졸업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MBA 입학을 선택하였듯이 MBA 졸업 후의 삶의 변화도 선택입니다. MBA 졸업생들이 졸업장 한 장만 남았다고 생각하게 될 지 아니면 충분히 학비보다 몇 배의 가치가 있다고 느낄 지는 선택의 결과입니다. 선택은 행동의 변화를 낳기 때문입니다. MBA가 삶에 어떤 변화를 줄 지를 고민하지 말고 MBA를 통해 내가 어떤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 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MBA 가 나를 어떻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MBA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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