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올과학종합대학원에서 주죄한 박사과정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행사장이 회사와 가까운 호텔이었고, 박사과정에 관심있는 동기생들도 만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설명회장에는 약 30여 분들이 있었고, 각 테이블마다 교수님들이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었습니다. 오래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직장을 다니면서 박사과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갖는 듯 했습니다.
직장인 박사과정의 평균 입학 연령은 48세이고, 평균 직장 경력은 20년입니다. 필자의 나이와 경력을 생각해보니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박사과정 입학생
평균 나이 48세, 경력 20년
박사과정은 2년의 Course Work과 1년의 논문 작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6학점의 Course Work을 이수하면 박사과정 수료가 되고, 등재학술지에 3편의 논문을 게재하면 박사가 됩니다. 이 대학원은 매년 30여 명의 박사과정 입학생을 모집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의 졸업생을 3년 안에 졸업시킵니다. 박사과정은 풀타임 학생들도 평균 5년이 걸리는 험난한 여정입니다. 박사과정 졸업생 비율이 높은 이유를 몇 가지로 제시했습니다.
1) 연구방법론 중심 교육
서울과학종합 대학원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석박사 중심 경영전문 대학원입니다. 입학생들은 평균 20년 이상의 경력과 뛰어난 실무 능력이 있습니다. 입학생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은 뛰어나지만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논문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첫 학기부터 자신의 분야에 필요한 주제를 논문으로 풀 수 있도록 연구방법론을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연구조사방법론, 통계학의 이해, 통계학 이론 연구, 논문 이론, 시스템 다이내믹스, 다변량 통계분석, 고급 데이터 관리 등을 가르칩니다. 논문 주제를 결정한 학생들은 첫 학기 수업에서 구체적인 학술 방법론을 선택합니다.
2) 복수 지도 교수제
대학교는 한 학생에게 2명의 지도 교수를 배정합니다. 논문 주제를 잘 아는 지도 교수와 연구방법론을 체계화해주는 지도 교수를 각각 배정합니다. 논문의 주제가 아무리 좋아도 학계에서 인정하는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학생들의 전문성에 학술 방법론을 강화합니다.
3) 객관적인 논문 실적 관리
졸업하기 위해 저명한 학술지에 3편의 논문을 게재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2년 간의 Course Work 과정에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논문 쓰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습니다. 박사과정을 진행하는 수많은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는 Course Work이 아니라 논문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MBA 졸업생들은 박사 과정에 관심이 없습니다. 함께 졸업한 43명의 학생들 중에 박사과정 설명회에 참석한 사람은 불과 3명뿐이며, 그중에 강한 의사를 보인 학생은 1명뿐입니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졸업 후 가족과 주말을 보내면서 삶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다시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모르는 시간 동안 가족과 보내는 시간과 주말은 사라집니다. 그런데 왜 몇몇 사람들은 박사 과정에 대한 고민 할까요? 단순히 석사라는 산 뒤에 박사라는 산이 보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MBA 과정에서 공급체인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를 공부할 때 박사과정을 다니는 사장님과 같은 조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는 포항의 한 중소기업 사장이었고 박사과정 중 전공 분야의 필수 이수 학점이 부족하였습니다. 그는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와 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한 기업의 사장으로 충분히 성공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공부에 대한 미련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무엇을 개척하고 싶었을지 궁금합니다.
이미 필자는 20년의 경력과 실무능력으로 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가입니다. 출산율 저하로 은퇴 시기가 늦어진다면 좀 더 오래 일할 지도 모릅니다. 박사는 은퇴 이후의 삶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박사 과정에 대해 알아볼수록 막연한 생각으로 도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박사 과정 수료는 가능하지만 졸업은 쉽지 않습니다. 박사과정 수료는 2년의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세편의 논문을 학술지에 등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박사과정 수료는 가능하지만
졸업은 아니다
그래도 작은 희망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80,000여 명의 석사와 13,000여 명이 박사가 배출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직장인 파트타임 박사들의 좌절과 성공에 대한 글들이 넘쳐납니다. 석사과정과 달리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몇 년째 논문을 쓰지 못하고 학술지에 등재하지 못해 휴학 중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박사를 시작하고 박사 수료에서 멈추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박사 과정 설명회를 다녀오고 난 후 자신에게 계속 묻기 시작했습니다. 지식의 최전방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 것인가? 그리고, 다시 빚으로 고스란히 남을 학비를 투자해서 얻는 가치는 무엇일까?
지식의 최전방에서 반드시 넓히고 싶은 경계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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