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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인하트 Oct 07. 2018

20. 아들 학교에서 IT 관련 직업 소개하기

   2018년 7월 경에 맏아들의 학교에서 직업 소개를 해주실 학부모를 찾는다는 가정 통신문을 받았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뵐 겸해서 덜컥 신청을 하였습니다. 늘 고객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일이긴 하지만 중학생들에게 발표하는 것이 대략 난감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아는 베틀 그라운드로 시작하다

  요즘 청소년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은 베틀 그라운드입니다. 베틀 그라운드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한 번에 100명이 모여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전투를 벌여서 승자를 가리는 MMORPG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게임입니다. 베틀 그라운드의 인기의 비결은 전 세계 최초의 100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슈팅 게임이라는 것과 사실적인 현실 묘사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사진 하나를 꺼내놓고 질문을 시작하였습니다.

필자 : 무엇인지 아는 사람?

아이들 : 배틀그라운드요.. (여기저기서 답이 터져 나옵니다.)

필자 : 그래, 너희들이 좋아하는 베틀 그라운드라는 온라인 게임이야. 왜 이 게임이 재미있지?

아이들 : 진짜 총을 쏘는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면서 할 수 있어요

필자 : 맞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모여서 서로 쏘고 죽이니까 재미있지. 재미있는 베틀 그라운드를 할 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이들 : 핸드폰요. 아이패드요. 인터넷이요.

필자 : 그래! 바로 인터넷이야.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할 수가 없지. 오늘 아저씨가 너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바로 인터넷과 관련된 거야. 우리가 인터넷으로 배틀그라운드를 할 수 있는 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하기 때문이야. 그 직업들에 대해 이야기할 거야.



우리가 베틀 그라운드를 즐기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다

   베틀 그라운드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손에 쥔 핸드폰, 인터넷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그리고 베틀 그라운드 게임 서버가 동작하는 데이터 센터가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를 기본 축으로 해서 그림을 그립니다. 혼자 아는 만큼 그리기보다는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질문과 대답으로 그려봅니다.  



제가 사용했던 방법을 대화로 재구성해 봅니다.


필자 : 우리가 베틀 그라운드를 하기까지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우리 손에 핸드폰이, 게임이 저장되어 있는 서버, 그리고 사이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핸드폰부터 그려보자. 집에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뭐가 필요하지

아이들 : 와이파이, 무선 공유기

필자 : 와이파이와 무선 공유기는 누가 설치해 주지? 부모님이 어디로 전화하시니?

아이들 : KT, SKT, LG U+ 요

필자 : 집에 있는 무선 공유기를 이용하여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되지. 그럼 배틀그라운드 게임 트래픽은 무선 공유기를 지나 어디로 갈까? 컴퓨터 뒤에 인터넷 케이블 있잖아. 그 선이 어디로 연결될까?

아이들 : 전화국이요, KT요, SK요..

필자 : 맞아. 전화국으로 가지. 무선 공유기 뒤에 케이블을 타고 아파트 단지 지하로 내려가지. 아파트의 스위치라 불리는 전송장비를 지나서 전화국으로 가지. 방학동이니까 방학동 전화국에서는 어디로 갈까?

아이들 : 더 큰 전화국요. 배틀그라운드 회사요

필자 : 전국의 전화국들이 다 연결되어 있단다. 각 통신사들의 데이터 센터로 연결돼. 데이터센터에는 수많은 서버들이 있고, 그중 몇 대의 서버에 베틀 그라운드 게임 서버가 있을 거야. 그럼 이것만 있을 까?

필자 : 해외에서 접속하는 친구들을 위해 해외 인터넷 통신사와도 연결이 되지. 해커나 나쁜 사람들이 게임 서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방화벽이라는 장비, 수많은 서버를 연결하는 스위치와 라우터, 데이터 센터와 통신사에서 24시간 시스템을 지켜보는 관리 시스템 등이 있어.


   여기서, 추가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뿜뿜하며 더 그릴 수 있는 장비들을 그립니다. 장비의 이름이나 기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장비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므로 그것이 매우 복잡한 장비들의 연결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린 선과 장비들 위로 직업을 적어 봅니다.  

   필자는 네트워크 엔지니어이므로 충분히 자세히 그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답변과 자신의 지식 정도에 맞게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칠판 위에 그려지고 나면 다른 색 마커로 직업을 그려나갑니다. 아이들이 아는 직업도 있고, 모르는 직업도 있고 설명하면서 적어나갑니다. 아이들에게 수많은 직업이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변호사, 판사, 작가, 의사, 건축가 이런 직업이 아니라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복잡한 이름의 직업을 모릅니다. 


직업의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할 때
여러분들이 베틀 그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거예요


   마지막 화룡점정은 써놓은 수많은 직업 중에서 동그라미로 자신의 직업을 강조합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인지,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인지, 제품들 간의 연결을 설계하는 아키 택트인지, 제품들이 잘 동작하도록 관리하는 관리자인지 등을 표시합니다. 필자는 직장을 따로 소개하지 않았고 직업만 언급했습니다. 



본격적으로 IT의 세계를 알려주자   

   베틀 그라운드를 즐기기까지 수많은 장비들이 있고 이것을 만들고, 판매하고, 사용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한다는 것을 이해시켰습니다. 이제 IT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초등학생들이나 중학생, 심지어 고등학생들도 IT를 모릅니다. IT 엔지니어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같은 공간에 있는 아이들이 IT에 관심이 있어 온 것이 아닙니다.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친구 따라 강남 온 아이들입니다. 


   IT를 Information Technology (정보 기술)이라고 설명하고 넘어갈 거라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설명할수록 아이들은 흥미를 급격하게 잃어버립니다. IT를 설명하는 시작점을 애니악 (ENIAC)에서 스마트폰까지 작아지는 과정과 IT가 없이는 현대의 세계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세상을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정보를 처리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산업을 IT로 정의합니다.  "ENIAC (Electronic Numerical Integrator And Computer)은 1946년 2월 14일 만들어진 30톤짜리 컴퓨터로 포탄의 탄도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는 단순한 가정용 계산기에 들어가는 칩 하나가 이것보다 성능이 뛰어납니다. 스마트폰은 수천 배 뛰어납니다. 지금 여러분의 손에 있는 휴대폰이 30톤의 애니 악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첫 컴퓨터와의 만남을 이야기하자

   필자는 고등학교 때 처음 컴퓨터가 생겼습니다. 그 시절 컴퓨터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면 지금 세상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라 아이들이 흥미를 느낍니다. 대우 아이큐 1000, 2000, 3000 시리즈 , 애플 매킨토시 시리즈도 상관없습니다. 필자는 친구들이 하드디스크도 없는 컴퓨터를 이용할 때 무려 40 Mbps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286 컴퓨터를 쓰던 기억을 떠올려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또한,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서 3.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혁신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무려 1.2 Mbyte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던 경험도. 가장 압권은 최신 16색 컬러 모니터가 나와서 컬러 게임이라는 것을 한 경험이었습니다.





직장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제 IT의 세계를 이해하였으니 자신의 업무를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위주로 각색합니다. 경험 상 정직할수록 재미가 반감되므로 적당한 뻥이 필요합니다.   

뻥이요.... 뻥이요...



어떤 사람들이 IT 엔지니어가 될 수 있을까

   '직업 초청 강연'의 순서는 "기승전-공부"입니다. 어떤 분이 학교에 와서 공부는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할까요? 옆에 선생님이 계시기 때문에 아주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공부만 강조하면 너무 뻔한 결말이므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필자 : 베틀 그라운드가 안될 때 컴퓨터 본체 뚜껑을 열어본 사람? (몇 명이 손을 듭니다.) 너희들은 이미 엔지니어다. 부모님을 부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 네이버에게 물어보고 그대로 시도해보려는 도전 정신, 엔지니어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필자 : 혹시 해결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 (이제부터는 손을 들고 안 들고는 상관없습니다.) 너희들은 전문가 수준의  엔지니어이다. 멈추지 말고 그렇게 하나둘씩 해결하다 보면 엔지니어가 된다.

필자 : 최신 컴퓨터나 최신 스마트폰을 보면 흥분되고 자세히 알고 싶어 지는 사람, 너희들이 바로 얼리 어댑터인 전문가이다. 새로운 IT 기기에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이 바로 세상을 바꾼다.


   이제 본격적으로  IT 엔지니어로 성공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를 정리해 봅니다. 직업 초청 강연의 마지막은 아이들에게 공부에 대한 의지를 높이는 것이니까요? '기승전- 공부'라는 공식에 맞게 '공부'에 초점을 맞추어 봅니다.


1. 영어가 필요하다
   엔지니어들은 최신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이고, 최신 기술은 영어를 쓰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이 시작됩니다. 최신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영어가 기본입니다. 만일 최신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구축하려고 할 때 전문가가 외국인일 확률이 99%입니다. 



2. 스스로 답을 찾는 습관을 들이자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바로 물어보기보다는 네이버이나 다음에 물어보고 스스로 생각해봅시다. 엔지니어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답을 찾아가는 습관이 항상 몸에 배는 것이 중요합니다.



3. IT 나 과학 관련 서적을 읽자

   시험에 자주 나오는 단편소설만 읽지 말고 과학책이나 과학 관련 만화책을 읽으면서 지식도 쌓고 재미도 찾자. 여러분들은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입니다.

 


Finish on the high note (마무리는 의미 있게)

   필자는 프레젠테이션을 Q&A 장표가 아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길 사진이나 글귀로 마무리합니다. IT 엔지니어라는 직업과 관련하여 펼쳐놓은 이야기가 아이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내용은 극히 적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주어 봐야 모르거나 관심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꿈이라는 것을 가지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아이들이 옛날과 달리 빨리 어른이 됩니다. 중고등학생 수준이 되면  자신이 무엇을 될 수 있고 될 수 없는 지를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못할수록 꿈의 크기도 작아져 있습니다. 꿈을 이루는 마법을 먼저 설명했습니다.


꿈을 이루는 마법은
 자기 책상에 적어두고
자주 읽어보는 것이다.

   IT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면 단순히 직업을 갖자는 것에 그치지 말고, IT 엔지니어가 되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머릿속에 그려봅시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직업이 아닌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적자


    IT 엔지니어가 되어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그려 보고 책상머리에 적여 둡시다.  IT 엔지니어가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하고 싶다던가? IT 엔지니어가 되어 항상 최신 기기들을 직접 만져보고 싶다던가?



정리

   프레젠테이션 마지막에 50여 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제  T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생각되는 사람 손들어 보래요?" 답변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IT 엔지니어로 좋은 반응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위에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결과는 비슷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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